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다는 것
헨리 나우웬 | 포이에마 | 184쪽 | 11,000원
새해는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롬 12:2)를 꾀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지만, 중년 이상에게는 (가끔은 이하에게도) 떡국을 삼키며 '또 한 살을 먹는다'는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은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하지만 헨리 나우웬(Henri J. M. Nouwen)은 '나이 듦'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나야 하는 길"이라고 담담히 이야기한다.
월터 개프니(Walter J. Gaffnew)와 함께 쓴 <나이 든다는 것(Aging: the Fulfillment of Life)>은 '나이 든' 이들만을 위한 글은 아니다. "너나없이 나이를 먹고 인생의 주기를 채우게 마련이므로 결국 '누구나'를 위한 책이다." 저자들은 나이 듦은 비할 데 없이 중요한 삶의 과정 중 하나이고, 이를 부정하면 결국 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가난한 이들이 우리의 빈한함을 일깨우듯, 노인들은 '누구나 늙어간다'는 사실을 젊은 세대에게 상기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다양한 관점으로 '노인'에 대해 바라보면서 나이 듦을 생각한다. 특히 '눈밭에 우뚝 선 자작나무에 기대놓은 수레바퀴'를 통해 늙어감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설명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바퀴살에는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고가 없다. 한데 어우러져 이지러지지 않는 원을 만들고 그 힘이 모이는 중심축을 보여줄 뿐이다. ... 제 몫을 다한 낡은 수레바퀴는 삶의 역사를 들려준다."
수레바퀴는, 차츰 늙어가는 게 아프긴 하지만 견뎌볼 가치가 있음을 일깨워준다. 바퀴는 삐거덕거리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게 돼 있다. 저자는 이를 통해 인생의 사이클은 단 한 바퀴 뿐이고, 길고 긴 인류 역사 가운데 지극히 작은 몫을 맡을지라도 기품 있고 조심스럽게 감당하는 게 가장 큰 소명임을 묵상한다. 저자들은 노년이 분리와 적막감, 자아상실 등 '어둠으로 내려가는 통로'만이 아니라 소망과 유머, 통찰 등 '빛으로 이어지는 길'임을 설명하고, 보살핌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룬다.
'나이 드는 것은 분명 아름다운 일'임을 노래했던 지난해 초 발간된 같은 출판사의 <나이 드는 내가 좋다>가 떠오르는 책. 이 책처럼 70여 컷의 사진들이 풍성함과 편안함을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