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우리로 화해하게 하소서(고후 5:18-21, 창 33:1-4)!'를 주제로 역사적인 예장 통합 제100회기가 출범한 가운데, 이를 이끌어갈 총회장 채영남 목사의 리더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채영남 목사는 지난 9월 14일부터 3박 4일간 청주상당교회에서 열린 제100회 총회에서 주제에 맞게 화해를 강조하면서도, 교단 내 가장 큰 난맥상이었던 연금재단 문제에 있어 결단성 있는 모습을 보여 박수를 받았다.
사실 연금재단은 지난 몇 년간 총회의 주요 이슈였지만, 증경총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어 많은 문제들이 발견됐음에도 제대로 이를 처리하거나 해결점을 모색하지 못했다.
그러나 채 목사는 이러한 '전관예우'의 적폐를 털어내고, 총회를 진행하는 내내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이사진 전원 해임과 새 이사진 구성이라는 큰 변화를 이끌어냈다. 뿐만 아니라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이사회의 직접 투자를 제한하도록 결의했고, 해임된 이사장이 연금재단 직원들을 움직여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시도도 총회 결의를 통해 원천 차단했다.
채영남 목사는 연금재단 관련 논의를 마무리하면서 "건강한 연금제도를 만들도록 기도하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으니, 믿고 맡겨 달라"며 개혁 의지를 드러냈고, 총대들은 만장일치 박수로 이에 화답했다.
채 목사는 개회예배 설교를 통해 '화해'에 대해 강조하면서 "화해는 신약성서 전체 메시지의 중심 내용이고, 바울 신학의 핵심 주제이자 오늘 한국교회에 가장 필요한 주제"라며 "그러나 지금 교회들은 스스로 치유하고 화해하지 못한 채 재판으로 해결하는 일이 만연, 교회의 치부를 세상에 드러내 하나님 영광을 가리고 전도의 문을 막아 교회가 힘을 잃게 했다"고 했다.
이에 걸맞게 채 목사는 총회 도중 전북 지역 두 노회 간의 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했고, 격론이 벌어진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보고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해 심각한 충돌을 막았다.
또 100회기 1년간 '7대 화해 사역'을 추진하고자 준비 중으로, 특히 교회 내 분쟁을 화해조정으로 해결하고 역사인식의 오류로 징계를 받거나 탈퇴한 교인들에게 공식적인 사면과 사과를 실현하는 '화해조정과 사면을 통한 화해사역'을 펼칠 계획이다. 또 100회 총회를 기념해 2016년 춘계 목사안수식을 '화해의 종 안수식'이라는 이름으로, 예전을 갖춰 안수받는 이들에게 의미를 전해주도록 통합 거행하고자 구상 중이다.
이 외에도 부활절부터 오순절까지 화해 사역을 전개하는 '화해와 십자가의 날', 6·25 '민족 화해의 날', 경제양극화 극복을 위한 '나눔과 돌봄의 화해사역', 교정선교를 위한 '담 안(교도소)의 화해사역', 한국교회 연합사업 활성화를 위한 '한국교회 일치 증진을 위한 사역'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밖에 제100회 총회 기념 감사예배에서도 설교를 교단 최고 원로인 림인식 목사에게 양보했고, 군더더기 없는 예배 순서와 진행으로 "우리끼리 자축하며 기뻐하기보다,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리자"는 자신의 발언을 실천했다.
또 전임 총회장의 마지막 요청대로, 4일 내내 발언을 요청하는 총대들을 '총대님'이라 존대하며 부르기도 했다. 총회장 취임 직후에는 총대 1,500명을 향해 통성기도할 것을 요청하며 총회를 '부흥회' 장소로 만들었고, 기회만 있으면 총대들과 함께 양손을 든 채로 총회 주제인 '주여, 우리로 화해하게 하소서'를 부르짖었다.
◈사역의 중심 '너는 복이 될지라'
채영남 목사는 총회 폐회예배에서 설교했는데, 그 제목은 '너는 복이 될지라(창 12:1-3)'였다. 그는 "앞으로 모든 교회와 목사·장로·교우님들, 그리고 한국교회에 하나님의 복을 나누는 일에 충실한 통로가 되겠다"며 "여러분도 덕을 보려고, 복을 받으려고만 생각하지 마시고, 복이 되려고 할 때 하나님의 영광이 이 땅에 충만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복의 통로가 되자", "복이 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지난 7월 말 총회에서 주최한 자립대상교회 선교대회에서도 "교회란 구원받은 하나님 백성들의 모임으로, 무엇보다 복을 받고 복이 되어 복을 나누는 곳이 되어야 한다"며 "그 복이란 다름 아닌 예수님이시다. 다른 것 없이 말씀 한 구절이라도 제대로 붙잡고 나아간다면 역사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채 목사의 메시지는 지근거리에서 채 목사를 취재한 작가가 최근 펴낸 책 <복이 될지라>에 자세히 소개돼 있다. 책에서는 광주본향교회 그의 '걸어온 길'을 통해, 그가 '달려갈 길'을 바라볼 수 있다.
채 목사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복이 되라고 말씀하시기 전에 복을 주겠다고 하셨듯, 교회가 할 일은 두 가지, 즉 복을 받는 일과 복을 나누는 일이라고 말한다. 예배와 성경공부, 기도와 찬송 등은 복을 받는 일이고, 섬김과 봉사, 전도 등은 복을 나누는 일이 된다. 그는 그래서 교회가 갈 길을 복을 받는 통로인 '예배'와 복을 나누는 통로인 '섬김'으로 단순화시켰다.
이는 교인 수가 불과 30명 정도였던 '극락교회' 부임 시절부터, 아니 그 이전 여수에서 배로 7시간 거리인 거문도 덕촌교회에서부터 지켜 온 원칙이었다. 극락교회는 그가 부임하고 2년 후 '본향교회'로 이름을 바꿨고, 10년 만에 성도가 1천 명에 가까워졌다. 지금은 '1만 명이 모이는 교회, 1백만 명의 영혼 구원, 300개 교회 개척'을 비전으로 하는 '113 비전'을 꿈꾼다.
본향교회는 '복을 나누는 일'인 섬김에도 계속해서 힘쓰고 있다. 미자립교회 교역자 지원과 군선교에 적극 나섰고, 지역을 위해서는 주부대학과 노인대학을 설립하고 평생교육원을 개원했다. 또 교도소와 경찰, 독거장애인과 독거노인 돕기, 소년소녀 가장 돕기 등 사회 전반에 섬김의 손을 뻗고 있다. 필리핀 마닐라, 러시아 루시바, 미국 LA에 본향교회를 개척하고, 모스크바 장신대를 비롯한 10여 곳의 해외 선교지를 지원하고 있다.
이 책에는 채영남 목사 주변의 21인이 그에 대해 증언한 내용들이 빼곡하다. 채영남 목사는 '닫는 글'에서 "아무리 돌아보아도 저는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병으로 네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고, 그 이전에 이미 죄로 인하여 사망했던 사람"이라며 "저는 무익하고 부족한 죄인이나, 저를 죽음에서 건져 내신 하나님께서 천하 만민에게 복이 되는 삶을 살라고 이 자리에 부르셨다고 믿는다"고 고백하고 있다.
채 목사는 "총회장 자리는 저를 내세울 브랜드가 아니고, 오직 주님의 종이 됐다는 낙인이자 주님의 도구로 사용돼야 한다는 또 하나의 징표일 뿐"이라며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참으로 많은 이때에 한국교회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기 위해 가장 낮은 자세로 섬기는 자가 되겠다. 남은 날도 주 예수님보다 귀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세상에서 오직 주 예수님만을 높이며 살겠다. 그 귀하신 보혈의 피로 세상을 복되게 하는 것은 남은 날의 제 사명"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