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이하 현지시각) 이슬람 국가인 레바논에서, 기독교 서점에 화재가 발생해 수만 권의 책이 손실됐다. 그리스정교회 소속 성직자인 서점 주인은 이슬람과 선지자 마호메트를 모욕한 기사를 작성했다는 누명으로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레바논 트리폴리 북쪽에 위치한 '사에(Saeh) 도서관'에 의도적인 방화로 보이는 화재가 발생해, 서점에 비치된 도서 8만권 가운데 2/3에 해당하는 도서와 필사본이 불에 탔다.
레바논 보안당국 관계자는 AFP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 도서관 소유자인 그리스정교회 소속 이브라힘 수로지(Ibrahim Surouj) 신부는, 앞서 이슬람과 마호메트를 모욕하는 소책자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했다. 그러나 소책자와 어떠한 관련도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전했다.
4일 레바논 TV와 가진 인터뷰에서 수로지 신부는 "가해자들을 용서한다. 트리폴리의 평화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레바논 현지 매체인 데일리스타(Daily Star)는 "서점을 집어삼키던 화재 진압을 위해 고군분투한 시민보호팀은 '이는 레바논에서 가장 유명한 도서관 중 하나였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이슬람 지도자들조차 수로지 신부가 반무슬림적인 기사를 작성했다는 누명과 관련해 그를 변호하고 나섰다. 살라피 지도자인 살렘 알-라페이는 "레바논 보안당국이 방화를 조장한 이들을 고소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전했다.
국내치안부대 전 담당관인 아쉬라프 리피(Ashiraf Rifi) 역시 이번 방화의 원인은 그가 마호메트를 모욕한 기사를 작성했다는 루머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치안부대 여단 소속 이마드 아이유비(Imad Ayyoubi)는 이 같은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수로지 신부는 기사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문제가 된 웹사이트는 덴마크에서 2010년 1월 7일 제작된 것이다. 사건의 조사자들은 누가 방화를 했는지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수백 명의 레바논 시민들은 신부를 지지하기 위해 시위에 나섰다. 다른 이들은 불탄 서점 내에 남아있는 도서들을 챙기고, 서점을 재건하기 위한 봉사에 자원하고 있다. 걸프 뉴스는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책들이 손상됐을 수 있다고 전했다.
레바논 블로그인 'A Separate State Of Mind'는 이 도서관을 '진정한 국가의 재산'이라고 칭하면서 "역설적으로 도서관에 소장돼 있던 많은 책들이 이슬람에 대한 것들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블로거인 엘리 파레스(Elie Fares)는 "오늘 밤, 나는 종교도 하나님도 알파벳도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이 곳을 두고두고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겨 버렸다. 나는 매우 분노하고 있으며, 여러분도 그러해야 한다"고 적었다.
블로그 발라디에 따르면, 이 도서관은 1970년대에 지어졌으며, 8만권의 서적 가운데 약 400여권이 매우 희귀한 책으로 분류된다. 가장 오래된 소장본 가운데 하나는 1817년 미국 대령이 작성한 것으로, 약 3,000달러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블로그 발라디는 불에 타기 전 도서관의 사진과 함께 "**들이 도서관에 불을 지르기 전에 정부 관리들이 이를 보존하고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예방조치를 취했어야 했다고 본다"는 글을 올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