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일·박두환·안교성 박사, 성서학연구소 학술마당서 발제

▲한국성서학연구소 창립 24주년 기념 학술마당이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한국성서학연구소(소장 장흥길) 창립 24주년 기념 학술마당이 '교회를 위한 성경 해석 -성경에 나타난 종말론'을 주제로 19일 오후 서울 장로회신학대학교(총장 김명용) 세계교회협력센터 새문안홀에서 열렸다.

이날 왕대일 박사(감신대 구약학)가 '성서적 종말론, 성경 속의 종말론'을 제목으로 처음 발표했다. 왕 박사는 "따지고 보면 성서적 종말론은 이스라엘 백성이 경험한 역사적 '밤'에서 태동됐다"며 "하나님의 구속사가 예루살렘 도성의 패망이라는 사건과 함께 내리닫으면서 역사적 절망을 치유하는 역사적 소망을 종말론의 지평에서 조망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사야의 예언은 신학적으로 다윗 왕조를 향한 기대를 품고 있다. 메시야 대망이 나오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다윗의 후손으로 오실 분으로 정리된다"며 "하지만 예언자 이사야가 품었던 종말론의 실체가 단순히 다윗 왕조의 회복으로 그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사야 종말론은 궁극적으로는 다윗 왕조의 통치가 아닌 하나님의 통치가 다시 이 땅에 이뤄지게 된다는 신학적 기대로 충만했다"고 했다.

왕 박사는 "이스라엘 신앙의 종말론은 바로 이 하나님의 통치를, 종말에 실현될 하나님의 나라를 기대하게 만드는 신학적 장치로 삼는다"며 "이 점에서 성경의 종말론은 하나님의 통치를 기대하게 하는 신앙적 토대가 된다. 하나님의 나라를 소망하게 하는 복음의 뿌리가 되는 것이다. 다윗의 자손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가 공생애 사역을 시작하면서 맨 먼저 외친 소리가 '하나님의 나라'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 구체화된다"고 했다.

그는 또 구약 다니엘서 7장의 '인자'를 언급하며 "말 그대로 사람의 아들이다. 아담의 아들이다. 곧 구속사의 치유에 대한 처방을 창조 신앙의 회복에서 찾는다"며 "이스라엘 왕국사가 남긴 절망스러운 자취를 창조주 하나님의 직접적인 통치에서 치유하려 한다는 것이다. 다니엘서 7장에 나타난 '인자의 도래'는 현 역사에 대한 심판과 장차 이뤄질 하나님의 다스리심을 조망하는 묵시적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왕 박사는 "예수 그리스도가 인자라고 불리게 된 것은 그에게 걸고 있었던 종말론적 기대가 무엇이었는지를 암시한다"며 "다윗 가문이 주장했던 역사 시대가 끝나고 하나님의 나라가 주도하는 새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뤄지는 두 지평의 합류가 있다. 이스라엘 역사를 완성하는 자리에서 부상하는 예언자적 소망과 이스라엘 역사의 저 너머에서 이 땅으로 도래하는 하나님의 나라를 조망하는 기대가 기독론 사상에서 합류하고 있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왕 박사는 "예수 공동체가 세운 교회는 성전을 대체하는 전혀 새로운 유형의 신앙 공동체였다. 종말에 이뤄질 하나님의 나라를 현실에서 미리 살아가는 종말론적 신앙 공동체로 출발했다"며 "이 점에서 교회는 실현된 종말론을 실천하는 터전이 된다. 그와 동시에 교회는 종말을 기대하는 공동체"라고 강조했다.

▲왕대일 박사(오른쪽)가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사회를 맡은 장흥길 소장. ⓒ김진영 기자

 

이어 박두환 박사(나사렛대 신약학)가 '신약성서의 종말론의 다양성 -묵시문학적 종말론과 예언적 종말론을 중심으로'를 제목으로 발표했다. 박 박사는 "예수는 '하나님의 나라'가 아주 먼 훗날에 올 것으로 말하지 않고 아주 임박했다고 선포한다"며 "임박한 하나님나라의 도래는 인간이 아닌 하나님이 주도하는 운동으로 신적인 결단과 실천에 의해 진행된다"고 했다.

박 박사는 "하나님의 나라를 받아들일 인간의 유일한 행위는 회개"라며 "예수가 선포한 '회개하라'와 같은 개념은 구약의 예언서와 신구약 중간기 문헌에서도 발견되는데, 죄의 세력에 물들었던 삶과 영혼을 이제 하나님의 말씀으로 돌아가 그분의 시대적인 말씀과 소명을 따르라는 뜻에서 예수는 하나님의 주권을 믿고 돌이키라고 선포하고 있다. 그래서 인간은 회개하고 하나님께 돌아서야 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종말의 시기를 계산해 보려는 모든 시도들이 묵시록에서는 낯설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시도들은 거부된다"면서 "다른 한편으로 세상을 초월한, 즉 공간과 시간의 초월을 전제로 하는 미래에 대한 기대가 약화돼선 안 된다. 우리는 '묵시문학'에서 공간과 시간, 역사적 실존을 전제로 한 종말론을 인식할 수 있다. 그것에 의하면 세상은 점차 심각하게 무질서 가운데서 하나님을 대적하게 되며, 결국 심판을 받게 되고, 심판 이후에는 하나님에 의해 새로운 세계가 이뤄진다"고 했다.

끝으로 '한국교회사에 나타난 종말론 유형 연구'를 제목으로 발표한 안교성 박사(장신대 역사신학)는 한국교회의 역사를 초기와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 급성장기 및 세계화 시기로 나눠, 각 시기마다 나타났던 종말론의 다양한 모습들을 고찰했다.

그러면서 안 박사는 한국교회의 종말론이 △종교·사회·정치·문화·세계 등 다양한 맥락과 조우했으며, 도전과 응전의 양상을 보였고 △전천년설, 특히 세대주의적 전천년설이 주류를 이뤄 한국교회가 탈정치화됐다는 주장이 널리 회자됐다고 했다. 그러나 '탈정치화' 주장에 대해선 "재고의 여지가 있다"며 "전천년설을 추종하는 경우에도 정치화된 모습이 있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각 시기마다 종말론의 유형을 살핀 안 박사는 "아직까지도 한국교회가 종말론 신학을 건전하게 수용하지 못했고, 하나님나라와 교회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했음을 발견하게 됐다"며 "결국 기독교 신앙은 종말이 당장이라도 임할 것 같은, 그러나 동시에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은 긴장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라는 명제는, 초기 교회 이후 모든 교회가 직면해야 할 진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