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을 앞두고, 진규선 목사님이 국내 미출간된 '좋은 그리스도인 남편과 아버지로 살아가는 동안 지켜야 할 네 가지 원리, Knowing, Leading, Protecting, and Providing'에 대한 티모시 위트머의 신간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앞으로 해외 도서 소식도 종종 전해 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이 책은 그리스도인의 가정에 대한 굉장히 보수적이고 건전한, 그리고 참으로 평이한 시각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처럼 비록 다 아는 내용임에도, 읽음으로써 반성하고 다짐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책이 있다. 이 책이 바로 그렇다. 또한 이 만큼 간결하고 모든 것을 적절하게 성경적 근거를 들어 가정을 위한 교훈을 가져오는 책도 드물다.
저자인 티모시 Z. 위트머(Timothy Z. Witmer)는 가정의 목자, 즉 좋은 그리스도인 남편과 아버지로 살아가는 동안 지켜야 할 네 가지 원리를 제시한다. 그것은 바로 마치 목자가 양에게 하듯, 자신의 가족 구성원을 "알고", "인도하고", 먹을 것을 "공급하고", "보호하는 것"이다. 이 원리는 아내에게 적용될 때와 자녀에게 적용될 때가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공통분모는 분명히 있다. 무엇보다 아내를 안다는 것과 자녀를 안다는 것은, 곧 함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대화를 나누어야 함을 의미한다. 실제 아내와 자녀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을까? 나는 얼마나 함께 시간을 보내고 대화를 하는가? 뜨끔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가 이 글을 읽으며 놀란 것은 이것이다. 아내는, 자녀는 도대체 어떤 죄와 싸우고 있는가?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한 가족으로 살아가다 보면 마치 내가 싸우는 죄나 고민하고 있는 문제도 역시 다른 가족 구성원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나의 추정일 뿐일 수도 있다는 지적은 꽤나 심각하게 다가왔다. 우리는 시간을 내는 법, 대화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다행히 저자는 책에서 그 노하우를 알려준다(저자는 모든 장에서 자신의 실제 경험을 들려준다).
가족 구성원을 인도한다는 것은, 꽤나 추상적이다. 교회의 리더나 기업의 리더의 목표는 분명한데, 가정의 목표는? 저자는 가정의 목표에 가정의 행복이나 풍요로움 등이 포함될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그것은 '하나님의 영광'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인도한다'는 것은 다소 권위주의적인 느낌이 들어 거부감이 든다.
저자는 보수적 신앙의 전형적인 설명, 돕는 자의 위치와 질서를 말하며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성경구절을 해석해 나간다. 가장 좋은 방법은 결국, 아내를 예수님처럼 사랑하면 아내의 불만이 사그라질 것이라는 것! 어떤 부부가 겪은 '반면교사'의 사례는 전형적인 한국 남편의 모습을 보여준다.
"남편은 제게 단 한 번도 '사랑해'라고 말해준 적이 없어요."
"무슨 불공평한 소리야, 난 적어도 일 년에 두 번 이상은 '사랑해'라고 말하잖아."(83p.)
자녀를 인도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지혜'를 가르치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꽤나 잠언을 자주 인용한다. 이러한 자녀 인도는 또 다른 원리, '공급'과 이어진다.
남편이자 아버지, 가장으로서의 삶은 쉽지 않다. 그러나 하나님이 그를 가정의 목자로 세우셨기에, 그는 양에게 먹을 것을 공급해야 한다. 그것은 물질적인 것과 영적인 것 둘 다를 포함한다. 중요한 것은 물질적인 것을 공급하기 위해 일을 지나치게 많이, 또는 지나치게 적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지나침의 기준은 참으로 문화가 달라서 적용하기 어렵지만, 저자는 간단하게 정리해 준다. 매일 저녁을 함께 먹기를, 반드시 주일이나 휴일은 가족과 함께하기를. 한편 영적인 공급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가장의 역할은 주일학교 교사에게 전적으로 위임될 수 없는 고유한 것이기 때문이다. 가정예배 혹은 말씀 읽기 등이 되겠지만, 저자는 참으로 '현실적'(realistic)이다. "우리 가족은 매일 한 시간씩 경건의 시간을 가지겠어"란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한다(이렇게 말해준 저자가 참으로 고맙다!).
그는 친절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면서, 반드시 '실제로 할 것'(be real)을 당부한다. 아이라도 가식적인 혹은 형식적인 참여인지를 다 안다는 것이다. 필자를 포함해 많은 목회자의 가정이 그래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닐까. 일방적이고 형식적이며 억지로 갖는 경건의 시간이 오히려 자녀에게 영적인 것을 공급하지 못하게 하기에, 상처받는 '목사의 딸'이 나오는 것은 아닌지, 딸을 가진 목사의 한 사람으로서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가정을 보호하는 것에 굉장히 힘을 주어 말한다. 아내를 보호한다는 것은 곧 가정을 보호한다는 말이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바람을 피우지 말라는 뜻이다. 성적 유혹은 모든 남자에게 찾아온다는 것과, 그럼에도 반드시 그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을 저자는 말한다. 성적 일탈이 가져오는 수치를, 아내를 즐거워해야 함을, 주님을 의지하면 유혹을 이겨낼 수 있음을 본서는 상기시켜 준다. 심지어 저자는 인터넷 포르노까지도 끊어내기를 권하는 듯하다. 내 인터넷 접속을 체크하는 서비스에 가입해서라도 말이다!
한편 아버지로서의 목자는 자녀를 악한 것에서 보호해야 한다. 성경을 기준으로 삼아, 물질주의나 상대주의와 같은 가치관 문제로부터 시작해서 결코 넘어서지 말아야 할 '경계'를 가르쳐야 한다. 중요한 것은 훈육의 방식이다. 여기서 저자는 필자처럼 첫 아이를 길러 키우는 사람에게 아주 유익한 훈육의 기술들을 가르쳐 준다. 그 중 하나는 체벌에 관한 내용이다. 저자는 체벌을 무조건적으로 옹호하지도 반대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지혜롭게 미리 훈육에 대해 '약속'할 것을 권한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부록으로 저자는 가정의 경건을 돕기 위한 다양한 책 목록을 실어주는데, 단순히 교리문답서 뿐 아니라 동화책도 음반도 있다. 그와 유사한 것들이 국내에도 있지만, 목록과 비교해 볼 때 아직까지 우리나라 기독교 교육 및 문화 산업은 갈 길이 먼 것처럼 느껴져, 고마움보다는 오히려 아쉬움이 컸다.
한편 저자는 보수적인 신앙인으로, 성경이 말하는 일부일처의 원리 하에서 정상적인 가정의 형태, 즉 남성과 여성 한 사람씩으로 이루어진 부부에 한 명 이상의 자녀를 둔 가정을 전제하고 있다. 사실 그래서, 이 책은 이런 구성을 가진 가정 혹은 예비 부부에게 적절하다. 하지만 단순히 이 책은 남성 그리스도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편의 역할과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현대 가정의 구성원 모두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도서정보
제목: The Shepherd Leader at Home: Knowing, Leading, Protecting, and Providing for Your Family
저자: 티모시 Z. 위트머(Timothy Z. Witmer)는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교에서 목회학 석사(M.Div.)를, 미국 리폼드신학교에서 목회학 박사(D. Min.) 학위를 취득한 뒤, 현재는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교에서 실천신학 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베스트셀러 <목자 리더십>(The Shepherd Leader: Achieving Effective Shepherding in Your Church, 개혁주의신학사 역)의 저자이기도 하다.
가격: 12.99달러
(국내 미번역)
/진규선 목사
대신대와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기독교문서선교회(CLC)에서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