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주 시애틀 인근 머서아일랜드의 유일한 한인교회 "희망의교회"를 찾았다. 아름답게 펼쳐진 머서아일랜드의 자연과 잘 어우러진 교회에서 향긋한 커피와 함께 김호진 목사(43)와 마주 앉았다. 김호진 목사는 올해 1월부터 교회를 시작한 개척교회 목회자였지만 여느 개척교회 목회자와는 사뭇 다른 편안함과 여유가 느껴졌다. 누구나 와서 쉴 수 있는 든든한 소나무의 시원한 그늘처럼 안락함을 가진 목회자였다.

희망의 교회는 3무(無) 교회

교회를 소개하는 작은 종이에 눈에 띄는 문구가 있다. "희망의교회는 3무 교회 3유 교회입니다." 3무란 '헌금 강요가 없고, 차별이 없고, 율법주의가 없다'는 것이고, 3유란 '영혼에 관심이 있고, 생각이 있고, 실천이 있다'는 내용이다.

'헌금 강요가 없다'는 말이 자칫 '헌금을 안 해도 된다?'는 말로 들릴 수 있지만, 이 말 안에는 보다 깊은 뜻이 담겨있었다. 이는 '마음이 담겨 있지 않고, 강요와 습관에 의한 헌금보다는 하나님과 이웃을 진심으로 섬기는 사랑의 마음에서 자발적으로 헌금하는 것이 올바르다'는 성경적 관점에서 비롯됐다.

또한 그는 "세상에 존재하는 차별이 하나님의 자녀들이 모인 교회에서까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방침으로 희망의교회를 어떤 차별도 없는 교회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세상에서 힘 있는 사람이 교회에서도 힘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영혼은 모두가 동등히 귀한 존재들입니다. 또 성경에서 규정하지 않았지만 언제부턴가 교회 안에는 율법주의가 들어 온 부분이 있습니다. 복음과 은혜 안에서 자유하지만 성령 안에서 하나되고 하나님 안에서 절제하는 교회가 되고자 합니다."

희망의 교회는 3 유(有) 교회

희망의 교회에는 "헌금 강요와 차별, 율법주의"가 없는 대신에 3가지 다른 것이 있다. 그 첫 번째가 관심이고 두 번째가 생각이며 셋째가 실천이다.

김 목사는 "교회가 하나님에 대한 관심 뿐만 아니라, 사람과 영혼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고,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관심을 갖는 교회가 되면 좋겠다"며 "관심은 사랑이며 이것을 놓치지 않을 때 교회가 해 야할 일들을 성실하게 감당할 수 있다"고 말한다.

"교회가 하나님과 우리의 이웃, 지역에 관심을 갖게 된 후에는 실천이 있는 교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은 말로만 예수님의 사랑 듣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책임과 사명을 가지고 실천하는 모습을 통해서 예수님을 듣고,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 간혹 성경을 읽고 하나님을 알게 되면서, '이성과 신앙은 부합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믿음은 이성을 바탕으로 하지요. 이성을 바탕으로 한 믿음이 영성으로 가는 것처럼 이성적 생각을 배제하고 믿는 신앙이 아니라, 우리에게 생각할 힘을 주신 하나님을 이성과 믿음의 눈으로 바로 볼 수 있는 교회가 되길 원합니다."

건물이 큰 교회가 아니라 큰 사랑으로 실천하는 교회

희망의교회는 "큰 교회에 대한 비전은 우리 몫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교회의 사명은 큰 건물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섬기고 예수님을 사랑하듯 오늘의 목회 현장에서 교회에 주어진 사람들을 양육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회가 세상을 쫓아 대단한 것을 추구할 때 그 안에 사람의 생각이 개입되는 것 같습니다. 교회는 사람의 비전을 따라 위대한 일을 기획하기보다는, 오히려  하나님의 큰 사랑으로 남들이 보기에는 작다고 여길 수 있는 일을 최선으로 섬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교회가 큰 일하면 교회가 보이게 되지만, 큰 것만을 추구하는 세상 가운데 작은 일도 하나님의 큰 사랑으로 하면 세상이 하나님을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듣고 싶은 복음이 아닌, 들어야 하는 복음이 선포되는 교회

김호진 목사는 "교회의 많은 부분에서 부흥과 대각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와 더불어 죄에 대한 회개와 성결한 삶, 신앙적 양심을 지키는 부분에 대해서는 소홀히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오늘의 시대는 부흥과 대각성을 부르짖기 이전에 죄에 대한 회개와 성결을 촉구하는 말씀이 선포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교회는 하나님의 은혜와 기복주의 신앙, 긍정의 힘을 믿는 싸구려 복음이 선포되는 곳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과 이 시대를 살아가는 크리스천으로서 마땅히 해야할 사명이 선포되는 곳"이라며 "교회와 성도가 성공주의와 물질주의를 떠나 변질되지 않은 순전한 복음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회는 사람들이 듣고 싶은 말을 전하는 곳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듣기 싫어하는 말씀도 선포되는 교회, 교인들을 돌보는 교회가 아니라, 예언자적 목소리를 통해 부패한 현실을 비판하고 내 마음에 새로운 생명을 흐르게 하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이때 부흥과 대 각성의 역사, 이 땅에 하나님의 주권과 말씀이 선포되기 때문입니다."

희망의교회는 그 외에도 △양심 있는 정직한 교회 △성공이 아닌 성결한 교회 △비전과 욕심을 분별하는 교회 △각 사람을 성전으로 세우는 교회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교회 △배우고 가르치도록 돕는 교회 △교회에 머물지 않고 세상으로 흩어지는 교회 등을 지향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희망을 심고 있다.

김호진 목사는 감리교신학대학을 거쳐 드류신학대에서 목회학 석사  졸업 및 예배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이어 뉴저지 아콜라연합감리교회 교육 목사, 아틀란타 한인교회 교육 목사, 버밍햄 희망의교회 담임을 역임했다.

시애틀 희망의교회 www.seattlehop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