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결섬김마당’ 11회 포럼 ‘목회자가 건강해야 교회가 건강합니다’
(Photo : 이대웅 기자 ) ‘성결섬김마당’ 11회 포럼 ‘목회자가 건강해야 교회가 건강합니다’가 개최됐다.

'성결섬김마당' 11회 포럼 '목회자가 건강해야 교회가 건강합니다'가 9일 오전 서울 역촌동 은평교회(담임 한태수 목사) 비전센터에서 개최됐다.

 

포럼 첫 번째 마당에서 최의헌 원장(연세로뎀정신건강의원)이 '목회자의 정신건강과 스트레스 관리'에 대해 강의했다. 최 원장은 2000년 정신과 전문의가 된 후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M.Div. 과정을 거쳐 2007년 기독교대한복음교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의사이자 목회자이다.

 

최의헌 원장
(Photo : 이대웅 기자) 최의헌 원장이 강의하고 있다.

최의헌 원장은 "심리적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겠지만, 신앙적으로 자기를 부인하고 영적으로 온전히 헌신하더라도 자기 이해는 필수적"이라며 "자기 부인도 결국은 자기 이해의 토대 위에서 가능하기 때문으로, 그렇지 않으면 그 헌신과 부인이 자기 욕망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영적으로 아무리 훈련하더라도, 심리적 특성에 따라 기질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이들이 있다"며 "그런 이들에게는 아무리 '기도로 이겨내야 한다'고 하더라도, 심리학적으로 보면 '병'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영적'으로 해결될 수 없는 취약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담하러 오시는 목회자들도 있는데, 대부분 우울증을 갖고 있다"며 "원래 사람과 잘 어울리는 성격이 아닌데, 교회가 커지다 보니 원치 않게 그러한 일에 계속 나서야 하는 상황이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주위에서는 "교회가 성장했으니 다 된 것 아니냐"고 하기 때문에 이를 드러내기도 힘들다는 것.

최의헌 원장은 목회자의 정신건강과 관련한 주요 문제점으로 △사적 영역의 희생 △이중적 태도 △목회의 침체와 실패 △목회자 가족들의 정신질환 등을 꼽았다. 먼저 '사적 영역의 희생'에 대해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사적 영역이 사역보다 오히려 더 중요하지만, 목회자들에게는 여전히 과도한 희생이 요청되고 개인의 삶이 침해를 받게 된다"며 "이는 가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자신의 사적 영역을 무시하는 목회자는 가족들도 자신의 일부로 여겨 가족의 사생활까지 무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정신과 약물치료에 대해서만 유독 신앙 거론"

최 원장은 "목회자들이 우선 자신의 사생활을 귀중히 여기는 태도를 배워야, 가족들의 사생활도 소중히 다룰 수 있다"며 "이러한 방식이 기독교적 자기 부인이 아니라 일반 상담학에서 주장하는 '자기 성취', 즉 이기적인 자기를 강화하는 방식이라 비평하기도 하지만, 이는 인본주의 시각에서 나오는 제안은 아니다"고 했다.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해결책이라고도 했다.

그는 "이러한 지침이 인본주의적이라 받아들이기 어렵겠다면, 가족을 자기 영역이 아닌 '존중받아야 할 인격'으로 고려하라"며 "또 하나의 방법은 간단히 좋아하는 색이나 노래, 음식 등을 적어 보는 리스트를 만들어 서로 맞춰보는 등, 가족의 사적 영역을 듣고 그에 따른 감동을 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중적 태도'는 교회에서 요구되는 성실하고 인자한 태도를 언제 어디서나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가정에서 짜증과 분노, 태만을 드러내기 쉬워지는 모습으로, 가부장적 문화가 강할수록 커진다. 이에 대해서는 "하향평준화를 하더라도, 겉과 속이 비슷하게 하는 것이 좋다"며 "과정에서는 후퇴하는 것 같지만, 우선 집 안에서의 부족한 부분을 노출시켜 '외형적 그럴싸함'을 낮추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침체와 실패'에 대해 그는 "이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경쟁 사회의 성취 지향적인 문화에서 낙오자로 여겨지는 낭패감으로, 분명 목회자가 가져야 할 윤리가 아님에도 어느 한 사람도 예외일 수 없이 작용하게 되는 인간적인 측면"이라면서도 "이러한 면을 애써 부정하는 것은 좋지 않은데, 이는 자기 부인이라기보다 자기 회피 혹은 방어이기 때문으로, 자기 부인은 반드시 '직면(confrontation)'을 선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처절한 직면을 거쳐야 하나님의 은혜를 통한 진정한 자기 부인이 이뤄진다는 것.

'목회자 가족들의 정신질환'에 대해선 "확실히 정신질환은 만만치 않고,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쉽사리 없어지지 않으며 일부는 계속 악화된다"며 "그럼에도 꾸준히 노력해야 하고, 약물치료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 그는 "다른 과 약물치료는 크게 부담스러워하지 않으면서, 정신과 약물치료에 대해서는 유독 신앙이 거론되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때가 많다"며 "정신과 약물치료도 다른 과 약물치료 정도로만 고려해도 무난하게 지침이 세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성도 아픔 경험 차원에서 목회자들도 정신과 와 보라"

한태수 목사
(Photo : 이대웅 기자) 한태수 목사(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강의 후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최 원장은 "목회자들에게 다른 정신질환은 잘 오지 않더라도, 우울증은 찾아올 수 있다"며 "명심할 것은 우울해 본 사람이 다 우울증에 빠지지는 않는다는 점으로, 어린 시절부터 취약 요소가 있는 사람이라면 크게 우울하지 않아도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는 "성도들이 정신과를 많이 찾는데, 그들의 아픔이 얼마나 큰지 경험해 보는 차원에서 목회자 분들도 (정신과) 병원에 한 번 와 보시는 것을 적극 권한다"고도 했다.

또 "탈진의 상황에서 반드시 거론돼야 할 것은 '탈선', 즉 '죄'의 문제"라며 "판단의 차이에 따라 죄로 규정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지만, 성적 탐닉과 자위행위, 도벽과 도박, 부부싸움과 분노 폭발, 자해 혹은 타해, 착취 등 많은 탈선의 양상들이 탈진 상황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신앙적으로 죄는 회개함으로 해결해야 하지만, 심리적 측면을 잘 생각하면 단순히 잘못했다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불균형을 보여주는 하나의 신호"라며 "잘잘못에만 매여 있을 경우 본질을 놓치기도 하는데, 우리가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은 탈선이 아니라 탈진이라는 사실"이라고 했다.

최의헌 원장은 "목회자는 그 특수성으로 인해 독특한 스트레스를 겪는데, 이는 어쩌면 목회자로서 갖는 짐일 수 있다"며 "한계를 가진 인간으로서 하나님의 일을 감당하다 보면 어느 한 구석은 멍이 들고 곪을 가능성이 있는데, 하나님 안에서 이 모든 것이 선하신 섭리 아래 있기를 기도함과 동시에 우리가 공동체 내에서 서로를 도와가며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은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포럼은 윤성원 목사(삼성제일교회) 사회와 백병돈 목사(신일교회)의 기도로 시작됐으며, 강연 후 한태수 목사 인도로 종합토의가 이어졌다. 점심식사 후 두 번째 마당으로는 체육대회를 진행했다. '목회직'을 바로 세우기 위해 지난 2012년 창립된 성결섬김마당은 계절마다 대화마당을 열고 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서울서지방과 함께한 이날 포럼의 앞선 개회예배에서는 한태수 목사 사회와 서울서지방 교역자회장 이대일 목사(성석교회)의 기도, 포럼 공동대표 정재우 목사(평택교회)의 '평강의 몸(골 3:15)' 설교, 공동대표 이준성 목사(역촌교회)의 축도, 정재학 목사(지산제일교회)의 광고 등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