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선 소장
(Photo : 기독일보) 아시안 약물중독 치료서비스 이태선 소장

"자신이 처해있는 이해할 수 없는 억울한 심정을 누구에게 호소할 길이 없다"며 가정폭력으로 인해 법원의 명령으로 상담을 받는 남성들이 원통해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실, 대부분의 가정폭력이 그렇듯 미필적 고의에 의해서 자행되는 경우는 드물다. 배우자에 대한 가해자의 신념이 너무도 강해서 아내가 맞을 수밖에 없는 행동을 했다고 믿거나 또는 폭력의 과정에서 너무도 격분한 나머지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충격을 가했는지 순간적으로 망각에 빠져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해자는 자신의 폭력성에 대해 객관적으로 인식하기 쉽지 않다.

요즈음 가정 내 갈등과 폭력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아내의 도박중독이다. 이로 인해 좌절하는 남편들이 결국 폭력이 수반된 제재를 가하다 보니 법적인 굴레를 쓰게 되는 케이스다. 아내의 도박중독이 가산을 탕진하고 이도 모자라 자신에게 폭력범이라는 올가미를 씌었다며 분노해하는 것이다.

최근 타운내의 웬만한 카지노에는 적지 않은 한인 여성들이 밤새워 가며 슬롯머신에 정신이 팔려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목격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여성 도박중독의 유형에는 삶의 무료함과 우울증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현실도피형이 대부분이다.

여성들이 처음으로 도박을 경험하게 되는 유형으로는 도박을 즐기는 남편 따라서 멋모르고 해본 것이 사단이 되어서 중독으로 빠져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혼생활에서 빚어지는 갈등이나 이민의 삶에서 느끼게 되는 공허함, 또는 성장한 자녀들의 출가로 인한 허전함은 무엇인가에 집착하지 않고서는 해소될 것 같지 않은 막막함에 빠질 수 있다. 이에 대한 돌파구를 심심풀이로 시작한 도박에서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부분의 남성 도박자들이 이민생활에서의 경제적 좌절감을 한방에 날려 버리기 위한 도박에 빠져 드는 것이라면, 여성의 경우에는 내면의 공허함을 메우기 위한 소극적 중독행위가 되는 셈이다.

남편의 도박중독을 아내는 감내하며 살아가지만, 아내의 중독을 남편은 참지 못한다. 남편은 자신의 폭력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며 아내의 가산탕진으로 부터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노라 항변한다.

하지만 결혼한 여성이 도박에 빠지게 되는 대부분의 심리에는 결혼생활에서 남편으로 부터의 정서적 학대와 외도 등이 단초가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남편으로 부터 존중받지 못하거나 배신감을 갖게 될 때 아내는 자신의 마음의 상처를 그 누구에게도 공유하지 못할 때 내면의 욕구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자구책에 빠지는 것 중의 하나가 도박중독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삶의 좌절감에서 탈출하기 위한 무의식의 자기부정에 빠지게 될 때 사람은 우선 건강한 의사결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기보다는 그 대상이 도박이던 종교이던 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자 하는 극단적인 행동에 빠지게 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모순의 악순환에서 남편과 나머지 가족들이 중독자를 향해서 비난과 냉소적 태도로 일관할 때 중독자의 심리는 더욱 견고하게 자기부정의 성을 쌓게 된다.

나는 상담에 참여하는 남성들에게 지금까지의 결혼생활에서 아내로 하여금 불행한 심리를 갖게 만드는 자신의 무의식적인 전략적 행위는 무엇이며, 그 심리적 요인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객관성을 가지고 꿰뚫어 볼 수 있는 진실성을 찾아 가기를 권면한다.

남성과 여성이 결혼을 통해서 중독으로 빠져들지 않고 진정으로 행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불행을 상대 배우자의 탓으로 돌리지 말아야 한다. 진실로 서로 좋아서 결혼한 배우자를 왜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한 스스로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객관성 있게 바라다보아야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지금당장 눈앞의 현실에만 집착하며 고통스러워 할 때 사람은 문제를 더욱 증폭 시키며 점점 더 배우자가 미워지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는 수순을 밟게 된다. 지금은 건강한 지혜와 조언이 필요한 시대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