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수 교수
(Photo :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김일수 교수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이하 협회) 주최 '생명운동을 위한 예배 및 생명윤리 공개강연'이 6일 서울 도곡동 개혁파신학연구소에서 진행됐다.

이날 고려대 명예교수인 김일수 공동대표는 '생명윤리, 왜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해 강연했다. 그는 "인간은 하나님의 동일한 형상으로 지음받은 '자녀'라는 점에서 생명의 존엄성을 찾을 수 있다"며 "무엇보다 생명의 주권은 우리 자신이 아닌 하나님께 있음을 기억하고, 은혜 가운데 받은 그 선물을 잘 보존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공리주의와 유물론, 실존주의·합리주의·이성주의 등의 사조로 인해, 최고의 가치이자 가장 보호해야 할 '생명'조차 개인이 처분할 수 있는 대상이 되어가는 위기에 처해 있다"며 "쉽지 않겠지만, 기독교는 이러한 세상의 풍조에 맞서 생명윤리를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그는 "생명이 고귀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라며 "생명은 인간 실존의 토대가 되기 때문에 최대한 보호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윤리적 요청이 있고, 이를 위한 여러 제도들도 마련돼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최근 여러 과학기술의 발달로 '생명'은 위기에 처해 있다. 이에 대해 "유전공학의 발달로 인해 올더스 헉슬리가 소설 <멋진 신세계>에서 말한 것들이 현실화되고 있고,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인공수정"이라며 "단순히 불임 부부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신 여성이 매력적이고 인기가 높은 이들의 '정자'로 인공수정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또 "아이를 갖고 싶은 동성애자들이 대리모나 타인의 정자를 통해 해결할 수 있게 되면서 극단적 경우 '어머니'라는 개념의 혼란과 출산, 수정아의 법적 고아상태 등의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며 "만에 하나 이러한 과정으로 아이가 생겼지만 기형이 있을 경우 인수를 거부하는 문제도 생길 수 있는 등, 체외수정에 의한 출산은 생명의 신성성과 가족관 등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간복제 문제에 대해서도 "유전병을 고칠 수 있지만, 인간이 도구화·기계화·대상화되는 위험이 있다"며 "아인슈타인의 지성과 '말의 힘'을 지닌 체력, 클레오파트라의 미모를 가진 사람을 '생산해 내는' 기술을 갖게 된다면, 인간은 물질화·상품화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일수 교수는 "'생명의 시기' 단계에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난제는 낙태와 태아의 생명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태아의 생명'보다 우선하는 일부 유럽 국가들이 있다"며 "자연권인 '태아의 생명권'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기득권'에 의해 무시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간을 어떤 이유로든 수단화하거나 처분할 수 없는데, '낙태'는 '자기결정권'이라는 탐욕적 이름으로 생명에 접근하는 위험한 현상"이라며 "특히 문명이 발달한 사회일수록 이러한 경우가 심한데, 이렇듯 생명을 '처분 대상'으로 삼는 것은 '선진국'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행태"라고 비판했다. 또 "낙태를 최소화하려는 노력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법 제도가 낙태를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결과를 불러왔다"며 "산업화 시대 정책입안자들이 마련한 우리의 '모자보건법'도 생명을 성장의 하위에 두면서 만들어 놓은 자아상"이라고 했다.

'뇌사'에 대해선 "장기 확보를 위해 죽음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병원들의 주장이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심장사'를 죽음으로 삼은 것은 생명과 호흡이 끝나는 시기를 동시에 육감으로 알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정한 것"이라며 "그러나 뇌사는 비록 기계장치에 의한 것이지만 호흡도 계속되고 손톱도 자라고 피도 돌아가는 상태로, '죽어가는 사람들의 생명을 그들의 장기로 구해내자'는 것은 공리적 관점"이라고 했다.

안락사(존엄사)에 대해서도 "공리적 측면에서 응급실에 자리가 없어 죽어가는 젊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다고 하지만(형법상 긴급피난), 이러한 시각 자체가 생명을 비교 대상으로 만들어 정당화시키는 것"이라며 "그러나 형법상으로 생명과 생명을 비교해서 죽이는 일은 정당화될 수 없다. 불법의 세계가 법으로 정당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하나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하나님께서 주신 영원한 생명에 관한 전망이 없다면 아마 인간의 생명은 더욱 수단화되고 교환이 가능한 단계에까지 이르렀을 것"이라며 "우리는 생명보호의 견고한 진이 허물어지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고 마지막 경고를 울리면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일수 교수는 "우리 협회가 기독교적 관점에서 '의학적 생명'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에 대한 전망을 갖고 생명을 위에서부터 이끌어가는 역할을 감당해야, 높은 파도가 이는 이 시대의 위험한 과학기술 발달과 생명의 가치를 반하는 가치관에 맞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선 예배에서 요한복음 14장 6절을 본문으로 설교한 김주형 목사(송파가나교회)는 "참다운 생명은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될 때 경험할 수 있다"며 "결국 모든 것의 발원지는 하나님의 말씀이고, 말씀 안에 놀라운 생명이 들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