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되면 각 교회에선 정책당회가 열리고 새해의 임직자들을 배정한다. 작은교회에서는 일인다역(一人多役)도 해야 할 것이다. 이 때 분업과 협동이 중요하다.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일이 집중되고 교회조직은 침체되며 구성원 간에 불평불만이 생긴다. 흉년이 들면 "어머니는 배곯아 죽고, 자식은 배 터져 죽는다"는 말이 나오고, 방 구들을 잘못 놓으면 "아랫목에 자는 사람은 데어서 죽고, 윗목에 자는 사람은 얼어서 죽는다"는 말이 생긴다.
분업과 협동 원리는 모세가 시행한 경영관리 원칙이다(출 18:13-27). 혼자서 모든 백성의 문제를 다 처리할 수 없으니,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믿을 만하며 속임수를 싫어하는 사람을 선택해 분담관리자로 세우되 천부장, 백부장, 오십부장 및 십부장으로 임명하도록 했다. 오늘날 군대조직(군단-사단-연대-대대-중대-소대-분대)과 같다. 모세는 그 중간 지도자들을 관리하고 원칙만 다루도록 한 것이다. 초대교회에서도 교인수가 늘어남에 따라 교회 업무가 확장되고 구제봉사에서 불공정 시비가 일어나자 사도들은 이 문제를 그냥 봉합하거나 방관하지 않고 교회 관리조직을 재정비하기로 했다(행 6:1-7).
그래서 사도들은 기도하는 일과 말씀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고 성령과 지혜가 충만하다고 인정받는 사람(7명의 집사)을 뽑아 구제와 봉사 등을 분담케 했다. 오늘날의 교회조직이 시작된 것이다.
교회봉사는 우열(優劣)이 없으니 모두 중요한 것이다. 믿음으로 감당하고 자진봉사하면 다 성직(聖職)인 것이다. 마치 집을 짓는 데 철근, 시멘트, 나무, 흙, 플라스틱, 유리, 헝겊, 종이, 벽돌이 다 필요하듯, 한 가정의 살림을 위해 사기그릇, 유리그릇, 놋그릇, 옹기그릇, 양은그릇 등이 다 있어야 하듯. 한 사람의 신체구조에 얼굴과 머리, 몸통과 사지백체가 각각 있어야 하고, 얼굴 위에도 귀, 눈, 입, 코가 있어야 하듯이 말이다. 교회를 세워가는 데도 기둥과 서까래, 벽과 지붕이 있어야 한다. 당회에서 교인들의 달란트와 성격특성, 그리고 능력과 기술, 신앙연조를 살펴 필요한 부서에 임명할 것이다. 객관적으로 최선의 결정으로 임명했을 것이니까 모두 감사함으로 수용하고 최선을 다해 충성하자.
어느 교회에서는 1년 52주간의 꽃 달력(Flower Calendar)을 붙여놓고 매주 강단을 장식할 지원자를 모집했다. 한 사람(한 가정)이 꼭 한 주간만 맡을 수 있게 했다. 생일, 결혼기념일, 자녀 낳은 날, 부모님 추도일 등 희망하는 주일에 자기 이름을 써 넣는다. 빈 자리가 있으면 장로들이 채워 넣는다. 그러고 나서 그날을 위해 꽃꽂이 학원을 다니든, 전문가에게 부탁하든 교회에 꽃을 장식한다. 그리고 오후예배가 끝나면 그 꽃 장식을 분해하여 한 송이씩 나누어 갖고, 귀가길에 요양원이나 병원에 들러 기도해 주고 각 방에 꽂아준다. 꽃이 시들기 전에 재활용하여 심방과 위문행사에 쓰는 것이다.
이 방법은 교인들의 점심식사를 위한 목적헌금에도 활용될 수 있다. 사랑하는 교인들에게 1년에 한 번쯤 식사대접을 해드리는 것이다. 교회 도서관에 좋은 책을 사기 위해 문화상품권 헌금을 하는 등, 십시일반으로 분업과 협동을 실천하는 것이다. 교인들 중에 음악적 소질이 있으면 찬양대 대원으로 봉사하고, 강의 전달능력이 출중하면 교사로 일해야 한다. 걸어다닐 기력이 있는 사람은 심방대원으로 봉사하고, 그게 안 되면 입원환우들에게 보낼 위문카드를 작성하고, 그것도 힘든 사람은 교인들과 교회를 위해 중보기도를 맡는다. 재력이 있는 사람은 돈으로, 시간이 나는 사람은 시간으로, 체력이 있는 사람은 노력봉사로, 특별한 기술(전기, 컴퓨터, 운전, 수리)이 있는 사람은 그 기술을 통해 봉사하면 된다.
교회 건물관리를 위해 일반청소부터 유리창 청소까지 당번을 정해줘도 좋을 것이다. 교사, 찬양대, 식당봉사, 심방봉사, 차량봉사, 청소봉사, 상담봉사, 경로효친봉사, 전도사역 등 할 일은 얼마든지 있다. 여하튼 모든 교인이 자기 형편과 능력에 맞는 일을 하나 이상 맡아야 한다. 한 사람에게 일이 겹치거나, 아무 일도 없는 사람이 있으면 안 좋다. 일하는 사람은 불평하지 않지만,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은 불평을 하게 돼 있다.
교회에는 5종류의 "꾼"이 있다. 몸살 날 정도로 열심히 일하는 '일꾼'이 있고, 비난 안 받을 정도만 일하는 '삯꾼'도 있다. 남의 도움만 받고 자기는 일하지 않는 '사기꾼'이 있고, 일하는 것을 바라만 보는 '구경꾼'도 있다. 그리고 일하는 사람들을 비난하여 상처를 주는 '방해꾼'도 있다. 우리는 모두 일꾼으로만 살자. 주님의 동역자로서 열심히 살자.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