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타 순트 세르반다.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로마법의 제 1원칙이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씨저가 루비콘을 건너고 공화정이 무너진 자리에 제정이 시작되는 흐름속에서도, 로마가 다른 나라들과 결정적으로 달랐던 것은 이 사회를 지탱하는 지도자들이 Pacta Sunt Servanda의 원칙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다른 고대사회와 같이 절대적 군주가 혼자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비록 귀족과 유력가들 사이에 제한되었다 할지라도, 원로원과 평민출신의 집정관 사이에 견제와 균형의 틀을 만들고 구성원들이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애를 썼기에 이 찬란한 로마에 수많은 이방나라들이 굴복하여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왜 저 멀리 식민지 유대민족의 신을 모든 민족의 신, 그것도 유일신이 되도록 강요하는가. 수년 전 네로 황제에게 역모 혐의를 받고 스스로 혈관을 끊은 이 시대의 최고철학자 세네카가 일갈한 바 있다. 이방인인 나 역시 무엇보다 그게 싫었다. 알고 싶었다. 왜인가. 왜 유일신 하나님이어야 하는가. 수많은 밤을 새웠다. 저들의 존경받는 조상 모세가 남긴 유대인의 법 토라(저자주–모세오경)와 선지자들의 예언을 읽고 읽었다.
Pacta Sunt Servanda. 그것이었다. 언약의 신 하나님. 과연 어느 신이 피조물과 약속을 하고, 약속을 지키고, 약속 지키기를 기대하는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유대인들에게 분노하고, 인간의 한계를 깨닫고는, 신 자신이 약속한 것을 이루기 위해, 자신이 인간의 모습으로 내려와 죄를 대신 담당하겠다는 약속이 유대민족이 그동안 믿은 언약의 전부였다. 그리곤 예수가 이 세상에 살다 갔다. 이사야와 다윗을 통해 약속했던 구원의 약속을 신이 정말로 지킨 것이다. 베드로가 그것을 깨달은 것이다. 바울이 바로 그것을 본 것이다. 약속을 지키는 신. 그것도 인간의 약함을 알고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약속을 이행하는 신. 팍타 순트 세르반다. 제정로마는 황제가 점점 신이 되가면서 Pacta Sunt Servanda 를 무너뜨리고 있다. 찬란한 로마는 그 전성기를 지나자마자 내리막을 걷고 있다. 얼마남지 않았다. 로마를 대신하여 이제 막 기독교라 불리우며 세력을 넓혀가는 이 불온한 사상이 이 세상의 마음을 얻게 될 날이.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