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가장 많은 집이 버려져 있는 도시 뉴올리언스 토박이 설치예술가 캔디 창(Candy Chang)은 자신의 집 근처 버려진 집 벽 한 면을 칠판으로 만들고 "나는 죽기 전에 ... 하고 싶다(Before I die I want to)"라고 적은 후 빈칸을 남겨 놓고 누구나 글을 남길 수 있게 분필을 준비해 놓았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그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다음날 사람들이 적어놓은 웃음을 짓게 하고, 눈물이 핑 돌게 만드는 소망들로 가득 찬 벽을 보게 된다. 현재 이 프로젝트는 카자흐스탄, 남아프리카, 호주, 아르헨티나 등 전세계로 퍼져 사람들의 꿈과 염원을 나누는 통로가 되고 있다.

캔디 창은 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를 이렇게 전한다.

"2009년 저는 제가 정말 사랑했던 사람을 잃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조안이고, 그녀는 제 어머니였습니다. 그녀의 죽음은 갑작스럽고 예기치 못하게 일어났고 저는 죽음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그것은 제 인생에 의미 있는 것을 명확하게 했습니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건이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해줬고, 이 깨달음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말한다.

'부활의 종교'인 기독교는 죽음과 떼어놓고 설명할 수 없으며 죽음에 대한 깊은 묵상과 이해 없이는 피상적인 가르침에 그치고 만다. 성경은 자신의 목숨을 바쳐 많은 생명을 살린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삶이 참된 생명의 길이라 가르치며 사도 바울은 어떤 세상 권력으로도, 지혜로도, 돈으로도 정복할 수 없는 마지막 지점인 죽음을 향해 "사망아 너의 쏘는 것이 어디 있느냐?"라고 조롱한다.

채 꽃을 피우지 못한 어린 생명을 하늘로 떠나보내게 한 세월호 참사 이후 기독교계는 이 죽음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깊은 고민에 잠겼다. 그리스도의 믿음은 죽음을 넘어서 있으나 죽음의 불가해성은 여전히 쉽게 넘을 수 없는 벽으로 남아있다. 전도서는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치집에 가는 것보다 낫다"(전7:2)고 말한다. 죽음을 깊이 묵상하는 데서 인생의 깊은 지혜가 나오고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한청지기교회
(Photo : 기독일보) 5월 1일 동부교협은 선한청지기교회에서 목회자 세미나를 열었다.

동부교협은 5월 1일 선한청지기교회에 모여 "웰리이빙(Well Liiving)"을 주제로 9시 30분부터 3시까지 목회자 세미나를 진행했다. 웰리이빙은 가정사역단체 하이패밀리가 Well Living과 Well Leaving을 결합해 만든 신조어로 '삶의 마지막을 잘 준비해서 삶을 잘 마무리하자'는 의미를 지닌다.

송병주 목사(선한청지기교회 담임, 교협 총무)의 발제로 진행된 세미나에는 전병주 목사(나성한미교회, 교협 회장), 양성필 목사(하나로커뮤니티교회, 교협 서기), 이정근 목사(유니온교회 원로), 문병용(유니온교회 담임), 고태형 목사(선한목자장로교회) 등이 참석했다.

세미나는 총 4강으로 이뤄졌고 강의와 관련 영상 및 이미지 자료를 보고 회고록 '엔딩노트'를 간단히 작성하는 시간도 가졌다.

첫번째 강의에서는 교회가 죽음의 영성에 관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임종을 앞둔 이와 그 가족을 위한 세족식과 성찬식, 장례예배, 죽을 때 후회하는 내용, 죽음을 앞두고 회복해야 하는 '감사'에 관해 논의했다.

송병주 목사
(Photo : 기독일보) 송병주 목사(선한청지기교회 담임)가 세미나를 이끌었다.

송 목사는 양로병원에서 만난 간호사 이야기를 전하며 죽음에 관한 논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LA 양로병원의 간호사가 기독교에서 불교를 바꾸게 된 이야기를 들려줬다. '환자 중 가장 짜증을 많이 부리고 끝까지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삶에 가장 집착하는 사람들은 크리스천이었다. 오히려 불교인들은 죽음을 편안한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기독교에서 너무 한 측면만 강조하고 죽음의 영성을 가르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족식, 성찬식, 장례예배와 관련해 다양한 제안도 나왔다. 예를 들어 장기요양원에 있는 사람 중 아직 의식이 있을 때 가족들이 모여 성찬식이나 세족식을 거행해 관계 회복을 돕고 또 이 장면을 영상에 담아 고인을 추억할 수 있게 돕는다. 혹은 부모님이 가족들 모르게 교회에 200불 정도를 맡겨 놓으면, 임종 이후 몇년간 가족들의 생일에 맞춰 부모님 성함으로 꽃배달을 해줄 수도 있다.

송 목사는 마지막을 앞두고 '감사'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음주운전자가 일으킨 6중 추돌 교통사고로 전신의 절반 이상에 5도 화상을 입은 이지선 씨의 간증을 인용했다.

"하루 18명이 사망해 실려 나가는 중환자실에 머물며, 뼈와 지방과 붉은 살이 드러난 다리를 보며 삶을 포기하려 한 이지선씨는 엄마가 한 말 '하루에 한 가지씩만 감사하자'가 자신을 회복시킨 계기가 됐다고 한다."

송 목사는 삶의 마무리를 돕는 '엔딩노트'를 소개하며 선친이 남긴 일기장을 통해 아버지와 비로소 대화하게 됐다고 고백한 박재동 화백의 이야기를 전했다.

두번째 강의 시간에는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에 관해 나눴다. 송 목사는 '죽음'의 개념을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딤후4:7)에 나오는 '마치다(finish)'의 개념으로 이해하고 삶의 마지막이 가까워 올수록 의욕을 잃은 채 수동적으로 죽음을 대하는 게 아니라 마지막 스퍼트를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무엇을 위해 사는가?'라는 화두를 던지며 대만에 있었던 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상과 캔디 창의 영상을 시청한 후 각자의 버켓리스트를 간단히 작성했다.

"죽마고우였던 할아버지 5명이 한 친구의 장례식장에서 만나게 된다. 평균 나이 81세, 이들은 모두 퇴행성 관절염을, 세명은 심장질환을, 한 분은 암 또 한 분은 청각장애를 앓고 있다. 한 명이 갑자기 '바이크를 타자!'고 외치자 모두 의기투합해 차고에 있던 먼지 쌓인 바이크를 꺼내 6개월간 준비한 후 13일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목적지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이들을 달리게 한 것은 바로 꿈이었다."

송 목사는 마지막을 잘 준비하기 위해 '친밀감'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친밀감이 50대 이후 남성에게 있어 채워지지 않는 중요한 욕구 중 하나라며 아이들에게뿐 아니라 이들에게도 칭찬과 포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 목사는 두 번째 강의를 마무리하며 "창세기는 창조로 시작해 입관으로 끝나는 독특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즉 창세기 안에 시작과 끝이 담겨 있다. 창세기 50장 26절과 여호수아24장 32절을 병행해 놓고 보면 요셉의 입관한 지 400년 이후 하관이 이뤄지며, 요셉의 죽음이 출애굽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성경은 창세기로부터 이미 종말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번째 강의에서는 "버켓리스트를 단순한 '하고 싶은 일'에서 복음과 관련된 '의미 있는 일' 즉 '사명'으로 전환해야 하며 물질의 유산이 아닌 '관계, 믿음의 유산'을 물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죽음을 앞둔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화해와 용서, 사랑'임을 확인한 후 기도로 강의를 마쳤다.

동부교협은 이번 달 15일 동부 사랑의교회에서 목회자 탁구대회를 열며 다음달 12일과 13일 오후 8시에 이필찬 교수 초청해 평신도를 대상으로, 16일과 17일오전10시에서 오후 5시까지 목회자를 대상으로 요한계시록 세미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9월과 11월에 선한청지기교회와 선한목자장로교회에서 운동친교모임을 열고 12월 성탄연합성가제를 개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