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합동 소속 목회자들로 구성된 교회갱신협의회(대표회장 이건영 목사) 세미나 '교회 갱신과 목회 윤리'가 20일 오후 서울 서교동 서현교회(담임 김경원 목사)에서 개최됐다.
이번 세미나는 최근 합동 출신 목회자들 간의 '칼부림 사건'을 성찰하는 취지에서 '목회자의 성격 장애와 목회 윤리'를 주제로 개최됐다. 세미나에서는 이관직 교수(총신대)가 '목회자의 성격 장애 이해와 치유', 이상원 교수(총신대)가 '교회 정치에 임하는 목회자들의 윤리적 자세'를 각각 발표했다.
먼저 이관직 교수는 고린도전서 13장에 나오는 '사랑'의 14가지 속성을 토대로 목회자의 성격 장애를 이해하고 치유할 방안을 모색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최근 칼부림 사건에서 당사자들은 나름 어렵고 힘든 상황이었지만 자신의 공격성과 충동성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며 "자신들의 행동이 가져 올 영향을 사려 깊게 고민하고 갈등하는 능력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번 칼부림 사건도 분노를 잘 조절하지 못한 결과로, 극도의 분노가 느껴지는 것은 '경계선(borderline) 성격 장애'의 대표적 증상"이라며 "대인관계는 이상화(idealization와 가치 절하(devaluation)가 특징으로, 자신과 타인을 바라볼 때 좋은 점과 나쁜 점이 함께 있음을 인식하지 못한 채 좋은 사이가 갑자기 틀어지고 나쁜 사이로 변하거나 너무 쉽게 화해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건강하지 못한 목회자는 설교를 통해 자신의 억압된 분노를 표현하면서 선지자적 설교를 하고 있다고 착각할 수 있다"며 "사소한 일에 벌컥 화를 낸다거나 편집증적으로 분을 품고 보복할 기회를 엿보는 목회자의 인격은 건강하지 못하고, 목회자는 하나님께 '입술에 파수꾼을 세워 달라'고 기도하면서도 어느 정도 절제하는 범위 내에서 분노의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연습과 노력을 해 나갈 때 건강한 대인관계와 목양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 한국교회는 개교회 혹은 교단적으로 사회 병리 현상과 평행적으로 잘못된 관행들이 이어져 온 부분들이 적지 않다"며 "각종 교단 선거에서 돈이 뿌려졌다는 것은 결코 건강한 인격과 신앙을 바탕으로 한 현상이라 할 수 없으므로, 목회자들부터 먼저 마음을 기경하고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는 삶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상원 교수는 "최근 불거진 교단 목회자들과 관련된 일련의 불미스러운 사태들에 의해 교단 소속 많은 목회자들의 보이지 않는 고귀한 수고와 헌신과 희생이 묻힌 채, 교단 안팎에서 비관적 전망과 조소와 날선 비판만이 난무하는 현실은 안타깝다"며 "우리는 당연히 이 사태에 대해 예리한 윤리적 분석과 비판을 해야 하지만, 이는 교단이 지닌 아름다운 전통을 살려내고 희망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건설적 비판이 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 교수는 "최근 불미스러운 사태는 교단의 중책을 맡아 일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교회 정치란 과연 무엇이고 목회자들은 어떤 마음가짐과 태도로 이에 임해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며 "성경으로 눈을 돌려 보면, 구약성경에서는 정치의 본질을 단도직입적으로 '갈등 조정'이라 단정하고, 신약에서는 사도행전 6장의 구제 사건과 15장 예루살렘 총회 사건 등에서 갈등을 해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관점에서 오늘날 교단 정치의 핵심 직책을 둘러싸고 전개돼 온 권력 투쟁은 성경의 가르침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관행으로, 총대들 상당수는 무거운 영적·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교회 정치가 권력 투쟁에 몰두하면 무신론자가 되거나, 입으로는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실제로 하나님 없이 생활하는 실천적 무신론자들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갈등 조정으로서의 교회 정치는 교회나 교단 운영에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서, 성령이 하시는 중요한 일임을 적극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교단 안에서 목회도 훌륭하게 잘 수행하고 말씀에 대해서도 깊은 이해를 갖고 기도도 깊이 하며 인품도 잘 갖춘 목회자들이 어느 정도 시간적·심리적 희생을 감수하면서라도 소명감을 갖고 교단 운영을 좌우하는 핵심적 자리에 적극 진입해 교단의 중요한 직책들을 맡아 섬겨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