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암신학연구소(소장 이장식 박사) 제2회 공개강연회가 '가톨릭 신앙과 개신교 신앙: 교황 방한의 의미'를 주제로 1일 오후 서울 종로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1부 예배, 2부 강연 및 논평 순서로 진행됐고, 예배는 김영한 박사(학술포럼위원장)의 사회, 김이곤 박사(편집위원)의 기도, 서광선 박사(「신학과교회」 편집위원장)의 설교, 이장식 박사의 축도로 드렸다. 이어 김명혁 목사(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와 함세웅 신부(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고문)가 강연했다. 논찬은 강근환(자문위원, 전 서울신대 총장)·김균진(자문위원, 연세대 명예교수) 박사가 맡았다.

"우리 모두는 오류 범할 수밖에 없는 죄인"

'천주교와 개신교의 차이와 바람직한 관계'를 제목으로 강연한 김명혁 목사는 "역사적인 전통과 신학, 제도를 조금씩 달리하면서도 사도신경과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함께 고백하는 세 가지 기독교가 지금 세계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며 "바로 로마가톨릭 천주교와 희랍(동방)정교회, 그리고 개신교"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이어 "세 가지 기독교는 전통과 신학·제도를 달리하면서도, 피차 이단이라고 정죄하기보다는 장단점들을 비교하고 지적하며 배우고 수정하면서 보다 온전한 기독교의 모습을 지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사실 이 세상에 완전한 교회와 신학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천주교의 특징 중 하나로 '수도원제도 및 수도원주의'를 든 김 목사는 "초기의 수도사들은 육체를 괴롭히고 옷을 남루하게 입은 채 죽지 않을 정도로 적게 먹는 금욕 생활을 하며 기도와 명상에 전념했다"며 "그런데 수도원의 역사는 타락과 개혁의 역사였다. 수도원의 발전과 성공은 다시 안일과 세속화를 가져왔고, 그러면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는 개혁운동이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 타락이 뒤따르곤 했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김균진 박사, 함세웅 신부, 김영한 박사(사회), 김명혁 목사, 강근환 박사. ⓒ김진영 기자
(왼쪽부터 순서대로) 김균진 박사, 함세웅 신부, 김영한 박사(사회), 김명혁 목사, 강근환 박사. ⓒ김진영 기자

이후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와 칼빈을 중심으로 개신교의 특징을 살핀 그는 특히 칼빈주의, 혹은 개혁주의의 특징으로 △하나님 중심적 △성경 중심적 △그리스도 중심적 △교회 중심적 △기도와 경건 중심적 △문화 변혁주의적 삶의 신학을 꼽았다.

그러면서 김 목사는 "로마가톨릭 천주교의 특징은 수도원적인 금욕주의인데, 수도원제도의 지고선인 '하나님을 닮고 보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가난'과 '고난', 그리고 '순결'과 '복종'의 길을 걸어야만 한다고 가르쳤다"며 "중세 수도원제도의 금욕주의를 신학적으로 비판할 수도 있으나, 현대의 자유분방한 세속주의적인 유행과 값싼 은혜에 치우치고 있는 개신교회가 본받아야 하고 지녀야 할 덕목들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로마가톨릭 천주교회는 자기 부정의 금욕주의적인 전통을 귀중하게 받아들이면서도 너무 인간의 고행에 치우치지 말고, 성부·성자·성령 하나님의 망극하신 은혜를 전적으로 바라보고 사모하며 의지하려는 은혜 중심적인 신앙생활을 하려고 힘써야 할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아울러 김 목사는 "어거스틴과 프란시스, 루터와 칼빈, 그리고 웨슬리를 비롯한 우리들 모두는 잘못과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는 죄인들"이라며 "결국 우리들은 우리들의 위선과 교만, 죄를 통회 자복하면서, 이 땅 곳곳에 우리들의 기독교나 교파가 아닌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고 세워지기를 바라고 기도하면서, 제물 되는 삶을 살고 제물 되는 죽음을 맞이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역설했다.

"불의와 맞서 싸우는 결단이 함께했으면..."

두 번째 강연자로 나선 함세웅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에 대한 소회'를 제목으로 한 발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는 매우 신선했다. 형식적 전통과 관례를 깨고 넘어선 철저한 신앙인인 그는, 무엇보다도 자신을 하느님 앞에 한 죄인이라고 겸허하게 고백했다"며 "인간적인 것이 가장 아름답고 하느님과 가장 가깝다는 희망의 신학 명제를 재현한 분"이라고 평가했다.

함 신부는 또 "교황은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스스로 다가가는, 선한 목자로서 자신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했다. 뿐만 아니라 일제의 만행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분들을 초대했고, 한국사회 곳곳에서 약자로 살아가는 많은 분들을 만나거나 미사에 초대했다.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라고도 했다.

연구소 소장인 이장식 박사가 축도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연구소 소장인 이장식 박사가 축도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그러나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위로와 겸손한 모습으로 다가가는 것으로 사제로서의 직무를 다 한 것은 아니"라며 "스스로 시대의 징표로서, 고난받는 민중에게 분명하고 확실한 예언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왜 그분들이 고통 중에 있어야 하는지, 어떻게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는지 대안도 제시할 때, 진정한 예언자로서 사제 직분을 성실히 수행한 '주님의 제자'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것은 잘못된 제도와 정치권력에 대한 분명한 비판과 회개를 촉구하는 일"이라며 "예수님께서 당대 권력자들과 맞서지 않으셨다면 십자가에서 돌아가시지 않으셨을 것이다. 가난한 삶도 아름답지만, 불의를 퇴치하고 불의와 맞서 싸우는 저항과 투신적 결단이 함께했으면 하는 저의 개인적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논찬한 강근환 박사는 "구·신교간 분열만이 아니라 온 세계교회의 분열은 지양돼야 한다. 이를 지향한 운동이 에큐메니칼 운동"이라며 "WCC 측에서 요즘 에큐메니칼 운동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NCCK부터 새롭게 각성해서 보다 충실한 에큐메니칼 운동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균진 박사는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의) 가장 어려운 문제는 모든 신자를 제사장으로 보고(만인제사장설) 교회를 '성도들의 공동체'로 보는 개신교회의 교회관과, 교회의 본질을 '사도계승'을 통해 이뤄지는 성직자들의 '계급제'(hierarchy)로 보는 가톨릭교회의 전통적 교회관이라 하겠다"며 "그러나 두 교회는 동일한 하나님과 그의 아들 그리스도, 그리고 성령을 믿으며 사도신경을 고백한다는 기본 공통점에 근거해 연합과 친교의 노력이 계속되기를 기원한다"고 논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