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인간계 최고수' 중 한 명인 이세돌 9단과 대국을 진행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이러한 가운데, 신학적으로 이러한 현상에 관해 고찰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5일 장로회신학대학교(총장 김명용 박사) 기독교사상과문화연구원, 교회와사회연구부가 주최한 '기독교와 문화' 2016년 1학기 공개신학강좌가 장신대 소양관에서 진행됐다. 이 강좌에서는 김동환 교수(연세대)가 'AI(인공지능) 시대에서 하나님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란 용어는 1955년 미국 컴퓨터 과학자이자 인지과학자인 존 메카시(John Mccarthy)가 '지능을 가진 기계들을 만드는 과학과 기술'이라는 개념으로 정의하면서 처음 사용했다. 그때부터 그와 그의 동료들이 기하학 공식을 증명하거나 체스를 둘 수 있는 대학교 신입생 수준의 실력을 갖춘 AI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작업에 착수함으로써 초기 단계가 시작됐다. AI는 20세기 테크놀로지인 핵(Nuclear)·생물(Biological)·화학(Chemical) 공학 등 세 가지로 대표됐는데, 21세기에는 유전학(Genetics)·나노기술(Nanotechnology)·로봇공학(Robotics)이 중심이 됐다.
AI는 이러한 첨단 테크놀로지들의 총체이자 실체이고, 지향하는 최종 목표이다. 특히 위에 언급된 테크놀로지들 중 인터넷 기술을 포함하는 정보기술(IT)과 뇌과학 또는 신경과학(Neuroscience)을 포함하는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은 주로 소프트웨어에 주된 관심을 둔 알파고 같은 AI를 창출해내는 선두주자들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알파고'는 모든 최신 전자장치들을 인터넷에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기반으로 엄청난 양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빅데이터를 자산으로 삼아, 인간의 사고 유형과 유사한 학습방식을 따르는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을 컴퓨터에 부과함으로써 주어진 문제 또는 상황에 대해 컴퓨터 스스로가 답이나 결론을 도출하도록 하는, 정보기술과 인지과학 같은 첨단 테크놀로지들이 만들어낸 AI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김동환 교수는 "21세기 들어서면서 AI 프로젝트는 엄청난 발전을 거듭해 왔고 사회적으로도 큰 주목을 받기에 이르렀으나, 그 목표에 비춰볼 때면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왜냐하면 이를 이끌어 온 첨단과학자들과 미래학자들은 AI 프로젝트의 초기 단계부터 그 최종 목표를 단순히 '인간처럼'만이 아니라 '인간을 넘어서' 이상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김 교수는 "AI 프로젝트의 1차 목표는 '인간처럼(Human-like)' 되는 것으로, 이러한 노력은 하나님을 닮은 존재로서 인간을 말하는 신학에서 '하나님의 형상(Imago Dei)' 담론과 교차된다"며 "'하나님의 형상'에 대한 신학적 해석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 중 칼 바르트(Karl Barth)의 '관계적 해석'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관계성과 유사한 방식으로서 인간과 AI 사이의 관계성 담론을 가능케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02년 미국 노린 헐즈펠드(Noreen L. Herzfeld)는 전통 신학의 주제인 하나님의 형상과 AI 프로젝트에 추진되는 인간의 형상(imago hominis)을 비교 분석하면서 "하나님이 그의 형상을 따라 인간을 창조했듯, 하나님의 피조물인 인간도 스스로를 닮은 존재를 창조하려는 본성을 지니고 있고, 그러한 창조 욕구가 AI 프로젝트로 표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논리가 신학적으로 도전이 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피조물이 인간이 스스로 창조자가 되려는 데 있다"며 "특히 AI 프로젝트는 하나님에 의해 창조된 피조물의 일부분이라도 사용하는 '재생(reproduction)'으로서의 창조가 아니라 단지 그 패러다임을 모방(imitation)만 함으로써 인간의 독자적 재창조(re-creation)를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인간 지향적(man-oriented) AI 테크놀로지의 형상화(technological imagination) 담론을 향하여, 신 지향적(God-oriented) 기독교 신학의 형상화 담론이 말해줄 수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십계명의 제2계명에 어긋난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지금은 AI가 하나님을 대신하리만큼 여겨지진 않지만, 앞으로 인간 지향적 우상이 될 수 있는 여지가 크다"며 "더불어 인간의 형상을 좇으려는 AI 프로젝트의 방향이 결국 인간의 능력을 자만하게 만드는 '자기 우상숭배'를 향하고 있음을 신학은 미리 알려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간처럼' 다음은 '인간을 넘어서(Transhuman)'이다. 그는 "알파고가 대승을 거두면서, 인간처럼 생각하는 AI가 아니라 인간을 능가하는 지능을 지닌 AI, 그래서 오히려 인간들이 'AI처럼' 되고자 하는 시대를 예견해 주고 있는 듯하다"며 "아무리 AI가 발전해도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감성과 창조성, 예술성 등은 지닐 수 없다는 주장이 많았지만, AI의 기본 알고리즘인 '머신 러닝'이 경험에서 학습하여 '스스로 성능을 향상하도록' 짜여 있기에 어떠한 결과가 도출될지는 어느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고 전했다.
김동환 교수는 "이런 맥락에서 앞으로 논의의 초점은 AI에게 감성과 창조성, 예술성이 가능한가를 넘어, AI가 과연 자유의지나 양심, 도덕성까지 지닐 수 있는가로 상향될 필요가 있고, 만약 이 또한 지니게 된다면 AI에 대한 윤리적 담론까지 형성돼야 할 것"이라며 "이러한 담론을 형성시킬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는 분명 신학(특별히 도덕신학이나 기독교윤리학)이기에 준비가 필수적"이라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아직까지는 의구심이 들 수 있는, 인간을 넘어서는 AI에 대한 논의는 전이(transition)나 초월(transcending)을 뜻하는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을 통해 공론화되고 있다"며 "트랜스휴머니즘의 자기 초월을 향한 욕망은, 하나님에 의해 창조됐다는 피조성(creatureliness)에서 시작하는 기독교 휴머니즘과 달리, 인간 자신이 논의의 출발점이 되고 인간이 스스로를 초월하는 새로운 존재 곧 '트랜스휴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극도로 인간 중심적인 창조성에서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극도로 인간 지향적, 인간 중심적 창조성을 지닌 트랜스휴머니즘은 인간으로 하여금 '교만'이라는 죄성을 지니도록 만들어줄 수 있는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 휴머니즘을 구성해낼 여지가 많다"며 "주목할 점은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이 자신들의 '인간 중심적 휴머니즘'을 말할 때 의도적이리만큼 신 중심적 인간 이해를 비판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특히 AI 프로젝트를 사변적으로 뒷받침하고 정당화시키는 역할을 미래학자들이 감당하고 있기에, 신학은 최소한 자신의 인간 이해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정면 도전과 비판에 대응하고 대답할 수 있는 신학적 담론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기독교의 기본 개념인 하나님, 인간, 창조성 등을 사변적으로 건드리면서 이를 넘어서려는 트랜스휴머니즘의 담론 형성에, 아우구스티누스-니버 계열의 피조성과 교만, 죄에 대한 신학적 성찰은 그 예시가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동환 교수는 마지막으로 '하나님처럼(God-like)'을 화두로 꺼냈다. 그는 "성서 속 아담과 하와의 에덴동산 이야기에 비춰볼 때, 첨단 테크놀로지를 활용하여 무한히 수명을 연장해 '죽지 않는 삶(immortal life)'을 살려는 인간의 욕망은,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따먹고 결국 하나님의 심판으로 지상에서 수고한 후 죽음으로 귀결되는 삶을 살게 된 인간이, 다시금 에덴동산에 찾아들어와 생명나무의 열매까지 따먹고 영생하려는 욕망으로 비유할 만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첨단 과학자들과 미래학자들이 수명 연장으로 죽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제시하는 두 가지 사안은 '질병'과 '노화'로, 이는 에덴동산의 동쪽에 두셔서 생명나무에 이르는 길을 지키게 하신 '그룹들'과 '불칼'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러한 도전은 창조자 하나님에 대한 피조물 인간의 최고의 도전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신체 부위를 아무리 강화하여 기계로 대체시킨다 해도 죽음을 무한히 미루는 것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이를 뛰어넘기 위한 방책은 유한한 육신을 과감히 포기하고 정신을 통하여 영원히 사는 것을 시도하는 일"이라며 "뇌의 기억을 최고로 집약된 컴퓨터 나노칩 속에 저장함으로써 육체가 아닌 정신 상태로의 무한한 삶을 시도하려는 '뇌 다운로드'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이러한 시도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김동환 교수는 "이와 달리 성서는 하나님께서 인간을 육과 영을 함께 지닌 통전적 존재로서 창조하셨음을 분명히 말한다"며 "그러므로 이러한 AI 프로젝트의 궁극적 시도는 하나님의 인간 창조 사건에 대한 도전일 뿐 아니라,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 사건에 대한 도전"이라고 경계했다. 그는 "기독교 전통에서 보면, 육체를 비하하고 정신만을 추구하려는 AI 프로젝트의 시도는 마치 초기 기독교 시대의 영지주의의 지나친 시도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러한 AI 프로젝트의 야망은 '물질적인 것에 집중하던 이전 과학자들이 존재 자체를 거부하던 영적(spiritual) 세계를, 물질적인 것을 넘어서려 하는 현대 과학자들이 정신적(mental) 세계를 통해 유사하게 맛보려 하는 고난이도의 도전으로, 기독교를 향한 이전 과학자들의 도전과 차원이 다르다"며 "이러한 '경계의 무너짐'에 대해 기독교 신학은 경계를 정확히 그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수명의 무한한 연장을 통한 '불사생(immortal life)'이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따라 육신의 '죽음'을 전제로 해 주어지는 기독교의 '영생(eternal life)'과 분명히 다르다는 점, AI 프로젝트의 '유토피아'는 기독교가 말하는 하나님의 섭리 속에 펼쳐지는 '영적 천국'과 결코 견줄 수 없다는 점 등이다.
그는 "기독교 신학은 이러한 상황을 민첩하게 인지하고, 시대적 담론에 민감히 반응해야 한다"며 "특히 수명 연장과 정신적 영생에 대해 AI 프로젝트가 만들어가고 있는 현대 사회적 담론을 향해, 신학은 '죽음'과 '구원'의 기독교적 해석을 통해 신학 나름대로의 현대적 담론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또 이러한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성서학이나 기독교윤리학 등 신학 내 여러 전공자들이 함께 연구할 필요가 있고, 신학을 초월해 다학제적 연구도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