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대회에서 박영균 목사가 설교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학술대회에서 박영균 목사가 설교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한국실천신학회(회장 김한옥 박사) 제57회 정기학술대회가 '복음과 경제'를 주제로 12일 서울 개포동 우리중앙교회(담임 박영균 목사)에서 개최됐다.

학술대회 제1발표에서는 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 전 회장)를 좌장으로 정일웅 박사(전 총신대 총장)가 '한국 선교사(史)에 나타난 교회의 경제활동'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정일웅 박사는 "한국교회의 규모가 커지고 한국사회가 자본주의 경제제도에 의존해 움직이는 사회로 발전하면서, 한국교회 재정 운영에 소요되는 경제 규모 역시 커져갔다"며 "여기서 우리는 교회가 필요로 하는 재정을 오직 성도의 헌금에만 의존해야 하는지, 아니면 그 어떤 재정을 확충할 방법이 있는지 질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후 한국교회 역사와 경제의 관계를 살폈다. 그는 "130년 전부터 한반도에서 여러 선교사들이 헌신했는데, 이들의 활동 경비는 짐작컨대 그들을 파송한 구미 교회들의 후원에 의한 것이었고, 이는 결국 해당 교회 성도들의 선교헌금이었다"며 "이후 美 북장로교에서 파송한 중국 선교사인 네비우스(J. L. Nevius)가 주창한 '자진전도·자력운영·자주치리'의 3자(三自) 선교정책에 따라, 한국 성도는 복음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고 봉사하면서 자립 정신과 규칙적인 헌금 습관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일제강점기와 6·25 이후 1960년대부터 한국교회가 급속 성장하기 시작했고, 경제적으로 자립된 교회들은 성도의 헌금을 은행에 저축하여 재정을 확충하거나 개발 중이던 강남 지역에 투자해 대형교회를 이뤄냈고, 전용 공동묘지를 구입하거나 수양관을 건립하기도 했다. 정 박사는 "그러나 한국교회는 가장 수적으로 부흥했던 1960-90년대 개별 교회의 성장과 경제 자립에만 매달렸지, 날로 더 많이 소요되는 재정 문제를 해결할 대책을 공동으로 만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수적으로 정체 내지 감소 중인 한국교회의 재정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는 "비영리기관으로서 성경적 교회 재정의 기초는 성도의 자발적 헌금"이라며 "그 헌금은 역시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감사의 표현으로 신학적 정당성을 가질 뿐 아니라, 사회적 실체로 교회의 현실적 존립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헌금은 어디까지나 이웃과 선교 사역에 사용되는 나눔이라는 대원칙이 전제이다. 교회 자체의 규모를 키우는 일에 투여되거나 목회자에게 과도하게 집중돼선 안 된다"고 했다.

정일웅 박사는 "오늘날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교회들이 헌금으로 더 큰 재정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묻는다면, '주식 투자'를 적절한 대답으로 말할 수 있다"며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 안에서 주식투자 자체를 부덕한 행위로 간주할 순 없지만, 교회는 이러한 행위에 임하기 전 사회적 공신력을 인지하면서 행동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교회의 존립 근거가 영리에 있지 않음을 분명히 전제하고, 경우에 따라 투자 목적을 분명히 하면서 주식 투자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고 그 기준에 따르면 가능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교인들의 정성이 담긴 헌금이기에 손실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고, 투자 대상이 되는 기업의 사회적 공익성도 따져 봐야 한다"고 했다.

정 박사는 "새롭게 시도되고 있는 박영균 목사의 복음과경제연구소 활동은 주식투자 사업을 활용하고 있는 대표 사례"라며 "세계 선교와 새로운 교회 성장의 활성화를 목표로 연구소를 세우고, 성도들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을 모집하여 주식에 투자하고 재정을 확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특히 교회 재정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교회와 별도로 투자회사를 경영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구별된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좌장 김충렬 박사, 논찬 이명희 박사, 발표 정일웅 박사, 논찬 성신형 박사. ⓒ이대웅 기자
(왼쪽부터 순서대로) 좌장 김충렬 박사, 논찬 이명희 박사, 발표 정일웅 박사, 논찬 성신형 박사. ⓒ이대웅 기자

논찬을 통해 이명희 박사(침신대)는 "교회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명 성취와 세상을 섬기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며 "교회는 교회의 에너지를 교회 자체보다 외부를 향한 사역에 더 많이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성신형 박사(숭실대)도 "한국교회가 투자와 영리를 만드는 것에 대한 생각을 바꿔, 이익을 어떻게 나눌지 근본적 고민을 하면서 투명한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제2발표에서는 위형윤 박사(안양대)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교회의 경제 정의'에 대해 발표했다. 위 박사는 "경제적 착취나 탐욕으로 인한 부의 편재는 인간 사회를 타락시키고 권력의 오용에로 인도하기 때문에 공적 통제가 필요하고, 국민 복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면서 동시에 인간의 가치와 지위도 경제적 발전과 함께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독교 개인의 동등성은 그 성향과 재능, 소원과 욕구가 다양하기 때문에 균등한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기본적인 삶이 보장돼야 하고, 이는 사회 정의와 세계 평화의 초석이 된다"며 "기독교의 경제적 동등성 실현을 위한 이상국 건설은 조직과 무력에 의해서만 성취될 수 있는 전제주의적인 것"이라고 했다. 또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경제정의 실현을 위한 긴장 관계의 대립은 타협을 통한 끝없는 개혁으로 해결돼야 한다"며 "무엇보다 교회가 경제정의를 실현하는 영적 회복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3발표에서는 조재국 박사(연세대)가 '현대 교회의 헌금 이해와 재정 운용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그는 미국교회의 재정사업과 관리 방법을 소개하면서 "개혁신학자들은 경제적 상품이나 물질적 재화가 기독교 신앙과 상충되지 않는 것으로, 그 쓰임에 따라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보면서 자본주의 재정 운용 시스템이 신앙적 기준에 따라 선교 목적에 사용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고 말했다.

조 박사는 "현대 교회에서 교회 재정은 선교 목적에 따른 경제적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적절한 수입 모델을 개발하고 효율적인 운용을 생각해야 하며, 안정적 헌금수입을 위해 마케팅 기법을 이용한 헌금 교육이 필요하다"며 "교회 재정도 현대의 경제상황에서는 금융상품의 하나일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교회는 성도들이 바치는 다양한 형태의 헌물을 효율적으로 잘 보관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교회 재정 사업에 대해서는 "주식투자 등 금융상품의 활용과 모금 캠페인이 있는데, 교회의 금융상품 투자는 교회나 교단이 만든 공익적 투자자문사가 전문성을 갖고 윤리적이고 안전한 투자처에 투자하도록 도와 주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모금 캠페인은 헌금 마케팅의 하나로 성도의 호응을 얻고 있다"이라며 "미국교회가 자본주의 금융 시스템을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재정 관리 제도와 원칙을 잘 이용하고 지키기 때문으로, 교회가 국가의 세무제도에 부합하는 투명하고 적법한 재정 관리 및 회계처리를 시행할 때, 성도의 신뢰와 함께 인생에서 의미 있는 헌물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선 예배에서는 김한옥 교수 사회로 한재동 목사(수석부회장)가 기도, 최진봉 목사(서기)가 성경봉독 후 박영균 목사(복음과경제연구소 소장)가 설교했다. 박 목사는 "이제 교회도 경제 문제에 대한 성경적 대안과 대책을 가져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큰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며 "벤처·중소기업이 살아야 한국 경제가 살듯, 한국교회 80%를 차지하는 개척교회와 중소교회가 살아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광선 예장 통합 증경총회장은 축사를 전했으며, 권용평 예장 통합 전 연금재단 이사장이 축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