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합동 평양노회 재판국이 최근 전병욱 전 삼일교회 담임목사의 신도 성추행 혐의에 대한 재판에서 공직 정지 2년에 강도권 정지 2개월 등의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이 그간 삼일교회 뿐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에 엄청난 충격을 주고 전도에 지장을 초래했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가벼운 수위의 징계다. 그 이유에 대해 재판국은 "전 목사의 '여성도 추행 건'의 진상은 그간 언론에 의해 부풀려져 알려진 것과는 상당부분 다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확인된 일부 사실에 대해 합당한 징계를 내리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병욱 목사를 바라보는 교계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뿐만 아니라 해당 재판국과 노회에까지 거센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특히 교회개혁실천연대와 삼일교회 등은 이번 판결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 "면죄부"라고까지 표현하며 총회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반발 여론의 골자는 평양노회가 편파적으로 재판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삼일교회 측은 "(평양노회 재판국은) 우리가 제출한 모든 증거(피해자 녹취록, 변호사 소견서, 전문기관 진술서, 책 '숨바꼭질' 등)에 대해 '무혐의' 처리하고, 오직 전병욱 목사의 '혐의 부인'만을 취사선택하여 재판을 졸속으로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또 삼일교회를 '원고'가 아닌 '참고인'으로 배제한 점, 공개적으로 전병욱 목사를 옹호한 인사를 재판국원에 포함된 점, 사건의 본질인 성추행과 관련된 피해자 증언을 무시하고 부차적인 사안들을 부각시킨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이 같은 부정적 여론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은 전병욱 목사의 태도다. 전 목사는 성추행 논란이 처음 수면 위로 떠올랐던 지난 2010년 11월경 즉각 삼일교회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당회에 사임서를 제출했지만, 이 사건이 일으켰던 엄청난 파장과 그의 유명세 등을 감안했을 때 보다 진정성 있고 공적인 사과 및 자숙이 있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령 그와 홍대새교회의 주장대로, 그리고 평양노회 재판국의 판결대로, 사건의 실체가 "전모 양과의 부적절한 언행" 뿐이었다고 해도, 이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병욱 목사 측은 더 나아가 최근 이 사건에 대해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잇따라 성명을 내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항변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처벌 수위가 약하다고 비판하고 있는 이번 평양노회 판결에 대해서도, 전 목사 측은 "가혹하다"는 분위기여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이는 오히려 여론을 더욱 악화시키고, 많은 이들에게 다시 한 번 상처를 주는 행위다.
홍대새교회 개척 논란이 그 대표적인 예다. 삼일교회 측은 전병욱 목사가 '수도권·2년 내 개척 금지'를 약속했다고, 전 목사 측은 그런 약속을 한 적 없노라고 각각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약속을 했는지 여부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많은 이들이 이 사건이 일어난 지 2년도 되지 않아, 그것도 삼일교회에서 멀지 않은 곳에 '버젓이' 홍대새교회를 개척한 전병욱 목사의 행보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고, 이는 또다시 한국교회 전체의 전도에까지 지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 목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좀 더 자숙했어야 했다"는 여론에 대해 "기간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설교를 중지한 걸로 치면 2년 만에 개척을 한 것이다. 나는 목사다. 하나님의 이끄심대로, 주님의 양을 먹이기 위해 개척했을 뿐이다. '삼일교회 교인들이 수평이동했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이곳으로 오려 했던 삼일교회 교인들에게 오지 말 것을 권면하기도 했다"고 했지만, 이 같은 그의 말과 태도는 별 설득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교계 관계자는 "전병욱 목사에게 공직정지 2년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고, 그나마 강도권 정지 2개월이 실제 유효한 징계"라며 "하지만 전 목사는 이번 일로 삼일교회와 한국교회에 큰 상처를 입혔다. 이제라도 그 책임을 지고 목회 일선에서 물러나 자숙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