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건한 열망

필립 슈페너 | 크리스챤다이제스트 | 134쪽 

(Photo : 기독일보)

슈페너는 많은 저작을 남겼으나, 그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해 준 최초의 작품은 <경건한 열망>이었다. 당시 프랑크푸르트의 한 출판업자가 아른트(Johann Arndt, 1555-1621)의 복음서 설교집(교회력에 맞춘 설교집, 1615년 초판 출간) 개정판을 계획하였다. 그는 슈페너에게 이 개정판 서문을 써달라고 부탁하였다. 슈페너는 그 기회를 이용하여 그가 오랫동안 심사숙고해온 몇 가지를 기록하였다. 이 서문은 즉시 큰 화젯거리가 되었다. 6개월 후 슈페너는 이 서문에 별도의 제목을 붙이고, <모든 관리들과 목회자들에게>라는 부제를 붙여 출판하였다.

그러면 슈페너의 개혁안이 담긴 '대담한 작은 책' <경건한 열망>은 어떤 내용을 지니고 있는가? 그가 제시한 교회개혁안은 무엇인가?

이 책의 1부에서 그는 먼저 지도자들의 문제점을 지적한 후, 2부에서 개혁의 가능성을 주장하였다. 그에 따르면 낙심할 이유가 없었다.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의 약속들과 초대교회의 모범에서 보다 나은 교회의 상태를 기대할 수 있는 충분한 격려를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3부는 바람직한 개혁을 이루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여섯 가지의 구체적인 제안을 한다.

①하나님의 말씀을 보다 광범위하게 사용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이 하나님의 말씀을 잘 알수록, 그만큼 더 많은 믿음과 그에 따른 열매를 얻는다. 각 가정의 가장들이 비록 매일 자신이 읽지 못하더라도 누군가가 읽을 수 있도록 성경, 특히 신약성경을 손쉽게 읽을 수 있도록 비치해 두라고 했다.

②영적 제사장직을 확립하고 부지런히 실행해야 한다. 모든 기독교인들은 자기 자신과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 기도, 감사, 선행, 구호금 등을 바쳐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부지런히 공부하며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은혜에 따라 한 지붕 밑에 사는 사람들을 가르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가능한 한 그들의 구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③기독교인의 신앙에 대한 지식을 소유하는 것으로는 결코 충분치 못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기독교는 실천하는 종교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사랑하는 구주께서는 제자의 표로써 사랑을 거듭 요구하셨다. 모든 계명은 사랑 안에 요약되어 있다. 자신의 심령에 사랑이 깊이 뿌리박도록 하기 위해 자신의 원수들에게도 선을 행할 기회를 부지런히 찾아야 한다.

④불신자들이나 이단자들과의 종교적 논쟁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슈페너에 의하면, 이단자들이나 불신자들의 종교 때문에 그들을 모욕하거나 그들에게 부당한 행위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만일 논쟁을 해야 할 경우는 기도하는 마음과 냉정한 태도로 해야 한다고 했다. 논쟁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자 한다면, 그 논쟁은 상대방을 회심시키고 하나님께 마땅히 드려야 하는 감사와 거룩한 순종을 위해 변호되어온 진리를 적용하려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⑤목회의 직무를 위해 합당한 사람들만이 부르심을 받으며, 모든 부르심의 과정을 통하여 오직 하나님의 영광만을 고려하는 것이 교회의 개혁에 필요하다. 교회 안에 결점들이 존재하게 된 이유 중에는 목회자들을 임명하는 데에서 비롯된 것들도 많이 있다. 신학교는 성령의 작업장이 되고, 모든 사람을 위한 교회의 양육실이 되어야 한다.

또 교수들은 모든 학문, 저서의 집필, 강의, 토론 등 모든 활동을 하나님의 영광과 구원 사역을 위해 수행해야 한다. 실제로 교수들의 모범 없이 진정한 개혁은 거의 바랄 수 없다.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본보기가 되어야 하고, 식사 중에도 교훈적인 담화를 해야 하다. 학생들은 거룩한 생활이 근면함과 학문만큼이나 중요하며, 경건이 없는 학문은 가치가 없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왜냐하면 신학은 실질적인 훈련이므로 모든 것이 신앙의 실천과 생활을 지향해야 하기 때문이다.

슈페너는 신학생들이 경건한 묵상을 하는 방법, 자기 성찰을 통해 자신을 보다 잘 아는 방법, 자신의 욕망을 억제하고 세상에 대해 죽는 방법, 선이 자라는 것과 그것이 부족한 곳을 관찰하는 방법, 그들이 남에게 행하라고 가르친 대로 스스로 행하는 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⑥설교의 목적(신앙과 열매)이 최대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설교를 준비해야 한다. 설교자는 소수의 지식인들보다는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일반인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슈페너는 자신들이 가르친 내용을 자신들의 삶에서 보여 주고 있지 못하는 많은 설교자들을 보고 한탄했다. 그리고 강단은 자기의 재주를 자랑삼아 표현하는 곳이 아니라고 가르쳤다.

경건주의 운동이 반대에 부딪히자, 그는 경건의 중요성을 더 강조하게 되었다. 후에 경건주의 운동은 폴란드, 스위스, 스칸디나비아 반도, 그리고 러시아까지 급속히 전파되었다. 경건주의는 유럽과 북미 교회의 변화에 심대한 영향을 주었다.

경건주의의 고전인 이 책이 제시한 교회개혁안은 오늘의 교회가 부흥과 갱신의 구체적 전략으로 수용할 수 있는 귀중한 통찰을 내포하고 있다.

/송광택 목사(총신대 평생교육원, 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