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를 이유로 은퇴를 선언해 미 주류사회와 한인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신호범(79) 워싱턴주 상원의원이 베다니 교회 최창효 목사를 만나 "임기를 채우고 그만두겠다"는 뜻을 밝히고, "원래 계획대로 연말에 임기를 마치고 은퇴하겠다"고 전했다.
당초 신 의원의 변호사는 지난 7일 영어로 된 보도 자료를 주류 언론사에 보내 '신호범 의원이 건강상의 문제로 워싱턴주 상원 의원직을 즉각 물러날 것'을 발표했다. 성명에서는 '기억력 감소와 최근 진단을 받은 알츠하이머를 이유로 유권자들이 기대하는 것만큼 일 하는 것이 어렵다'로 사임이유를 들었었다.
그러나 신호범 의원은 재 성명을 통해 "당장 은퇴하려는 뜻은 아니었는데, 개인 변호사의 앞지른 행동으로 혼선을 빚었다"며 "민주당과 협의해 4월 말까지의 회기를 끝내고, 임기가 끝나는 올해 말까지는 사력을 다해 맡은 일을 섬기고자 한다"고 밝혔다.
신호범 의원은 "여러 가지로 부족하고 미흡한 것뿐이었던 저를 사랑하고 믿어 주셨으며, 이끌어 주시고 지도해 주신 여러분들 때문에 오늘의 제가 있었음에 감사드린다"며 "목숨 다하는 날까지 나라와 의를 위해 일하기를 바라는 저를 끝까지 지켜보아 주시고 기도해 주시기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신 의원의 기억력 감소 증세는 미세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도 스스로 운전하고 다니며, 각종 행사 참석은 물론 강연회 연사로도 활발하게 나서고 있어 생활에 큰 지장이 있는 상태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신호범 의원의 은퇴 해프닝은 자문 변호사와의 이견이 빚은 것으로 영문 은퇴 성명의 작성과 배포는 변호사에 의해 주도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파주시 금촌이 고향인 신 의원은 4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와 떨어져 고아가 되자 거지 생활을 하며 지냈다.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그는 6ㆍ25 당시 15살에 미군 부대의 하우스 보이가 되어 미군 군의관 레일 폴 박사를 만나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폴 박사의 양아들로 1953년 미국에 들어온 신호범은 검정고시로 중고교 과정을 마친 뒤 유타주 브리검영대와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국제관계학 석사, 워싱턴대(UW)에서 동아시아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쇼어라인 커뮤니티 칼리지를 비롯해 메릴랜드대, 하와이대, UW, 웨스틴워싱턴대 등에서 30여년간 강의한 신 의원은 1992년 워싱턴주 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으며, 1998년 주 상원으로 자리를 옮겨 당선됐다. 이후 5선 의원으로 워싱턴 주 상원 부의장을 지내는 등 이민사회에 성공 신화를 써왔다.
또한 신호범 의원은 미주와 본국 교회에서 간증집회 강사로 나서 '꿈과 도전'을 주제로 차세대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데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