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2015년부터 '종교인 과세'를 시행하겠다고 함에 따라, 교회에 미칠 영향에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8일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종교인 과세를 오는 2015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고, 종교인들의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 과세하겠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자체적으로 집계하고 있는 국내 교회 수는 6만7백85개, 교역자 수는 12만3천3백10명이다. 이 중 미자립·개척 교회가 약 70~80%를 차지한다는 것이 대체적 분석인데, 교역자 수로 치면 불과 약 2~3만명 정도만이 부과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세무 전문가들은 그 중에서도 연소득 4천만원(4인 가족 기준) 이하의 종교인들은 실제 세부담이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타소득세율에 따라 세금을 내더라도 각종 공제로 인해 낸 만큼 다시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계 안팎에선 정부가 종교인 과세를 입법화해 시행해도 눈에 띄는 세수 증대 효과는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면세점 이상의 중·대형교회들은 이미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고 있어서다. 즉 2015년부터 실제 과세 대상이 될 교역자 약 2~3만명 중 대부분은 이미 지금도 납세하고 있다는 것이다.

목회자들에 대한 정부의 사회보장 부담 커질 수도

오히려 세출이 늘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현재 세금을 내는 교회 혹은 교역자들은 대부분은 근로소득세를 내는데, 이것이 기타소득세로 바뀌면 내야 할 세금이 되레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또 상당수 미자립·개척교회 목회자들에 대한 정부의 사회보장 부담도 커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 개척교회 목회자는 "소득증명이 어려워 신용카드 하나를 만드는 데도 애를 먹어야 했다"며 "공식적으로 세금을 내게 되면 정부도 미자립·개척교회의 현실을 보다 투명하게 알 수 있고, 따라서 열악한 환경의 목회자들이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도 더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개척교회 목회자는 "교회가 세금을 내는 것 이상으로 사회에 공헌을 많이 하는데도, 단지 납세 근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신용카드 발급이나 대출 등 금융활동에 제약이 많았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번 종교인 과세 결정에 대해 "세수 확보 차원은 아니"라며 "과세하지 않던 종교인들을 과세의 테두리에 넣자는 것이다. 또한 종교인들에 대한 명확한 소득자료가 생긴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예장 합동총회(총회장 정준모 목사) '목회자세금납부대책위원회' 손상률 위원장은 "정부가 지금까지 종교계와 대화를 꾸준히 해 온 것으로 아는데, 너무 급하게 (종교인 과세를) 발표한 것 같다"며 "세금을 안 내겠다는 게 아니라, 자율 납세 등 다른 방법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다소 성급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교회들, 특히 지금까지 세금을 내지 않던 교회 및 목회자들은, 종교인 과세가 본격 시행되는 오는 2015년 전까지 회계 및 재정 체계를 새로 짜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과세 성역'이 사라진 만큼,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을 경우 자칫 세무조사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껏 교회 개혁을 외쳐오던 이들은, 이번 결정이 교회의 재정 투명성 확보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