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은 가장 위대한 예술가입니다. 나비의 날개에, 물고기의 비늘에, 새의 깃털에 무지개의 영롱함을 아로새기신 하나님…. 그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인간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아름다움을 알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아름다움을 보고 감동합니다. 따라서 예술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인간의 자연스러운 활동의 하나이며, 삶의 한 모습입니다. 한편 하나님은 각자에 따라 성령의 은사를 주시면서 창조의 열망과 창의력을 허용하셨습니다. 진정한 예술은 하나님의 은사에서 시작됩니다.
기독미술인협회 회장인 박정근 작가(전 총신대 교수, 사진)의 말이다.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공부하고 총신대에서 교편을 잡아온 박 작가는, 1993년부터 기독교 미술인협회를 통해 기독미술인 연합활동에 앞장서 왔으며 99년에는 지금의 LA사랑의교회가 위치한 미주성산교회 입구에 1천 스퀘어 피트 규모의 모자이크 벽화를 완성해 화제를 불러 일으킨 바 있다.
기독교적 영성과 회화적 예술성의 조화, 그리고 한국의 전통적 감수성과 서구적 기법의 만남을 동시에 추구하는 예술가로 정평이 나있는 작가는, 그간 아담과 하와에서부터 유혹, 자식을 바친 아브라함, 신랑을 기다리는 열처녀, 예수님의 발을 씻는 여자, 베드로의 회개, 최후의 만찬, 부활 등 일련의 작품을 통해 하나님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죄사함과 구원, 인간의 회개와 찬송을 맑고 강렬하게 표현해 왔다.
신학과 음악이란 영역이 서로 접목됨으로써 하나님을 보다 깊이 만나고 찬양할 수 있듯, 신학과 미술의 만남으로 이 땅 가운데 하나님의 성소(교회)를 아름답게 꾸며나갈 사명이 기독미술인들에게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한국에서뿐 아니라 미주에서도 뜻있는 한인 기독미술인들을 모아 기독미술인들의 활동을 장려해오고 있다. 지난 달 말에는 그가 회장으로 이끌고 있는 미주 기독 아티스트들의 모임인 기독 미술가협회(Association of Christian Artist) 주최 하에 LA 한인타운에 위치한 웨스턴 갤러리에서 전시회가 열리기도 했다. 미국 주류 커뮤니티뿐 아니라 한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활약하고 있는 기독미술인 31명이 참여해 해석해 신앙의 물감으로 캔버스에 영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 34점을 선보였다. 작품 한 점 한 점에서 깊은 신앙의 내면세계와 위대한 창조의 신비, 그리고 하나님의 놀라운 힘과 그에 대한 찬양을 엿볼 수 있다.
2008년 이래 해마다 한 차례씩 개최해온 기독미술인협회 정기 회원전에 더해, 박정근 작가는 앞으로 한국 기독미술인들이 교계와 힘을 합해 하나님의 성소에 아름다운 음악이 울러 퍼지게 하듯, 아름다운 글과 조각 그리고 그림과 건축을 통해 그리스도의 성전을 하나하나 조성해 나가는 것이 이 시대 남겨진 과제이자 사명일 것이라고 강조한다.물론 한국교회의 경우 건축물 및 조형물 제작 등에 있어 과거 20-30년 전에 비해 기독예술가들이 활약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돼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여전히 기독미술에 대한 교계의 이해가 부족한 탓에 신학과 미술의 경계가 좁혀지지 않고 있어 교계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수십년간 한국 기독미술인들과 서로 연대하며 각종 연합활동은 물론 이 분야의 활성화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힘써온 그는, 예술활동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 목회자들의 이해 부족을 꼽는다.
“우상수배의 가능성은 물론 경계돼야 하지만, 미술 자체는 하나님의 성소에 다시 통합되어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그것을 기뻐하시기 때문이죠. 그러나 인간의 손으로 만든 형상이 인간의 우상이 되고 경배의 대상이 될 것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과 과민반응을 하나님이 허락하신 회화적 달란트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사용되는 것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칼뱅의 종교개혁 이후 교회 안에서 음악은 예배의 일부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 반면, 미술은 경시되어 온 경향이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너는 자기를 위해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고,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나 아래로 땅에 있는 것이나 땅밑 물 속에 있는 것의 아무 형상이든지 만들지 말며”(신명기 5:8)라고 하는 십계명의 제2계명은 오늘도 보수적 신앙인들 사이에 미술에 대한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 할지 난처하게 한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아름다움을 느끼고 추구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은사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쓰여져야 하며, 믿는 이들의 삶에 또 하나님의 성전에서 회화적 예술성이 보다 인정되고 도입됨으로써 기독교문화가 풍부해질 수 있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교회가 앞장서서 하나님 중심의 신앙을 바탕으로 한 객체의 이해와 세계관에 충실한 기독작가들을 많이 배출해 내아 하고, 궁극적으로 기독미술을 통해 하나님 나라 확장에 크게 기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궁극적으로 예술가로서의 감수성을 살리면서도 복음의 메시지를 전하는 미술인들이 하나둘씩 배출되고 이들이 세상 문화 가운데 기독교 문화의 옷을 입히는 일에만 전력을 다하는 풍토가 조성됨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날이 하루 빨리 도래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