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기독교인의 묵상이다
에드먼드 칼러미 | PTL | 233쪽 | 10,000원
묵상과 관련된 책들은 시중에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이 그러한 수많은 책들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 이 책의 한국어 제목은 '이것이 기독교인의 묵상이다'이다. 그 전에 나온 묵상과 관련된 수많은 책들에 있는 묵상은 그럼 뭐냐는 것일까? 단지 이 책이 다른 책들과 차별성을 가지고 있어서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도도한 제목인 것 같았다. 책을 펼쳐서 읽기 시작한 후에야, 왜 이렇게 도전적인 제목이 되었는지를 알 것 같았다.
이 책은 일반적인 '묵상'에 관한 책과는 그 논하는 대상 자체가 다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리스도인이 무언가를 골똘하게 생각하는 그것 자체를 다루고 있다. 성경을 읽고 그 뜻이 무엇인지 느끼고, 그것을 삶 가운데 어떻게 적용할 지에 대해 묻는 방식으로서의 묵상을 넘어, '그리스도인의 생각' 자체에 대한 지침들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묵상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사악한 묵상'이고 다른 하나가 '거룩한 묵상'이라며, 사람의 생각을 둘로 나눈다. 그리고 거룩한 묵상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이것이 성경에 어떻게 근거하고 있는지를 밝힌다.
그리고 이러한 거룩한 묵상을 또 둘로 나누는데, '경우적(이따금의) 묵상'과 '엄숙한 묵상'으로다. 역시 의도하지 않았으나 생길 수 있는 묵상의 시간과, 의도하여 얻게 되는 정기적인 묵상으로의 구분이다.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후자인 '엄숙한 묵상'에 관하여 성도에게 그 중요성과 그것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저자가 자주 사용하는 예를 보자(저자는 예를 자주 사용하는데, 어떤 예화는 그 당시 정황을 많이 담고 있어서 현대의 독자들에게는 약간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아주 보편적인 예들도 많아서, 어려운 개념을 끊임없이 쉽게 설명하고 싶었던 마음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나님의 자비함과 그분의 약속, 그분의 환난, 그리고 우리가 듣는 설교는 특효의 고약과 같다. 겉으로 좋게 보이지 않기 때문에 상처에 붙이자마자 떼어낸다면, 상처의 치유는 어려울 것이다. 상처에 고약이 붙어 있었다면 그것을 치유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받는 자비함에 거하는 것, 약속에 대해 되새김하는 것, 우리가 듣는 설교에 대해 묵상하는 것은 우리에게 좋은 것이다(75쪽)".
저자는 '묵상'을 '상처에 고약이 붙어 있는 상태'라고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수없이 많은 은혜를 받고 말씀을 들어도 사람이 변화되지 않는 이유로, 효능이 좋은 고약이지만 그것을 상처에 붙이는 시간을 거의 갖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식으로 '묵상'이 영적인 삶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임을 밝히며, 이러한 묵상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차근차근 씹어 먹이는 긴 설명과 설득의 과정을 독자들과 함께하고 있다.
저자는 정말 섬세하게 묵상을 설명하고 또 강조하고 또 설득한다. 가령 묵상이 없는 인생에 대한 비참함 이후에 묵상하는 삶에 대한 복을 설명하고, 성경 속 묵상의 예와 기독교 역사 속에서 찾은 믿음의 선배들의 묵상의 경우들도 예를 들어 사용한다.
결론은 묵상하는 기술을 익혀 거룩한 하나님의 백성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며, 이런 묵상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지침을 사용해서 '묵상하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과연 청교도 목회자의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묵상이라는 주제에 관하여 이렇게 깊이 있는 논의를 이어가는 것도 신기했고, 어떻게든 성경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진리의 기준하에서 모든 것들을 정리해 가는 것도 특별했다.
처음 부분에 번역자가 말하는 대로 최초 설교 형태로 주어진 글이기 때문에, 책으로 읽는 과정 속에서 반복되어 겹치는 부분이나 지나친 강조가 오히려 독자의 입장에서는 조금은 복잡하다는 느낌도 있었지만, 청교도가 묵상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나 묵상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한 내용을 보고 싶다면 추천할 만하다.
/조영민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나눔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