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교회(담임 신윤일 목사)가 다시 한번 귀한 사역의 장을 열고자 한다.

13년 전 시작해 약 8년간 지속해 오던 무료 여름학교를 올해부터 다시 개설하기로 한 것이다. 건축 때문에 3-4년간 중단됐던 무료 여름학교를 다시 열게 된 데는 '이민 사회를 섬기는 모델교회'가 되고자 하는 비전을 실천하는 방법의 하나로 방학기간 동안 여름학교를 보내기 힘든 가정을 조금이나마 돕고자 하는 데 모든 성도가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조지아의 각 카운티 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여름방학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요즈음, 자녀를 둔 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은 아마 '여름학교' 혹은 '섬머캠프'에 보낼 것인가, 보낸다면 어디로 보낼 것인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십대 자녀들은 학업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아직 어린 자녀들까지 여름학교에 보내기에는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다. 우스갯소리로 어린 자녀를 둔 어머니들 사이에서 '둘 보내면 천 불이 우습다. 둘 이상이면 집에서 데리고 있는게 돈 버는 길이다', '교회나 데이케어에서 여름에 한 몫 잡으려고 벼르는 것 같다'는 말들이 오간다.

기자도 두 자녀를 둔 학부모로,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과 성경적인 지도를 해 준다고 해도 두 명을 모두 여름학교에 등록시킬 생각에 4월 말부터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다행히 아직 어린 아이들이어서 이번 방학에는 집에서 데리고 있기로 결정했지만, 학교 생활을 하던 두 아이를 데리고 3개월의 긴긴 여름을 알차고 즐겁게 보낼 수 있을지 내심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부모 모두 출퇴근하는 일을 하는 경우 울며 겨자먹기 식이라도 둘, 셋 되는 자녀들은 여름학교에 보내려면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다.

실로암교회의 무료 여름학교 공지가 나간 뒤, 지난달 27일 1차 등록을 시작 하자마자 100명 정원에 130명이 지원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초과 인원까지 받기로 하고 2차 등록 없이 조기 마감된 것만 봐도 애틀랜타 지역사회에 얼마나 많은 학부모들이 이를 위해 고민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9일(토) 기자와 만난 신윤일 목사는 "130명 가운데 성도님들 자녀는 30명 안팎이고 다 외부에서 온 아이들이에요. 6주 동안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찬양과 예배, 영어, 수학, 맛있는 점심, 특활, 미술/음악, 크래프트, 태권도 등 다양한 게임과 기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매주 한번씩 필드트립을 갑니다. 선생님들은 자원봉사가 아니고 모두 사례를 하고요. 그 모든 재정은 교회가 기쁜 마음으로 마련하기로 했기에 감사합니다"라고 밝혔다. 무료라고 해서 '대충 시간만 때우는 식'이 아니라 여느 곳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양질의 교육임을 자부했다.

그는 또한 "지난 겨울 갑작스런 추위로 교육관 수도가 동파되는 사고가 났어요. 피해가 좀 컸는데 덕분에 낡은 교육관 바닥과 시설을 보험으로 싹 바꿨습니다. 여름학교가 시작되기 전에 공사가 마무리 될 것 같습니다"라며 오묘하신 하나님의 손길을 찬양했다.

처음 실로암교회가 무료 여름학교를 시작했을 때 '바보 같은 짓'이라던지 '왜 실로암교회만 무료로 해서 비교되게 하느냐'는 주변의 불만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교회가 교회다운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는 생각에 신윤일 목사는 "오히려 다른 교회들도 동참할 수 있도록 캠페인을 벌일까도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기자로서 그리고 학부모로서 간절한 바람이 있다면 신윤일 목사의 말처럼 많은 한인 교회들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혹은 일정 비율은 무료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성경적이고 좋은 여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유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학원을 운영하는 이들 가운데도 교회를 다니는 성도들이 많을 것이다.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찾는 학부모들에게는 학원이나 사설기관의 프로그램에 등록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신윤일 목사가 주보에 남긴 칼럼글 일부를 발췌한다.

"몇 년 전 여름에 뷰포드에 있는 식당에 갔습니다. 제가 깍두기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러자 웨이트리스가 제가 나갈 때 깍두기를 제법 큰 통에 싸 주시면서 “실로암 교회 목사님이시죠, 목사님, 감사 합니다. 저의 두 아이들이 목사님 교회에서 무료 여름학교를 다녔습 니다” 약간 감격하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씀하였습니다. 어느 목사님은 무료 여름 학교를 언급하면서 “저의 아이들 셋은 실로암 교회에서 키워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사실 저보다 우리 성도님들이 무료 여름학교를 하느라고 말없이 희생하고 기쁨으로 헌신하였습니다. 그날 성도님들 대신하여 제가 대표로 깍두기를 받았습니다. 여름학교를 무료로 하는 것을 놓고 저 혼자 마음으로 갈등도 했지만 잘 한 것 같습니다.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삶이 아름답고 끝이 좋다는 생각이 늘 듭니다. 어려움이 있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