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여러 민족 가운데 한국 사람들처럼 배움에 빠른 민족도 없습니다. 똑똑해서 그저 슬쩍 보기만 해도 어디서 배워본 적이 있는 사람처럼 쉽게 이해할 뿐만 아니라, 금방 ‘달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빠르게 배우고 익힙니다.
필자가 한국에서 컴퓨터회사를 운영하고 있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프로그램 개발자들을 많이 뽑았는데, 채용 선발기준은 너무도 간단했습니다. 그다지 복잡하지 않은 프로그램을 작성하도록 시키고 결과에 상관없이 어떠한 방식으로 접근하는가를 주의깊게 보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필기도구를 꺼내들고는 작업 순서를 도식화해 플로우차트(Flowchart)를 그리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바로 컴퓨터에 앉아 프로그램 작성에 돌입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저는, 바로 시작하는 이들에 대해선 모두 탈락시켰습니다. 시작부터 90퍼센트의 결과에 도달하기까지는 타인에 비해 엄청난 속도를 보이지만 마지막 남은 10퍼센트에 있어서 결국엔 뒤쳐지게 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프로그램은 일의 특성상 아무리 99퍼센트 완벽하게 작업했다 할지라도 단 1퍼센트로 인해 제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신입사원이 처음 회사에 들어오면, 친절하게 복사기나 전화기 사용법에 대해 가르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한번 스쳐 지나가듯 얘기하면 본인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가령 복사기에 어떤 기능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그저 당장 사용하는 것에 치중하기에 일상 업무 외의 다른 오더가 떨어졌을 때 그에 대응할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그 일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면 복사기조차 잘 다루지 못하는 무능한 사원으로 낙인 찍히게 되고 맙니다.
오래 전 한국 카이스트(KAIST)의 젊은 박사가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을 본 적이 있습니다. ‘날고 긴다’ 하는, 소위 천재들이 모인 그곳 카이스트에서도 그는 아주 특이한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었습니다. 한 예를 들자면, 수영을 배울 때에도 그는 맨 먼저 서점으로 달려갑니다. 그리고 책을 통해 수영의 역사와 종류, 영법 등을 충분히 익히고 난 후에야 실제로 수영장에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할 때 비로소 남들보다 훨씬 더 빠른 시간 내에 숙달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습니다. 우리 또한, 이렇게 오늘 각자 처한 삶의 현장에서 조금은 천천히, 그리고 하나하나 원칙을 밟으며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가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게 필자의 바람입니다.
한편, 이번 칼럼에서도 지난 번에 이어 실생활 가운데 유용하게 사용 가능한 어플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각종 적립카드(Reward card)를 줄줄이 자동차 열쇠에 꽂아 가지고 다니시는 분들에게 유용한 ‘키 링(Key Ring)’이라는 어플입니다. 이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적립카드를 보관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주기에 아주 편리한 어플입니다. 이것 하나로 내 자동차 열쇠 꾸러미가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 다운받는 방법은 스토어(store) 검색창에 “key ring”이라고 치시면 됩니다. 설치 후에는 카메라를 이용해 적립카드를 사진으로 찍어 보관하도록 돼 있습니다. 해당 장소에서 스마트폰에 있는 바코드를 보여주면 직원이 스캐너를 통해 읽어갑니다.
또 하나 소개해 드릴 어플은 ‘만개레시피’입니다. 이제 더이상 요리는 여성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남편들도 아내에게 사랑받기 위해선 요리가 필수입니다. ‘만개레시피’라는 어플 안에는 실제 레시피가 1만개를 넘어 수십만개 들어있습니다. 이를 통해 같은 된장찌개를 끓이더라도 수십 수백가지의 레시피를 참조하며 요리할 수 있고, 아내의 생일에도 맛깔스러운 미역국을 끓일 수 있습니다. 요리가 재미있어질 뿐만 아니라, 아주 자세하게 나와있어 누구라도 손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꼭 한번 사용해 보시길 강력하게 추천하는 바입니다.
마지막으로 ‘수평계’라는 어플이 있습니다. 벽에 그림을 걸 때 누군가 수평이 맞는지 일일이 봐줘야 했다면, 이제는 이 어플을 이용해 보십시오. 다운받을 때 검색창에 “수평계”라고 치면, 많은 종류의 어플이 나오는데 그중 적당한 것으로 하나 골라서 사용하면 됩니다. 이 어플 하나로 각이 맞는지 안맞는지 혼자서도 충분히 확인 가능합니다.
이밖에도 스마트폰 어플의 종류는 무수히 많습니다. 수백여만개 어플 중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내 쓰기란 사실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누군가의 추천에 의해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좋은 게 있으면 서로 알려주고 나눠 쓰는 자세, 이것이야말로 좋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기본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