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성공회가 성직자들의 동성결혼식 축복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지침서를 발표했다. 더불어 성직자들의 동성결혼도 금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영국에서는 2005년부터 동성커플의 권리를 보장하는 시민결합 제도가 시행되어 왔으며,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는 작년 말, 스코틀랜드에서는 이달 초 동성결혼 합법화 법안이 통과되어 다음 달부터는 동성결혼이 시행된다. 이 같은 사회적 변화는 결혼을 남성과 여성 간의 신실한 결합으로 규정하고 있는 영국성공회에 큰 딜레마를 안겨줄 것으로 예상되어 왔다.
이에 작년 교단 내 일부 그룹에서도 성직자들이 세속법을 따라 게이나 레즈비언 커플의 시민결합이나 결혼을 위해 집례하고 축복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지난 주말 영국성공회 주교회의는 "어떤 유형의 동성 간 결합에 대한 축복도 해서는 안된다"고 발표했다. 지침서는 다만, 성직자 개인이 커플의 요청을 받아들여서 비공식적인 기도를 베푸는 것은 각자의 재량에 맡긴다는 예외를 두었다.
주교회의는 또한 "동성결혼을 한 자가 성직자로 임명될 수 없으며, 이미 성직에 있는 자도 동성결혼을 해서는 안된다"고도 제시했다. 이들은 "주교회의는 동성결혼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주교, 사제, 집사 중 어느 성직에도 임명되기를 원하지 않으며, 더불어 이러한 성직에 있는 자들이 동성결혼을 하는 것 역시 적절한 품행이 아니라고 간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지침서는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 성공회 교회의 대주교와 주교들에게 발송되었으며, 지침에 대한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와 존 센타무 요크 대주교의 특별 서한도 동송되었다. 이들은 "동성결혼을 둘러싼 교회의 분열은 인정하지만 영국성공회에 있어 동성결혼은 논의와 검토가 필요한 '새로운 현실' 문제"라고 밝혔다.
영국성공회가 이끌고 있는 세계성공회는 최근 수년간 동성결혼을 둘러싼 견해 차이로 갈등을 빚어 왔으며 특히 2003년부터 미국성공회가 동성애자 주교 임명을 허용하면서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지의 보수 성공회 교회들은 크게 반발해 왔다.
영국성공회는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보류'한다는 입장을 지속해 왔으며, 이에 보수 성공회 지도자들은 영국성공회에 "어머니 교회로서 동성애 문제를 엄중히 다루지 않으며 오히려 죄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해 왔다. 작년 초 취임한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는 동성결혼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