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박익준 목사 가정에 의해 개척된 새빛장로교회가 오는 주일(9일) 창립 4주년을 맞는다. 한인들이 많지 않은 조지아 남부 샵스버그에 조금은 늦은 40대 후반에 개척을 시작해, 교회가 막 자리를 잡으려던 2012년 여름, 불의의 사고로 죽을 고비를 넘겼던 박익준 목사와 사모.
개척을 시작한 지 일년이 됐을 때 개척의 기쁨을 나눈바 있던 그에게 꼭 한번은 다시 안정돼 가는 교회 이야기, 사고의 아픔과 이후 간증과 은혜를 들어보고 싶던 차에 노회 일로 둘루스 한인타운을 찾은 박익준 목사를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흐릿한 날씨에 때 이른 봄비가 내리는 가 싶더니 옷깃을 여밀 만큼 쌀쌀했던 2월의 어느 날. 따끈한 라떼 한잔을 놓고 만난 박익준 목사는 모두다 '안 된다'고 하는 개척의 파도에 인생 후반부를 걸었고, 험난한 파고를 넘어 이제 막 그 파도 위에 올라타 항해의 키를 단단히 붙잡은 선장과 같았다. 조심스럽게 꺼낸 사고 이야기에 "다시 한번 '내가 너의 하나님이다'라는 것과 하나님의 살아 계심을 우리 부부 모두 깊이 체험할 수 있었다"며 감사와 평안을 주셨다고 담담히 밝혔다.
정말로 좋은 성도님들이 마음 놓고 정착하는 교회 만들고 싶었습니다
새빛교회가 위치한 샵스버그는 기아자동차 조지아 공장과 협력업체들이 위치한 웨스트 포인트 시 인근으로, 한국 지상사 직원 가족들과 미국 현지에서 채용된 한인들, 그리고 지역 올드 타이머 위주의 작은 한인 사회를 이루고 있다. 딱히 조직화된 한인 단체나 활동은 없지만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한인들로 인해 이전보다 활기를 띄기 시작한 것은 사실. 새빛교회가 개척될 당시인 2010년에는 한인들의 유입이 본격화되면서 두 개의 감리교회가 있었고, 장로교회로는 처음으로 소속 교단(PCA) 노회의 지원을 받은 새빛교회가 시작을 알렸다.
"노회 소속 교회들의 십시일반으로 개척을 지원받게 되면서, 가장 먼저는 편안하게 사용하고 마음껏 예배 드릴 수 있는 장소를 찾았습니다. 조금 무리가 됐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 전에 개척을 하면서 정말로 좋은 성도님들이 마음 놓고 정착하지 못하고 떠나야만 하는 아픔들을 겪으면서, 처음에는 왜 정착을 못하시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새빛교회를 개척하면서 먼저는 하나님과의 관계 가운데 목표와 비전을 분명히 했고, 그 비전을 담을 수 있는 '그릇' 역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목회에서 믿음과 기도는 기본 전제입니다. 동시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 내려는 몸부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을 끌어 들이기 위해 겉치레를 한다거나 교회 운영을 위한 시스템 혹은 프로그램에 맹목적으로 의존해 '성공' 해보겠다는 말이 아니다. 하나님께 '기드온 300용사'를 놓고 기도한다면 이들을 감당할만한 그릇이 필요하다는 믿음의 반응인 셈이다. 성도들이 왔을 때 편안하게 예배를 드리고, 자녀들을 위해 신앙 교육을 할 수 있는 교회, 각자에게 주신 달란트를 사용해 헌신하기까지 마음을 열고 충분히 은혜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처음에 미국교회의 소예배실을 빌려 예배드리던 새빛교회는 현재 교단의 지원은 더 이상 없지만 자립해 이전보다 많은 비용을 내면서 체육관과 기타 공간들까지 빌려 자유롭게 예배와 친교를 갖고 있다. 하나님 주신 비전을 갖고 기도하며 '큰 그릇'을 준비하니 채우고도 넘치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다.
불의의 사고, 직접 치료하신 예수님
2012년, 텍사스 여행 중 갑작스런 사고로 얼굴과 목에 큰 부상을 당해 치료가 된다고 해도 제대로 서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을 받은 박익준 목사와 역시 얼굴과 허벅지 쪽을 다친 사모의 상태는 자못 심각했다. 개척의 초기를 지나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려던 교회에도 박 목사 부부의 사고는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이 사실이다. 부상이 심해 4시간에 한번씩 몰핀을 맞고 약 기운에 취해 잠을 잘 수 밖에 없었던 그는 정상적으로 회복될 수 없다는 의사의 진단에 절망을 맛봐야 했다. 하지만 절망도 잠시, 몰핀을 맞는 도중 잠이 깨는 10분, 15분 동안 고통을 참아가며 동료 목사들과 친구들, 가족들에게 간절한 중보기도를 요청했다. 매달릴 분은 역시 한 분 뿐이었다.
"몰핀을 맞으면서도 고통이 너무 심해 이 밤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어요. 밤 12시쯤, 약 기운이 다 해서 의사를 불렀는데 어떤 분이 제 머리맡에 손을 얹으면서 '내가 너를 위해 기도하는 많은 이들의 기도소리를 들었고, 너의 기도도 들었다. 이제 안심하라, 평안 하라'고 기도를 해주셨어요. 그 순간 머리의 깨질듯한 고통이 사라지고 시원했죠. 처음엔 누가 이런 늦은 시간에 와서 목사의 머리에 안수기도를 하나 싶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한 분' 밖에는 없는 거에요. '아 예수님이 오신 것이구나' 깨닫고 저도 모르게 잠들어 버렸는데 몰핀 없이 6시간을 푹 잤어요. 아침에 일어나니 의사들은 난리가 났어요. 제가 의식을 잃은 줄 알고 엑스레이를 찍는다고 내려가는 길에 깼더니, 괜찮나 묻고 괜찮다니까 일어나 걸어보라고 해서 그렇게 했죠. 의사들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다 나은 것 같으니 퇴원하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사고 나고 3일만의 일입니다."
이미 2년이 지난 일이지만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주님께서 친히 만져주신 손길과 허락하신 평안함, 기쁨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박익준 목사의 사모 역시 제대로 걷기 힘들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빠르게 회복해 큰 사고의 흔적을 찾기 힘들 정도로 건강해 졌다. 오히려 이들은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기쁨과 평안을 주변 사람들에게 전염시키고 있다.
"믿음이라고 하는 것을 말씀을 통해 읽어 내지만, 그 말씀이 내 안에 들어올 때 확신이 들면서 성장하게 되죠. 또한 경험을 통해 나에게 말씀해주시는 하나님의 음성과 몸짓을 제대로 깨닫는 것도 우리의 믿음이 성장하는 또 다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고의 의미는 글쎄요... 하나님이 저의 하나님이 되심과 하나님이 하시는 교회라는 것을 한번 더 확인시켜 주셨습니다. 사고 이후 시험이 들고 떠난 분들도 있었지만, 신앙생활이라는 게 하나님 눈치만 보면 되는 거 아닌가요?(웃음). 이후 더욱 견고해진 성도들을 통해 또 다른 차원의 성장을 이끌어 가십니다."
평신도가 평신도를 깨우는 교회, 기드온 300용사의 비전 이어간다
새빛교회는 남전도회와 여전도회가 없다. 대신 사역팀이 구성돼 있는데, 지난 3-4년간 이를 정착시켜 나가는 것이 큰 도전이었다고 한다. 사역팀에 대한 이해와 필요성에 대한 인식, 자신에게 주신 달란트를 찾아 동역하고자 하는 결단과 실질적인 헌신으로 가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고도 했다. 하지만 최근 창립기념 및 임직예배를 준비하면서 가슴 뭉클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는 박익준 목사.
"처음에 개척하면 목사가 혼자서 다 해야 하잖아요. 그러다 차차 성도님들의 달란트를 따라 사역이 나눠지고, 이 사역팀이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교회가 유기적으로 성장해 가는데 이 단계까지 가는 게 참 쉽지 않네요. 또 성도님들이 실제 자신이 잘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자신의 달란트를 구분하시는 것도 힘들어 하세요. 최근 행사를 준비하면서 사역팀장만 있던 사역팀들이 회의를 해서 각자 해야 할 일들을 나누고 사역팀별로 움직이다 보니 돕는 손길이 필요하게 되고, 적극적으로 다른 이들을 영입해 함께 일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조금씩 체질이 변화되어 간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영적인 리더십이라는 것이 성도들 각자의 은사와 달란트를 파악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인데, 이렇게 자신의 자리를 찾은 성도들은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깊어집니다. 요즘 목회자와 성도들간 비전이 공유되고 동역의 폭이 넓어지면서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가 나고 있습니다."
모든 성도들을 합쳐 이제 막 백여 명의 교회로 성장해 가고 있는 새빛교회는 지난해 전 교인 수련회를 통해 '기드온 300용사'의 비전을 재확인하는 시간을 가졌고 곧 이루어지리라는 소망이 가득했다고 한다. 조지아 남부에 '새빛'되신 예수님을 알리겠다는 비전과 각오로 부흥의 파도를 탄 새빛교회의 발걸음이 기대된다.
새빛장로교회는 3613 Hwy 3 East, Sharpsburg, GA 30277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일예배는 오전 11시 50분에서 1시까지 드린다. 문의 (404) 200-6378, (770) 614-0136, www.mysaebi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