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동 작가의 사진집 "차드, 아프리카 소망을 위해 우물을 파다(Chad, Africa : Digging Wells for Hope)"를 펼쳤다. 발목만 겨우 잠기는 얕은 웅덩이에서 물을 긷는 여인들, 우물에서 물에 나오자 환호하는 사람들, 황혼녘 물동이를 이고 가는 여인의 뒷모습. 무심코 페이지를 넘기는데 조용하던 김 작가가 입을 연다.
"이게 이 집의 세간 전부다. 아무 것도 없다. 차드 도심을 벗어나면 대부분이 이렇게 산다."
사막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여있는 아주 볼품없는 흙집이다. 이리 저리 휜 나무를 땅에 세워 기둥을 삼고 흙벽은 손으로 문지르면 문드러질 것 같다. 대충 나뭇가지를 얽기 설기로 만들어 놓은 천장엔 플라스틱 대야와 곡식이 놓여 있고, 시커멓게 변한 냄비가 달려 있다.
김상동 작가가 뜨거운 땅 아프리카에 두 차례나 발을 딛게 된 계기는 이렇다.
"내가 갖고 있는 재능을 남에게 도움을 주는 데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굿네이버스와 연결됐다. 나의 작은 재능이 누군가를 위해 사용된다는 게 기쁘다. 사실 저는 신앙심이 깊은 사람도 아니고 봉사정신이 투철한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차드를 다녀오며 굿네이버스가 사람과 생명을 살리는 귀한 일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됐고, 이런 일을 모르던 제게 깊은 감동과 감명을 줬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드에 가면 거의 대부분이 회교도다. 함께 기도하는 사진을 찍었는데, 회교도들은 손을 위로 들고 기도한다. 기독교인들 가운데 이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불신자, 이교도에게도 기독교의 사랑을 보여주는 굿네이버스의 정신이 좋았다."
그는 2012년 11월과 2013년 11월 굿네이버스 우물파기 팀과 함께 10일간 아프리카 차드 5개 도시를 돌며 굿네이버스의 사업과 현지인들의 모습을 필름에 담았다. 지난달, 남가주 사진작가 7명과 함께 7박 8일간 과테말라의 굿네이버스 사업장과 현지 가정을 방문해 굿네이버스 사업과 현지 생활상을 찍었다.
그는 "아직도 처음 차드에서 본 어린이의 눈동자가 잊혀지지 않는다. 호수처럼 맑고 투명한 눈동자에서 희망을 봤다. 우리가 조금만 도와줄 수 있다면 그들이 금방 살아날 수 있다. 그곳에 가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살아 온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너무 호사스럽게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구나. 모두 비슷한 느낌을 받을텐데 가면 고생이나 보람되다"고 여행의 소감을 전했다.그는 이번 여행에서 "관심이 있지만 현지 방문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사업장을 방문해서 생활하는 모습, 현지 사람들의 표정을 중점적으로 담았다"고 말한다.
"아프리카 차드에 처음 가서 사진을 찍을 때 눈물이 많이 났다. 다녀와서 소감을 전할 기회도 있었고, 아프리카 전시회도 했는데 그때마다 울었다. 지금도 컴퓨터로 파일을 정리하다 보면, 처음 차드를 방문했을 때 그 마음이 남아 있음을 느낀다."
굿네이버스USA의 김재학 실장은 재능기부에 관해 "미국에는 사진작가, 영상 작가들이 있다. 한국에는 번역, 캘리그라피(calligraphy, 독창적인 손글씨), 캐릭터 그리기 등 다양한 재능을 통해 굿네이버스 재능기부에 참여하는 이가 많다. 미국에서 지속적으로 재능기부를 하시는 분은 김상동 작가가 유일하다. 작업하는 것을 옆에서 보며, 사진작업이 보기와 달리 힘든 노동이라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결과만 보고 감상하지만 작가는 그 사진을 얻기 위해 뜨거운 햇빛 아래 먼 길을 걷고 뛰고, 어떤 장면을 담기 위해 오래 기다린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여행에 동행한 남가주사진작가협회 회원들이 현지를 방문하고, 현지인을 만난 후 굉장한 느낌을 받아 자발적으로 쿡스토브(Cook stove, 유독가스가 발생하는 과테말리의 재래식 아궁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굿네이버스가 실행하고 있는 적정기술 사업)를 후원하기로 했다. 현재 12개 후원 기금이 걷혔다"고 전했다.
지난해에는 LA중앙일보, 세리토스의 린제이갤러리(Lynn. J. Gallery), 얼바인 시청에서 차드 우물파기 현장과 현지인의 실생활을 담은 사진 전시회를 열어 우물파기 기금도 모금했다.
여행 중 가장 기뻤던 순간으로 '우물을 파던 중 물이 처음 나왔을 때'를 꼽는 김 작가가 기억하는 가슴 아팠던 순간은 '황톳물을 아무렇지 않게 떠 마시는 어린이를 봤을 때'다.
'아프리카 최빈국', '사하라 사막이 자리 잡고 있는 물부족 국가', '중남미 최빈국', '인구의 과반수가 빈곤층'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차드와 과테말라,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삭막하고 메마른, 꿈은 커녕 생존도 장담할 수 없는 빈곤과 기근에 찌든 모습이 아닐까? 그러나 김상동 사진작가가 발견한 차드, 과테말라의 모습은 그게 전부가 아니다.
"이런 사진을 찍을 때는 연출 없이 현장을 있는 그대로 담는다. 심지어 찍히는 사람조차 의식하지 못한다. 사진은 '寫(베낄사)'와 '眞(참진)'이 결합돼 있다. 특히이런 사진에서는 진실 그대로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극단적인 사진을 찍어 동정심을 유발하기 보다는 물 긷는 아낙네의 모습을 아름답게 표현한 사진처럼 생활상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려 한다. 추한 모습보다는 그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아 보여주고 싶다."
김 실장은 "굿네이버스 안에 윤리가 있다. 그 윤리를 지키면서 사전에 동의를 다 구하고 찍는다"고 덧붙였다.
"조만간 과테말라 사진전을 열고 10월 말, 11월에 차드에 갈 계획이다. 계속하던 일을 하려 한다. 앞으로 사진을 통해 굿네이버스의 사업도 계속 도우려 한다"는 김상동 작가는 "기회가 된다면 현장에 가서 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며 말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