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실한 크리스천이며 믿음의 선배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우리 곁을 떠났다. 향년 88세.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9일 고열과 호흡곤란 증세로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후, 상태가 악화돼 중환자실로 옮겼으나 호전되지 못하고 22일 새벽 서거했다. 병원 측은 고인이 사망에 이른 직접적 원인으로 허약한 전신 상태에서 패혈증과 급성심부전이 겹쳤다고 밝혔다.
할아버지 때부터 3대째 신앙을 이어 온 김 전 대통령은 서울 충현교회 장로였으며 주일성수를 지켜온 신실한 기독교인이었다. 고인은 민주화 운동으로 가택연금을 당했을 때 성경을 읽으며 어려움을 이겨냈다. 또 민주화를 위한 23일간의 단식 투쟁 역시 성경을 통해 영감을 얻었고 신앙의 힘을 의지하며 극복했다. 김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시에도 중대한 결정을 할 때마다 가까운 목회자에게 기도를 요청했으며, 생전 늘 신앙을 강조해 왔다.
이러한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기독교계는 일제히 깊은 애도를 표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는 "장로 대통령이셨으며, 독재 정권에 대항하여 문민정부를 연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의 거목이셨다. 김 대통령은 여야간에 화합과 일치를 이루어낸 시대를 앞서가는 지도자였다. 평생 동안 추구한 뜻과 정신이 후대에 길이 계승되고 성취되길 소망한다"고 추모했다.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 양병희 목사)은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온 국민과 함께 애도하며 유족들에게 하나님의 위로와 평강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한다"고 애도했다.
한교연은 "김 전 대통령은 독재정권 시절 민주화운동에 투신해 이 땅에 민주주의라는 나무를 심고 꽃 피워 열매를 맺은 위대한 지도자로 그분의 희생과 결단이 없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존재하기 어려울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의 몸을 던진 민주화 투쟁으로 인해 유신시대가 막을 내렸으며, 암울했던 군사독재 정권이 종말을 고했다. 우리는 그 분이 보여준 불굴의 반독재 투쟁정신과, 민주주의와 국민을 위한 대도무문(大道無門)의 삶을 영원히 잊지 않고 기억할 것"이라고 고인의 업적을 기렸다.
또 "1992년 대통령에 당선돼, 32년간의 권위주의 시대 통치를 종식시키고 문민정부를 출범시킨 김 전 대통령은독실한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전반에 변화와 개혁을 주도함으로써 나라의 위상을 바로 세우는 일에 앞장섰다. 특히 대통령 재임 중에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도입, 공직자 재산 공개 등 과감한 개혁을 단행함으로써 한국 민주주의를 견고한 반석위에 올려놓은 점은 그 어떤 통치자도 이루지 못한 희생과 결단의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각계는 22일 새벽 서거하기 직전에 김영삼 전 대통령이 마지막 유언처럼 당부한 '통합과 화합'의 메시지를 마음 깊이 새겨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정치, 우리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고 갈등을 봉합하는 일에 매진해 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도 "김 전 대통령께서는 군부독재의 정치적 핍박 속에 여러 차례 고난을 당하면서도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한 일에 당신의 전 인생을 헌신하셨다. 이제 이 땅에서의 삶을 마치고 하늘로 돌아가신 고인의 영혼이 자비하신 하나님 품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기를 기도드린다"고 애도했다.
세계한인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김요셉 목사, 이하 세기총)도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을 지낸 전 대통령 김영삼 장로의 서거에 애도를 표하며, 말년에 건강이 안 좋아 고생 하셨다는데 고통과 아픔이 없는 천국에서 편히 쉬게 되기를 바란다"면서 "김영삼 전 대통령께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상징"이었다고 회고했다.
세기총은 특히 "신앙인으로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5.18 3주년을 맞는 때에 가택연금된 후 민주회복, 정치복원 등 5개항을 내걸고 23일간의 단식 투쟁을 벌인 것도 기억될 만한 일"이라 말하고, "이 단식으로 인해 민주화투쟁의 기폭제가 되었고, 직선제 개헌을 이뤄내게 되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면서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말이 오랜동안 기억될 것"이라 했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 후 고인의 업적이 재조명 되는 가운데, 정부는 김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른다고 밝혔다.
장례명칭은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장'이며 장례 기간은 서거일인 22일~26일 5일장이다. 국가장법에 따라 장례위원회가 설치되고 위원장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맡는다.
영결식은 26일 오후 2시 국회의사당에서 거행되며, 안장식은 영결식 종료 후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엄수된다. 장지는 국가보훈처와 국방부가 유족들과 합의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정부는 국민들이 함께 추모할 수 있도록 전국 각지에 분향소를 설치키로 했다. 정부 대표 분향소는 국회의사당에 마련되며 재외공관 분향소도 설치된다. 서울시도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기 위해 23일부터 일반 시민 누구나 분향이 가능하도록 서울광장 서울도서관 정문 앞에 분향소를 설치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