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정신적 외상 극복을 위한 대화마당'이 12일 오전 안산제일교회(담임 고훈 목사) 가나홀에서 안산기독교연합회(회장 유재명 목사) 주최와 예장통합 세월호 참사극복지원대책 안산지역본부 주관으로 지역 목회자 등 1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이날 대화마당에서는 심리상담 전문가들의 강연과 지역 관계자·강사진·목회자 등의 피드백 모임 등이 진행됐다.

정영택 목사(예장통합 부총회장)는 대화마당에 앞서 취지를 전했다. 정 목사는 "침묵은 금이고 웅변은 은이라고 했는데, 요즘은 침묵이 금이 아닌가 한다"며 "욥기를 보면 욥의 친구들이 1주일 동안 말 없이 앉아 있었을 때는 욥에게 위로가 됐는데, 그들이 말을 하면서부터 위로가 되지 않고 오히려 더 큰 상처를 주게 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말하지 않는 것이 더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지만, 말해야 하는 대화마당을 개최하게 됐다"고 했다.

또 "목회자로서 이 문제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만, 별로 뚜렷한 해결책이 떠오르질 않는다"며 "도움을 준다는 것 자체가 무력한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에 대해 함께 기도하고 고민하면서 어떻게 이웃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기도하여 생각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복된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후 오성춘 원로목사(광장교회)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목회자·교사로서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오 목사는 "타락한 세상을 지배하는 영은 사탄이고, 타락한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죄와 정욕과 탐욕의 속박을 벗어나지 못한 자기중심적 존재들이어서, 언제 어디서나 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을 만들어내고 저주의 인생을 살게 만들 수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이번 참사의 특별한 점은 국민 모두와 사회 전체에 그 파장이 미치고 있는 점으로, 이에 대해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게 하고 외상을 입게 할 뿐 아니라, 과거에 입은 정신적 외상들을 활성화시켜 삶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세상은 끊임없이 사건들을 일으켜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지만, 하나님은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셔서 불행한 사건 속에 임재하여 치료하며 지탱하여 인도하며 화해하며 돌보는 일을 계속하고 계신다"면서 "하나님께서는 세월호 참사로 신체적·정신적·사회적·영적 위기와 장애를 당하고 있는 사람들을 치료하고 지탱하며 인도하기를 원하신다"고 강조했다.

이후 세월호 참사를 통한 메시지와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해 세 가지를 조언했다. 첫째로 이제는 세월호 참사를 '상징'화하여, 그것을 머리에 떠올리자마자 내게 어떤 의미와 메시지를 주는지 생각해야 한다. 오 목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고 애통하며 불행을 당하고 있기 때문에,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과거의 트라우마나 외상이 다시 한 번 표출되면서 고민을 겪는 사람들을 어떻게 치유하고 지탱하고 돌볼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둘째로는 '공감'이다. 오 목사는 "참사를 기억하자마자, 나 자신과 공감대를 가지면서, 이 참사가 선장을 비롯한 여러 인물들 때문이 아니라 바로 '나 때문, 우리 때문'이라고 여겨야 한다"며 "우리가 이제까지 불의하고 부정을 행하는 등 잘못된 모습, 예를 들어 교회라면 생명보다 물질을 중시했던 점들을 반성하고 회개해 새롭게 고쳐 나가야 한다"고 했다.

셋째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유족과 희생자들의 고통 속에, 희생자들이 죽음으로 부르짖는 '그것'을 우리가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오 목사는 "'너희들의 잘못 때문에 우리가 죽었다'는 목소리보다, 이제 이 땅에 법을 고치고 정치와 문화와 가치 등 모든 것들을 개혁함으로써 다시는 이 같은 불행이 오지 않도록 만들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목사는 "어떻게 도울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무슨 일을 하든 우리의 기본은 '생명'이 되어야 한다"며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부터 묻지 말고, 하나님께서 이 참사와 희생자들, 고통받는 한국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하기를 원하시는지 먼저 물으라"고 했다. 그는 "예수님께서는 이 땅에서 많은 일을 하셨지만, 무엇보다 생명을 얻고 이를 더 풍성하게 하기 위해 오신 것"이라며 "모든 논의의 중점은 '치료'가 아니라 '생명'이 돼야 하고, 한 사람의 생명이 어떻게 아파하고 상처 입고 고민하고 울부짖고 있으며, 이들을 어떻게 풍성한 생명으로 옮길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성춘 목사가 강연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오성춘 목사가 강연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를 위해 오성춘 목사는 '지탱 목회(Sustaining Ministry)' 개념을 소개했다. '치유 목회'가 질병이나 결함, 왜곡 등으로 인해 풍성한 생명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원상회복시키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 목회라면, 지탱 목회는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사람들에게 남은 것들을 갖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돕는 목회를 말한다. 오 목사는 "아들을 잃은 사람은, 아들만 잃은 게 아니라 모든 것을 다 잃었다고 생각하면서 '상실의 관점'에서 자신을 보게 된다"며 "상실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면 계속 상황이 악화될 뿐으로, 지탱 목회는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보존하면서 네 가지 단계로 사람들을 도와 하나님의 생명을 전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 첫째는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현상을 '보존'하는 단계이다. 이를 위해서는 '함께 있어주는 목회(Attending Ministry)'가 필요하다. 찾아가서 몸으로 함께 있어주면서 합당한 몸의 접촉을 통해 피부로 함께 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이 첫 단계이고, 다음으로는 애통한 일을 당해 창자가 끊어지는 그 아픔 속으로 함께 들어가 주는 것이다. 그는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누군가 내 옆에 있다'는 마음을 갖게 할 때 그는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현상을 보존하게 된다"고 했다.

둘째는 아직도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자기를 위해 십자가를 지는 공동체(교회)가 곁에 있음을 발견하는 '위로'의 단계이다. 이를 통해 하나님께서 자신을 여전히 사랑하시며 곁에 계시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진정한 위로가 찾아온다. 오 목사는 "먼저 상실당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서 그 사람을 섬기고 돌보며, 예배·말씀·기도·찬양 등 영적 활동을 함께할 수 있다"며 "상실에 집중하다 보면 해야 할 일, 작은 일들을 못하게 되는데 그 일을 누군가 옆에서 모르게 도와준다면 어느 순간 이 일을 해야겠다며 정신을 차렸을 때 나를 사랑하고 섬기는 사람이 있었음을 느끼고 위로를 얻을 것"이라고 전했다.

셋째로는 아직도 자기에게 남아있는 것이 있음을 발견하는 '결속'의 단계이다. 이는 아직도 자신에게 사랑으로 책임지고 돌봐야 할 사람들이 있음을 느끼는 것(압살롬을 잃고 애통하다 요압을 통해 정신을 차리는 다윗)과, 해야 할 사명이 있음을 인식하는 것(예수님을 세 번 부인한 후 다시 사명을 부여받는 베드로) 등 두 가지가 있다. 그는 "책임질 사람들과 남겨진 사명이 있음을 재확인할 때, 애통으로 자기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자기에게 아직 남아 있는 것들이 있음을 발견하고, 미래의 문을 열 수 있는 힘을 얻는다"고 했다.

마지막 단계는 아직도 자신에게 남아있는 자원들을 발견하고, 자기를 사랑하며 섬기는 이웃과 자기를 품어주는 공동체, 자기와 함께하시는 하나님과 함께 새롭게 출발하는 '구속'의 단계이다. 오 목사는 "진리를 아는 것과 따라 사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인생으로, 결속의 단계에서 구속의 단계로 나아가려 한다면 하나님의 음성을 듣거나 예수님과 인격적으로 만나야 한다"고 했다.

이는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눅 24:13-35)를 통해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첫째는 만남을 갖는 것이고, 둘째로 가슴 아픈 이야기를 나누고 애통과 죽음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이며, 셋째는 말씀으로 그 사건을 재해석함으로써 '고난은 축복의 문을 여는 열쇠이고, 죽음은 30배, 60배, 100배의 열매를 맺게 하는 축복의 길'임을 깨닫게 하는 것이고, 넷째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하며 필요한 모든 것들을 나눌 때 성령님께서 우리의 눈을 열어 임재하신 주 예수님을 만나게 하신다.

오성춘 목사는 "목양의 관점에서, 우리는 '목자가 무엇을 하는가?'보다 '양들이 제대로 먹었는가? 양들이 건강한가? 양들이 풍성한 생명을 얻고 있는가? 제대로 돌봄과 양육을 받고 있는가? 양들이 행복한가?' 등 양 자체의 복지와 건강과 행복에 관심을 갖고, 진정으로 사람들을 건강하고 행복하며 풍성한 생명을 얻도록 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에는 이윤주 박사(이화여대)가 '세월호 참사의 정신의학적 측면 의미 이해'를, 김정선 박사(정선심리상담소장)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나타나는 유형별 증상과 자살예방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를, 심상권 박사(한국전문심리치료원장)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심리치료적 접근'을 각각 강의했다. 이 대화마당은 오는 17일 한 차례 더 진행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예장통합 총회 인권위원회·사회문제위원회는 공동으로 13일 오후 안산 선부광장로 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 촉구를 위한 특별강연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는 최남희 교수(서울여대)가 '정부의 세월호 참사 대응에 대한 성찰', 구원파 출신 정동섭 교수의 '종교적 관점에서 보는 세월호 참사사건', 천안함 민군합동 조사위원 출신 신상철 대표(민주실현시민운동본부)가 '세월호의 문제점', 유가족 유경연 씨가 '유가족 관점에서 보는 세월호 참사 사건', 이상호 기자(GO발뉴스)가 '언론 관점에서 보는 세월호 참사 사건'을 각각 강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