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가 총학생회장으로 선출된 서울대학교에서, 학내 기독교수협의회 주최 수요열린예배 강사가 '성소수자 혐오 조장자'라며 초청 취소를 요구하는 일이 벌어졌다. 성소수자들은 예배에 반대 피켓을 들고 참석하기까지 했다. '소수자 인권'을 내세우던 이들이, 기독교인들이 모여 드리는 예배에까지 간섭하며 '종교의 자유' 등의 침해에 나선 것.
서울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인 'Queer in SNU(QIS, 큐이즈)'는 염안섭 수동연세요양병원 원장이 3월 30일 수요열린예배에 참석해 '임상의학적 관점에서 본 동성애'라는 메시지를 전한다는 사실을 접한 뒤, 곧바로 27일 서울대 총학생회 운영위원회와의 공동 대응을 의결했다. 서울대 대학원 총학생회도 염 원장 초청에 유감을 표명하면서 예배 주최단체인 서울대 기독교수협의회를 규탄하고 나섰다.
이들은 서울대 기독교수협의회와 서울대 자연과학대, 서울대 본부와 정낙인 총장 앞으로 '수요열린예배 염안섭 원장 초청을 취소하십시오'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하고,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적극적 항의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공문에서 이들은 "염안섭 원장이 기독교수협의회 초청으로 서울대에서 발언하게 되는 사태를 묵과할 수 없다"며 "학생들은 수요열린예배의 주제가 공지된 후 강한 거부감을 표출하고 있고, 기독교수협의회뿐 아니라 대관을 허락한 자연과학대 및 홍보에 협조한 학교 본부에 대해서도 성소수자 혐오를 제도적으로 승인하고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가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독교수협의회 측은 문제될 것이 없다며 염 원장의 강연이 예정대로 진행했다. 그러자 김보미 총학생회장을 비롯해 QIS 측 20여 명이 실제로 피켓을 든 채로 참석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들은 '예배 중이니 다른 목적의 출입을 자제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는 공고에도 불구하고, '혐오하는 당신 마음 못생겼습니다', '혐오를 멈춰주세요' 등이 적힌 피켓을 든 채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상한 옷차림을 한 참석자 한 명이 앞으로 나가거나 앉아서 껌을 씹은 것 외에 별다른 행동은 하지 않아,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날 강연에서 염안섭 원장은 "어느 날 에이즈 환자 한 명이 찾아오기에 받아주니, 날이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주변에서 반대도 많았지만, '죽으면 죽으리라'는 사명감으로 오늘까지 왔다"며 "동성애 단체들이 병원에 대해 유언비어를 퍼트리면서 공격하기도 했지만, 지금도 에이즈 환자들을 치료 중이다. 잘못 알려진 보도처럼 한 번도 오겠다는 사람을 받지 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염 원장은 "성적 취향이 다르다는 것 하나로 그들을 싸잡아서 비난하는 게 가슴이 아플 때도 많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해선 안 되기 때문"이라며 "강연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 후 동성애 경험을 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상담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대부분 중학생 때 '게이 포르노'를 통해 동성애를 접하게 됐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린 시절 잘못된 성 경험으로 인해 동성애자가 되는 사례가 많아 안타깝다. 동성애는 절대 유전이나 선천성일 수 없고, 기성세대의 잘못으로 인한 문화적 영향이 크다"며 "동성애 사이트를 보면 40-50대는 거의 없다. 대부분 땅을 치면서 후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염안섭 원장은 앞서 예배 2시간 전 '서울대 총학생회에 드리는 염안섭 원장의 답변서'를 작성해 온라인에 게시하기도 했다. 그는 "제가 에이즈 환자를 무상으로 돌보는 것을 알고 질병관리본부에서 찾아와 위탁사업이 시작돼 60여 명 가까운 에이즈 환자를 돌보던 중, 내원 에이즈 환자들 대부분이 동성애로 인한 감염임을 알게 됐다"며 "에이즈·동성애 단체의 악성 민원으로 질병관리본부는 에이즈요양병원 지정을 취소했고, 환자들을 이송토록 해 에이즈 요양환자들이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설명했다.
염 원장은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동성애자라고 밝히셨는데, 저나 저희 병원 의료진처럼 동성애를 통해 에이즈에 감염된 에이즈 환우들을 돌본 경험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한국의 지성이라는 서울대학교의 동정은 전 국민의 관심을 받는데, 단지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진실을 왜곡하거나 은폐하고 타인의 표현의 자유조차 억압하고자 한다면 서울대에 대한 사회적 존중은 추락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염안섭 원장은 예배 강연 후 3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수요열린예배는 기숙사 학생들처럼 그 시간에 교회에 가서 예배드리기 어려운 사람들이 함께하는 조촐한 자리"라며 "평소 40여 명이 모인다는데, 어제는 80여 명이 참석했고 찬양도 뜨거웠다. 역시 핍박을 받을수록 꺾이지 않는 신앙인들의 힘을 느꼈다"고 밝혔다.
QIS는 31일 오전 서울대 총학생회 등과 함께 자신들이 내건 '신입생 환영 현수막'이 훼손된 사태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들은 '오신 성소수자, 비성소수자 신입생 여러분 모두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을 지난 15일 게시했는데, 22일 훼손된 채 발견됐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