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학술원 월례회가 ‘북한주민의 인권과 한국교회의 과제’를 주제로 진행되고 있다. ⓒ기독교학술원 제공
기독교학술원 월례회가 ‘북한주민의 인권과 한국교회의 과제’를 주제로 진행되고 있다. ⓒ기독교학술원 제공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이 '북한주민의 인권과 한국교회의 과제'란 주제로 제31회 월례기도회 및 발표회를 개최했다. 열린 이날 발표회에선 박경서 박사(유엔인권정책센터 이사장), 유석렬 박사(전 통일외교안보원 교수), 조요셉 박사(경찰대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다.

독일에서 배워야=박경서 박사는 '북한주민의 인권'을 제목으로 한 발표에서, 우리보다 앞서 통일을 경험한 독일의 예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박 박사는 "지금 독일은 통일을 이룬 지 20년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한 국가 두 민족'으로 살고 있다"며 "동독과 서독의 경제적 격차 등이 생각했던 것보다 컸기 때문이다. 지금 독일은 마치 어린아이와 같았던 동독에게 걸음마를 가르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박사는 독일의 경우에서 우리가 교훈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은 여야 정치권의 협의 속에서 정책적 중단 없이 통일의 길로 나아갔다. 우리 역시 통일에 대한 여야의 합의가 전제돼야 할 것"이라며 "또한 통일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인도주의 원조는 지속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북한 소수 집권층과, 그곳에서 태어난 죄밖에 없는 북한 주민들을 구분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박 박사는 한반도 평화 방안에 대해 "한 사회의 건전한 발전은 합리적인 보수와 이성적인 진보가 매끄럽게 화합했을 때 가능하다"며 "더불어 역지사지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 남북의 평화, 그리고 통일은 남한이 양보한 반쪽에 북한의 반이 들어오고, 북한이 양보한 반쪽에 남한의 반이 들어갈 때에야 비로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선교, 역할 분담해야=두번째 발제자로 나선 유석렬 박사는 '북한 신자들 지원방안'을 제목으로 한 발표에서 "직접적인 북한 지하교인 지원은 많은 위험이 따르고 그 위험과 고통을 감수해야 하기에 사명감만 가지고는 할 수 없다"며 "그에 따른 특수훈련을 받고 선교의 배경과 여건을 정확히 파악해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면에서 폭넓은 이해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 박사는 "특히 중요한 것은 수시로 변하는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력, 위험에 대한 신속한 대처법, 특수 지식과 기술 등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이 같은 훈련이 되지 않은 선교사가 사명감만 가지고 선교 현장에 나가면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유 박사는 '역할 분담'을 제안했다. 그는 "북한선교에 있어 그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역할을 분담하는 수밖에 없다. 모두가 다 특수훈련을 받은 전문 선교사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라며 "대부분 교회들은 직접 선교사를 파송해 북한 선교에 참여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어렵다. 따라서 북한선교는 전문화된 단체에 맡기고 교회는 그 단체를 지원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유 박사는 "북한선교와 같은 특수선교에 있어서는 교회가 선교단체를 지원하는 간접선교 방식을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러한 역할 분담 속에서 선교단체나 사역자들은 지원을 걱정하지 않고 북한 복음화에 더욱 열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일역량, 여전히 낮다=끝으로 '탈북자들 정책'을 제목으로 발표한 조요셉 교수는 "탈북자들의 남한 정착 문제는 탈북자들에겐 그들 자신들의 행복과 직결되는 문제지만 사회적으로는 통일 후 남북한 사회통합에서 야기될 문제들을 미리 학습할 수 있는 기회이자 우리가 얼마만큼의 통일역량을 갖추고 있는가를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시금석"이라며 "무엇보다 탈북자들의 복음화 문제는 곧 북한선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현재 남한의 탈북자에 대한 전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박사는 "통일의 마지막 단계인 '사람의 통일'은 서로 다른 체제에서 생활해 왔던 남북한 주민들이 서로 이질감을 해소하고 동일한 체제 하에서 함께 생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는 이미 남한에서의 탈북자 정착 과정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많은 지원에도 불구하고 탈북자들의 정착이 기대만큼 되고 있지 못하다. 이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그들을 잘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자 우리의 통일역량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분석했다.

한편 기독교학술원 원장 김영한 박사는 개회사에서 "정부는 이번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가 남북 관계 전체를 정상화해,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남북 현안과 북핵 해결의 계기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한국교회는 남북관계 해빙무드에서 북한 주민의 인권 등에 노력하며, 국내 탈북자들이 우리 사회에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그들을 체계적으로 돌보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