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극심한 핍박으로 인해 이라크 모술에서 강제로 추방당한 기독교인들과 무슬림들이 연대감을 형성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20일(이하 현지시각) "기독교인들이 모술에서 강제로 추방당한 지 하루가 지난 주일 오후, 기독교인들과 무슬림들이 같은 교회의 지붕 아래 모였다. 이들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공격 가운데 매일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며 이 같이 전했다.
피아노로 이라크 국가 연주가 끝나고 기도가 시작되기 직전, 한 기독교인 여성이 "난 이라크 기독교인으로서 정체성을 느낄 수 없다"며 흐느끼자, 그녀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한 무슬림 여성은 "당신이 이곳의 진정한 원주민이다. 이슬람의 이름으로 당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위로했다.
하루 전인 19일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단체 ISIL(이라크·레반트 이슬람 국가)이 제시한 최종 기한을 맞아, 모술에 있는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거의 옷만 걸치고 이 지역을 떠났다.
뉴욕타임스는 "이들은 차량을 몰수당했고, 이들 가운데 일부는 맨발이었다. 일부는 자전거나 모터가 달린 오토바이를 이용했으나, 반군들에게 돈과 귀중품을 빼앗긴 이들에게 남은 것은 거의 아무 것도 없었다. 도망칠 수 있을 만큼 건장하지 않은 이들은, 이슬람으로 개종하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요구를 받아들여야 했다"고 전했다.
이라크 의회에 소속된 기독교인인 유나딤 칸나(Younadim Kanna)는 "기독교인이었던 가족 다섯 명이, 목숨에 위협을 느껴 이슬람으로 개종햇다. 살기 위해 그렇게 했다"고 전했다.
이라크 내전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계속 발생하는 가운데, 이라크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 역시 악화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술 지역의 기독교인들과 중동의 일부 지역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그들은 기독교 초기부터 그곳에 살고 있었다. 다른 시민들과 더불어 공동체의 선을 위해 의미있는 헌신을 많이 했다"며 "그러나 오늘날 그들은 박해를 받고 있다. 우리 형제들이 박해받고 쫓기고 있다. 그들은 어떤 것도 지니지 못한 채 집에서 떠나야 한다"고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역시 성명을 통해 "이라크 소수 인종, 특별히 기독교인들에 대한 체계적인 박해가 벌어지고 있다"며 강력한 어조로 비판했다.
누리 카말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우리의 이라크 시민들과 니느베 지역의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ISIL의 잔인한 범죄와 공격이, 극단주의 단체의 범죄적 성격과 테러리즘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이들은 인간성 뿐 아니라, 100년이 넘게 보존되어 온 유산과 전통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세계가 이 테러리스트들을 압박해 포위하고, 하나의 뭉쳐 이들에게 맞서 달라"고 요청했다.
뉴욕타임스는 "오늘날 이라크가 겪는 어려움은, 많은 점에서 거의 100년 전 제1차 세계대전의 끝에 이라크가 세워졌을 때와 비슷하다. 이는 특정한 신앙이나 윤리를 넘어, 보다 큰 국가적 정체성을 어떻게 세워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