처음부터 목사가 되겠다는 꿈은 없었다. 그저 자신 안에 생긴 궁금증을 풀고자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 입학했을 뿐이다. '개혁신학'이 자신의 물음에 답을 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렇게 신학에 천착했다. 그러던 중 병을 앓았고, 심경의 변화를 겪으며 목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를 신학으로 이끈 건 실존적 고민이었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로 하여금 당신의 잃어버린 양들을 위해 살게 하셨다.
분당 하나로교회 이상주 목사. 10대 시절 그는 "구원을 객관적으로 보증할 수 있을까?" "매주 드리는 예배, 과연 하나님께서는 모두 받으실까?"와 같은 질문을 품고 살았다. 겉으로는 모범적 신앙인이었지만 마음속엔 확신이 없었다. 다니던 교회의 담임목사를 찾아가 해결해 보려고도 했으나 언제나 그때뿐, 시간이 지나면 다시 의구심이 생기곤 했다.
그가 총신대 신대원에 입학한 건 순전히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공부에만 집중했다. 예기치 않게 찾아온 병마와 싸우며 목사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도, 그에게 중요한 건 신대원 '졸업'이 아닌 목사로서 교인들을 바로 이끌 수 있는 내면의 확신이었다. 그는 "최소한 나를 찾아온 교인들만큼은 나처럼 고민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목사가 된 뒤 그는 부교역자로 여러 교회를 거치면서 '강단'의 중요성을 깊이 깨달았다. 결국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하나님의 말씀이고, 이는 강단에 선 목회자의 설교를 통해 교인들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 목사는 "오늘날 기독교인들이 진리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그저 교회만 다니는 경우가 있다"며 "이는 그들의 잘못이라기보다 설교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했다.
"요즘 일부 교회에서 나타나는 목회자의 도덕적 치부나 교인들의 일탈 현상의 원인도 알고 보면 설교에 문제가 있어서입니다. 그리고 이는 목회자들이 성경의 진리를 깊이 알지 못하고, 때로 자신의 이야기로 설교를 포장하기 때문이죠."
이 목사가 여전히 부교역자로 사역하던 어느 날, 알고 지내던 몇 가정이 그에게 찾아와 교회 개척 의향을 물었다. 평소 이 목사의 성품과 하나님 말씀에 대한 열정을 눈여겨보던 이들이었다. 하지만 이 목사는 시기상조라 생각했다. 그들과 함께 성경을 진지하게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아주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오직 하나님의 말씀만을 붙들고 성경을 탐독하는 것에 그들이 과연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일단은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의외로 교인들은 그를 잘 따라왔다. 마침내 이 목사는 그들과 함께 교회를 개척했고, 지금의 하나로교회에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이곳에서 그는 "하나님의 말씀만 잘 전하면 목회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소신으로 하루하루 교인들과 소통하고 있다.
"목회자는 하나님을 대신해, 그분의 뜻과 계획을 설교를 통해 교인들에게 전달하는 자입니다. 그러므로 기도하며, 가감 없이 진리를 선포해야 하는 것이죠. 그럼 성령께서 교인 한 사람 한 사람 안에 들어가셔서 그들의 인식을 바꾸고 삶까지 변화시키십니다. 간혹 '말씀만 가지고는 목회를 할 수 없다'는 이들도 있는데, 그런 식으로 성장한 교회를 과연 '주님의 교회'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하나로교회의 특징이라면 '웨스트민스터 대·소요리문답'이나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과 같은 신앙고백서를 신앙의 기본으로 삼아 함께 깊이 공부한다는 점이다. 주일 오전 11시 낮예배 1시간 전 따로 '공부' 시간을 마련해 미리 성경을 익히는 것도 다른 교회들에선 흔히 볼 수 없는 모습이다. 다시 말해 하나로교회를 관통하는 단어는 '말씀'이다.
하나로교회가 속한 교단은 독립개혁장로교회다. 역사적인 개혁 신앙과 그 신학의 노선 위에 선 개혁교회를 표방하고 있으며, 하나님의 말씀을 전체적으로 전하고 배우면서 그 말씀대로 서 나가는 교회를 지향하고 있다. 곧 이 목사가 목회의 푯대로 삼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교인들은 많지만 그들이 제대로 된 영향력을 끼치지 못한다고들 합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는 교인들이 아닌 강단의 책임, 즉 설교 문제입니다. 저와 같은 목회자들이 교인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바로 전달했느냐 하는 점이죠. 만약 그랬다면 교인들의 인식은 달라질 수밖에 없고, 행동 역시 그에 따라 변하게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목회자가 하나님의 말씀 앞에 바로 서야 해요. 저부터 그래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