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결혼까지 포함하는 쪽으로 결혼을 재정의하려는 미국장로교(PCUSA) 총회의 시도가 지역 노회들의 동의를 얻지 못해 무산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PCUSA 총회는 목회자의 동성결혼 축복과 집례를 허용함과 동시에 교단 규례집에서 '결혼'의 정의를 '한 남성과 한 여성 간'이 아닌 '두 사람 간'으로 바꾼다는 개정안까지 통과시켰다. 목회자 동성결혼 축복 허용에서 더 나아가, 교단법상 명백히 동성결혼까지도 결혼으로 인정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이 개정안에 교단 내 보수주의자들은 강력히 반발하며 이로 인해 교단을 떠날 수도 있다는 점을 피력해 왔다.
이 가운데 이 개정안이 최종 통과되기 위해서는 노회 과반수 이상의 승인이라는 절차가 남아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PCUSA 총회 대변인인 토야 리처드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정확히 예상할 수가 없다"고 입장을 전했다.
총회에서 표결될 당시에 이 개정안은 총대 절대다수의 찬성표를 받아서 통과됐다. 그러나 총 172개 노회 가운데서 얼마나 많은 수의 노회가 이러한 방침에 동의의 표를 던져 줄 지는 확실하지 않다. 만약 과반수 이상의 승인을 받아서 개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되면 2015년 6월 21일부터 발효하게 된다.
플로리다 지역 노회 당국자인 테드 랜드는 자신의 노회가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내년에 결정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는 1월 열릴 모임에서 플로리다 지역 노회는 이 문제를 표결에 부치게 될 것이다. 100여 명의 장로들이 참석해서 각자의 양심과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서 투표할 것이다"며,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전혀 예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PCUSA는 지난 2012년 총회에서는 동성애자 성직 안수를 허용했으며 이에 반발한 교회들의 탈퇴로 인해 올해까지 3년 연속 교세 감소를 겪고 있다. 플로리다 지역 노회에서도 45개 교회가 PCUSA를 탈퇴했다고 랜드는 밝혔다.
PCUSA의 결혼 재정의 개정안은 보수주의자들로부터 성경에 대한 반박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교단 내 교인들뿐 아니라 미국 교계 보수주의자들 역시 이러한 결정에 충격을 표하며 동성결혼 허용으로 인해 교단의 미래는 더욱 어두워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PCUSA 총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미국의 유명 보수 기독교 작가 마이클 브라운(Michael Brown)은 개정안을 두고 "이는 전적으로 비성경적일 뿐만 아니라 또한 전적으로 비논리적이며, 여러 수많은 가능성들에 대한 주장으로 가득 찬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행위와 같다"고도 비판했다.
그는 동성결혼을 인정하고자 하는 의도가 분명한 개정안이 '이성 또는 동성 간'이 아니라 '두 사람 간'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결혼을 재정의하려고 하는 데 대해서도, "이는 보수주의자들을 안심시켜서 노회의 찬성표를 얻어 내기 위한 일종의 '타협'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