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서 가장 치안이 우수한 도시로 유명한 미국 수도 워싱턴 DC의 해군 복합단지(네이비 야드)에서 발생한 대형 총기난사 사건은 사망한 용의자 에런 알렉시스(34)의 단독 범행으로 잠정 결론났다.
9·11테러 12주년이 지난지 닷새만인 16일 무장괴한이 해군시설 내에서 총기를 난사해 모두 13명이 숨졌다는 소식에 수도권 주민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캐시 레이니어 워싱턴DC 메트로폴리탄 경찰국장은 "오늘 단지에서 발생한 인명의 손실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단 한 명"이라고 17일 브리핑에서 밝혔다. 앞서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현장에서 사망한 용의자 외에 또다른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빈센트 그레이 워싱턴DC 시장도 "아직 완전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으나, 지금 단계에서는 총을 쏜 사람이 또 있다는 어떤 증거나 정황도 없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워싱턴 경찰과 공조 하에 사건의 경위와 용의자의 범행 동기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용의자가 숨져 범행 이유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알렉시스가 높은 수준의 보안을 요하는 군 건물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또 그가 과거 어떤 이력을 가지고 있었는지 등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그는 뉴욕 태생의 해군 상근예비역 출신으로, 이후 IT기업인 HP의 군 하청업체 직원으로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범행 당시 AR-15형 반자동 소총과 산탄총, 권총 등 총기 3정을 소지하고 있었으나 '합법적' 수단을 통해 건물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방송에 따르면 지난 7월 보안심사를 새로 통과한 알렉시스는 자신의 용모와 일치하는 군 하청업체용 신분증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를 이용해 건물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2007년부터 해군에서 상근예비역으로 복무하다 2011년 일반제대(general discharge)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 상황을 아는 한 국방부 관계자는 알렉시스가 "비위 행위의 양태"를 보인 이후 제대했다고 전했다. 당국은 제대 당시를 둘러싼 상황이 그의 범행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만일의 가능성에 대비해 건물을 빠져나가는 모든 사람을 조사하는 한편, 아직 단지에 숨어 있는 사람들이 있는지 수색하고 있다. 해군 측은 17일에 필수인력만 출근한 가운데 단지 문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사건 당일 수도권 전철의 탈선 사고로 3명이 숨지는 참사도 벌어져 워싱턴DC으로서는 '악몽의 날'이었다.
한편 미국 개신교 지도자들은 이번 사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슬픔을 당한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하며, 다시는 이와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