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 판결을 놓고, 목회자들과 교수들도 SNS에서 의견을 밝혔다.
먼저 유기성 목사(선한목자교회)는 "죄 하나가 없어졌으니 좋은 세상이 온 것일까"라며 "주님께서는 '이제 이 세상에 대한 심판이 이르렀으니 이 세상의 임금이 쫓겨나리라(요 12:31)'고 하셨다. '그래서 이렇게 된 것이구나!' 생각은 하지만 마음이 답답하다"고 했다.
유 목사는 "간통죄를 폐지한 가장 첫 번째 이유가 국민의 생각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하고, 여성단체에서조차 간통죄 폐지를 찬성하고 나섰다니 사람은 정말 변하는 것 같다"며 "간통죄가 사라지면 전통적인 가정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에 대해, 간통죄가 존속해도 간음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유기성 목사는 "사실이다. 법이 죄를 막을 수 없다"며 "구약에 정한, 간음에 대한 벌은 더 가혹했지만 다윗도 간음을 저질렀다. 그러나 법이 있어도 죄를 막을 수 없는 것과 죄를 죄 아니라고 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굳이 성경을 인용하지 않아도, 배우자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간음을 했다면 죄 아닌가? 그것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인가?"라고 했다.
유 목사는 "로마서 1장 28절에 '사람들이 마음에 하나님 두기를 싫어한다'고 했는데, 하나님을 믿는 저로서는 이것이 두렵다"며 나라를 위한 기도가 더욱 가슴을 조여온다"고 토로했다. 그는 "간통죄가 없는 나라가 많다고들 하는데, 좋은 것을 따라야지 왜 나쁜 것을 따르는지 참 답답하다"며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 결정에 콘돔·피임약·아웃도어 업체와 여행사 주가가 급등했다는 보도를 보았다. 왜 이렇게 연결되는 것인가,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인가?"라고 개탄했다. "열리지 말았어야 할 문이 열린 것 같다"고도 했다.
유기성 목사는 "전에는 사람들 마음에 은근히 가지고 있던 생각이었고 그때는 그런 생각을 말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었습지만, 이제는 노골적으로 드러내다 못해 죄가 아니라고 법으로 정해버렸다"며 "사람의 생각이 변하기만 하면 지금까지는 죄였던 것이 더 이상 아닐 수 있다면,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 두렵다. 사람들의 지식이 많아지면 세상은 더 좋아질 것이라는 진화론적 사고는 과연 진실일까"라고 말했다.
총신대 김희석 교수도 "기독교 신앙의 윤리로서는 도저히 찬성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물론 기독교 윤리체계를 모두 법제화할 수는 없겠지만, 기독교 가치로서 사회관념을 이해하려고 할 때는 반대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제 교회는 간통죄 폐지에 대한 단순한 이론적인 반대에 머물기보다, 간통죄에 대해 실제적으로 어떻게 대응하는지 세상에 분명히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며 "대표적 경우가 목회자의 성범죄 혹은 성도들의 간통 사건 등에 대해 권징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무리 간통죄가 성경적으로 죄악이라 논해 봤자 탁상공론으로 보일 뿐"이라며 "사람들은 교회가 그런 죄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훨씬 더 주의 깊게 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희석 교수는 "성추행 등의 범죄행위가 뚜렷한 증거로 드러났음에도, 치리하지 않고 목사 노릇을 계속하게 하는 여러 사건들이 눈앞에 있다"며 "우리가 정말 간통이 죄라고 생각한다면 올바른 권징을 통해 하나님의 의를 올바로 세우는 일을 먼저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교회에서 말씀강론을 통해 이 부분에 대한 하나님의 기준을 올바로 가르쳐야 하는데, 쉬쉬 덮고 넘어가기 바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간통죄 폐지는 단순히 세속적 가치관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가 세상을 향해 성경적 윤리기준을 삶의 실천으로 제시하는 직임을 스스로 포기해버린 우리들의 뼈아픈 자화상"이라며 "따라서 우리는 이론적 반론에 머물지 말고, 성경적 삶을 스스로 먼저 살아내 세상에 보여주는 교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세상이 보기에 자기가 주장하는 바를 스스로 지키지도 않는 자가당착적인 '우스운 종교집단'으로 보일 것"이라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우리 스스로 말씀에 의해 삶을 세워나간다면, 사회법에서는 간통을 죄가 아니라 할지라도 그것이 왜 죄가 되는지 세상에 똑똑히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이것이 진정 세상에 영향력을 끼치며 빛과 소금으로 사는 주님의 나라의 모습일 것이고, 그렇게 살게 될 때라야 '간통이 죄'라는 기독교의 윤리체계가 세상에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감신대 박충구 교수는 "문명사회라면 성(性)을 매개로 한 관계는 당사자의 자율적 판단과 책임의 영역이 되어야지, 부모나 법이나 국가가 당사자의 성적 관계를 적극적으로 매개하거나 책임져 줄 수 없다"며 "그러나 성 윤리에 있어 인격성이란 성과 관련된 행위로 인하여 상대에게 '해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은 어느 경우라도 포기될 수 없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런 원칙은, 성과 사랑에 있어 요구되는 관계는 폭력적인 관계가 아닌 정의로운 관계, 소외가 아니라 공적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관계, 억압적 관계가 아니라 평등한 관계, 좌절과 절망이 아니라 희망적 관계가 되어야 한다는 당위를 요구한다"며 "이런 조건을 원만하게 갖춘 관계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합법적인 결혼 관계에서만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간통죄는 가부장적 사회가 여성의 성을 사유화하고 감시하기 위한 체제였다"며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 간통죄는 일본의 식민지 상황에서 일본 구법을 적용하다, 1947년 해방 후 법 체계를 제정할 때 일본 구형법을 모법으로 간통자 모두를 처벌하는 내용으로 수정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축첩행위를 당연시하던 당시 사회 풍습과 남성들의 외도에 관대한 풍조에 의해 여성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피해의식도 크게 작용했다.
박충구 교수는 "기독교는 선교 초기부터 조선의 가부장적 사회가 당연시하고 있는 축첩제도를 반대해 왔기 때문에, 간통죄 성립에 많은 지지를 보냈다"며 "당시 간통죄 성립을 위하여 애를 썼던 여성들은 대부분 기독교인들이었고, 제헌의회 의원 중에는 상당한 수의 기독교인들이 있었다"고 했다. 이에 "간통죄 위헌 판결과 관련, 성서적·규범적 판단을 가진 기독교인들은 불편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고도 했다.
그는 "간통죄를 당연시하던 기독교의 입장에서 본다면 간통죄 폐지는 규범의 폐지처럼 간주될 수도 있으나, 타율적 규범에 의해 지켜지는 혼인관계는 기독교 신앙의 관점에서 만족할 만한 것이 아니다"며 "혼인관계란 피차 사랑과 믿음과 헌신에 의하여 유지되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기독교 신앙이 요구되기 때문으로, 이제부터는 자율에 의해 지켜지는 혼인생활이 돼야 한다는 한 단계 성숙한 규범이 요구되는 시점이라 생각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박 교수는 "간통죄 폐지는 성과 사랑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돌려놓는다는 의미를 갖는다. 성과 사랑의 문제는 국가나 법이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개인 사생활의 영역으로서, 개인의 자율적인 판단과 자기존중의 가치가 지켜주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여기서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 그리고 인간의 권리가 어떻게 성과 사랑이라는 관계의 웹에서 적용되어야 하는지 보다 깊은 성찰이 요구되고, 성과 사랑의 관계에 있어 이제부터는 자기 스스로 행복을 지킬 수 있는 책임적 윤리가 요구되는 셈"이라고 글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