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동성애 퀴어퍼레이드' 등으로 '동성애'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한 가운데, 대학 캠퍼스가 이 문제 '접전'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기독교 보수 사학 총신대에서 '동성애 에이즈 예방콘서트'를 개최하려 하자 동성애 옹호자들이 몰려와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탈동성애 강사로 잘 알려진 염안섭 원장(수동연세요양병원, 목사)이 한국 최고 대학이라는 서울대에서 예배 메시지를 전하려 하자 레즈비언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동성애 옹호자들이 현장에서 반대 피켓시위를 벌이는 등 첨예한 갈등이 일어났다.
31일 열린 '제1회 총신대 동성애 에이즈 예방콘서트'는 총신대 동아리 'Kadosh'에 의해 개최됐다. Kadosh는 "총신의 핵심 이념인 개혁주의, 성경의 가치와 정체성을 수호하고, 순결과 거룩을 추구하며, 성경적 가치관을 세우는 것을 목적으로 조직된 2016년도 신규 정식동아리"라고 자신들을 밝혔다. 이들은 김광진 감독(영화 '나는 더 이상 게이가 아닙니다')과 김지연 약사(행복한성거룩한성), 염안섭 원장, 백상현 기자(국민일보), 오지헌(개그맨), 박희정 목사(그 사랑, 주님의 임재앞에서 작사작곡가) 등을 초청, 콘서트를 통해 동성애와 에이즈의 폐해를 알리고자 했다.
그러나 이 소식을 미리 전해들은 외부 동성애 옹호자들이 이 콘서트를 방해하려 총신대에 몰려왔다. 뚜렷한 리더는 없는 듯 보였지만, 이들은 소셜네트워크 등을 통해 모여 요란한 복장과 동성애 옹호 피켓 등을 들고 목소리를 높이며 총신대 캠퍼스 진입을 시도했다. 이에 주최 측은 '피켓을 내려 둔다면 입장을 허락하겠다'고 했지만 모여든 동성애 옹호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학교 정문 내에서 콘서트 시작 전까지 신경전을 벌이며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경찰이 출동했고, '불법주거침입죄'에 해당된다는 경찰의 설명을 들은 후 동성애 옹호자들은 학내에서 물러나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이다 사라졌다. 동성애 옹호자들 가운데에는 소속을 알 수 없는 여성 목회자도 포함되어 있었으며, 이번 동성애 에이즈 예방콘서트를 대비해 반대되는 퍼포먼스를 시간 별로 준비했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은 "여기(총신대)가 최전선이니, 여기 오면 이슈를 만들 수 있다"고 발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최 측은 피켓만 놓고 들어온다면, 오히려 이들이 입장해 함께 콘서트를 보고 들으면서 변화가 일어나기를 바랬던 입장이었다. 염안섭 원장은 콘서트 중간 "피켓을 포기 못해 못 들어왔다는데, 너무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총신·학교의 신념과 다르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다음에 또 온다면, 강하게 대처 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때문에 학교 측은 이들이 학내로 들어오지 않기를 바라는 입장을 주최 측에 전달, 최종적으로 이들의 입장이 불가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모여 시위를 벌인 동성애 옹호자들 가운데 총신대 학생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일련의 소동으로 콘서트는 긴장 속에서 시작됐지만, 순조롭게 진행됐다. 김광진 감독은 "동성애자들의 말로가 비참한데, 오히려 세상이 동성애자들의 알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면서, 이 이유로 자신이 영상으로 동성애의 실체를 알리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 했다. 김지연 약사는 에이즈와 동성애의 상관관계를 해외 사례 및 정확한 통계를 들어 지적하면서 "에이즈 발병은 거의 100% 남성 동성간 성접촉"이라고 경고했다. 염안섭 원장도 자신이 임상체험한 요양원에 오는 에이즈 환자들의 실상을 알리며 동성애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또 하루 전인 30일 서울대학교에서는 일부 학생들이 학내 기독교수협의회 주최로 열린 수요열린예배 강사가 '성소수자 혐오 조장자'라며 초청 취소를 요구하고, 아예 피켓을 들고 예배 장소에서 시위를 벌이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 '성소수자 혐오 조장자'로 지목된 인물은 염안섭 원장이었다. 염 원장은 이날 예배에서 "임상의학적 관점에서 본 동성애"란 주제로 메시지를 전했는데, 서울대 성소수자 동아리인 'Queer in SNU'(QIS, 큐이즈)가 이 사실을 사전에 알자마자 27일 총학생회 운영위원회와의 공동대응을 의결해 이날 행동에 취한 것이다.
학생들은 서울대 기독교수협의회와 서울대 자연과학대, 서울대 본부와 정낙인 총장 앞으로 '수요열린예배 염안섭 원장 초청을 취소하십시오'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고,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적극적 항의 행동을 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교수협은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을 갖고 강연을 예정대로 진행했다. 결국 레즈비언으로 커밍아웃했던 총학생회장 김보미 씨를 비롯해 QIS 측 20여 명이 주최 측의 만류에도 불구, '혐오하는 당신 마음 못생겼습니다', '혐오를 멈춰주세요' 등의 피켓을 들고 입장해 항의했다. 다행이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이날 서울대 사태에 대해 염안섭 원장은 "40여 명 정도 모이는 소박한 자리에 소박한 마음으로 말씀을 나누기 위해 갔는데, 사전에 기사가 나는 등 여기저기서 비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 밝히고, "총학생회장 김보미 씨와 부총학생회장, 그리고 동성애 옹호자들이 와서 앉아 있었는데, 처음에는 비아냥거리고 어떤 이는 녹음까지 하더라"면서 "그러나 강연이 지나가면서 얼굴 표정이 바뀐 이들이 나타났고, 나갈 때는 동성애의 실상을 알리는 책들을 받아가는 사람들도 생겼다"했다. 염 원장은 "그들이 변화되기를 지금도 기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염안섭 원장은 토크콘서트를 통해 "동성애 옹호자들이 소위 '인권'을 말하는데, '무조건' 자신들이 원하는 것 100%를 다 해달라고 주장하면서 그것이 안 된다면 '인권침해'라 이야기한다"고 말하고, 합의와 타협으로 문제 해결을 이루지 못하는 비성숙한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교계 관심과 우려를 샀던 총신대 동성애 옹호 모임 '깡총깡총' 운영자에 대해 학교 측은 "이미 한참 전에 졸업한 인물"이라며 "현재 학내에 동성애자는 단 한 사람도 없다"고 일축했다. 또 하루 전 서울대 사태에 대해서 일각에서는 '소수인권'을 추구하는 이들이 기독교인들의 예배까지 간섭하며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