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성찬경 교수
등단 50주년을 맞은 2006년 서울 자택에서의 고 성찬경 시인.

예술원 회원으로 활동하며 한국 문학사에 공헌해온 성찬경(전 성균관대 영문과 교수) 시인이 지난 2월 하나님의 품으로 떠났다. 향년 83세.

故 성찬경 교수는 필자보다 나이가 한 살 더 많지만, 같은 서울대 영문과 동창이다. 1930년 충남 예산 출신으로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했던 고인은 시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학과 졸업 후 영문학과 대학원에 진학하여 학문 연구를 병행한 그는, 영국의 현대낭만주의 시인 딜런 토마스와 17세기 형이상학파 시인들로부터 많은 시적 영감을 받았다.

고인이 한국 문단에서 혜성같은 존재감을 드러내며 한국시인협회장직을 맡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을 때였다. 한 번은 미주한국문인협회 초청으로 LA에 방문한 그를 만나 점심식사를 하며 옛 회포를 푼 적이 있다. 그 때 그는 "효식아, 넌 신학교 교수가 되었는데, 영문학을 공부한 게 신학 교육에 도움이 되긴 하는거냐?" 하고 물었다. 이에 필자가 "솔직히 말해서, 주님 외에 더 훌륭한 문학가가 어디 있나 말해봐라"고 받아치자, "그래, 허긴 네 말이 맞다"면서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으며 한껏 칭찬해준 그의 호방함이 아직도 뇌리에 선명하다.

"맞아, 대문호 셰익스피어도 예수님의 '탕자의 비유'에 대해 극찬했잖아"면서 한 목소리로 주님을 찬양했던 그였다.

가톨릭 신자였던 고인은 평신도운동에도 열심을 보였다. 먼저 세상을 떠난 시인 유종혁 교수와도 하늘나라에서 만나 지금쯤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평화를 사랑하고 자연과 인간을 소중히 여겼던 친구 성찬경 교수를 떠나 보내며, 그저 하나님께 "이 땅에서 살아갈 때에 지성인으로서 하나님을 사랑한 종을 받아 주옵소서"하고 기도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