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유명한 단편 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에 보면, 구두장이 세몬은 어느날 갑자기 하늘로부터 내려온 천사 미하엘을 통하여 하나님께서 천사를 통해 우리에게 주시고자 했던 인생의 가장 중요한 질문 세가지를 듣게 된다. 첫째는, 인간의 내면에는 무엇이 있는가? 라는 질문이며, 둘째는,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고, 마지막 셋째는,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라는 질문이다. 톨스토이는 자신의 소설 말미에 이 세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구두장이 세몬과 천사 미하엘의 대화를 통해 아주 명료한 한마디로 전하고 있다. “부모 없이는 살아도 하나님 없이는 살 수 없다”
톨스토이의 이 마지막 결론은 우리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그 어떤 설교자의 설교보다도, 강력하고도 분명하게 가르쳐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어릴적부터 부모를 잃은 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부모를 잃는 다는 것은 그에게는 인생의 가장 든든한 삶의 등받이를 잃는 것이다. 부모를 잃는 순간 절망이 찾아오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렇게도 못살 것 같은 이 세상의 삶을 조금씩 이기며 살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이 어찌 부모를 잃는 것에만 해당되는 것이겠는가? 부모를 잃는 슬픔보다 더 큰 슬픔이 아마 자식을 잃는 슬픔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랑하는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고 수많은 밤을 눈물로 지새우는 부모들이 있다. 차라리 부모가 대신 죽으면 죽었지 자식이 자신의 눈앞에서 죽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 있는 부모는 아무도 없다.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이 바로 자식이 먼저 죽는 것을 보는 슬픔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부모는 그 슬픔을 조금씩 이기게 되고, 그렇게도 못살 것 같았던 인생의 삶을 그래도 유지하며 살게 된다.
자신의 인생의 길에 무엇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함께 삶을 나누고 피를 나누는 가족인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자신의 인생에 애지중지하며 한평생 쌓아 놓은 물질과 명예를 잃어버리는 경우에도 그 절망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절망과 슬픔은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극복되어지기 마련이다. 잃어버린 물질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도 물질이 아닌 더 가치 있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부터 사람들은 그 슬픔과 절망에서 일어나게 된다. 피를 나누고 함께 인생의 길을 걸어갔던 가족을 잃어버리는 슬픔도 언젠가는 천국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하기에 그 슬픔을 이겨낼 수 있다.
그러나 한번 잃어버리면 도저히 회복이 되지 않는 일이 있다. 바로 ‘나 자신’이다. 나를 잃어버리면 도저히 회복이 되지 않는다. 나를 잃어버린다는 것은내가 누구인지도 모른체,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며, 내가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를 전혀 깨닫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 나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를 만드시고, 나에게 인격을 부으셔서 생명의 삶으로 그 방향과 목적을 삼게 하신, 하나님을 잃어버리지 않아야 한다. 나는 결코 스스로 내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없다. 나의 가치와 의미, 나의 삶의 방향과 목적은 오직 하나님이 내 안에 그것을 부어 주셔야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부모 없이는 살아도, 자식 없이는 살아도, 물질과 명예 없이는 살아도, 하나님 없이는 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