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한 희생양인가? 잔악한 살해범인가? 아만다 녹스(Amanda Knox 26) 사건에 대해 이탈리아 대법원이 재심 재판 일정이 확정돼 다시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녹스는 워싱턴대학 출신으로 이탈리아 유학 도중 영국인 룸메이트 메러디스 커쳐(당시 21세)를 살해한 혐의로 26년형을 선고 받고 4년간 복역하다 무죄판결을 받고 시애틀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탈리아 대법원은 지난 3월 '녹스와 그녀의 전 남자친구 라파엘 솔레시토의 무죄판결에 문제가 있었다'며 항소법원에 재심을 지시했고 이에 따라 이탈리아 플로렌스 항소법원은 재판 일정을 오는 9월 30일로 확정지었다.
당시 경찰은 '녹스가 커쳐에게 자신과 커쳐, 솔레시토와 구데 등 4명이 성관계를 함께 할 것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싸움이 벌어졌고 녹스, 솔레시토, 구데가 커쳐를 살해했다'고 상황을 분석했다. 범인으로 지목된 구데도 자신과 함께 이들이 커쳐를 성폭행 하려다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영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이탈리아로 유학온 커쳐는 반나의 시신으로 발견됐고 , 목에는 심한 자상을 입고 있었다. 조사를 벌이던 경찰은 커쳐의 룸메이트였던 녹스(당시 20세)와 그녀의 남자친구인 솔레시토(당시 23세)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솔레시토의 집에서 발견된 흉기에서 커쳐의 혈흔과 녹스의 DNA가 검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녹스가 다녔던 시애틀 워싱턴대학교를 주변으로 미국인들은 녹스에 대한 지지를 멈추지 않았다.
1심에서 26년 형을 언도받은 녹스는 즉각 항소했으며, 유죄 성립의 가장 중요한 단서였던 DNA에 대한 경찰 조사의 신뢰가 떨어지면서 결국 무죄가 선고됐다. 경찰이 DNA를 수집하는 가운데 증거자료가 외부적 영향에 오염됐을 수 있다는 지적이 일었기 때문이다.
녹스는 "친구까지 잃은 나는 내가 저지르지도 않은 일로 인해 인생을 망쳤다"고 고통을 호소했었다.
녹스는 2심에서 승소한 즉시 미국으로 귀국해 미국인과 언론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이번 재심에서 녹스가 패소하면 그는 이탈리아의 감옥에 수감되며 승소하면 혐의를 벗게 된다. 그러나 녹스는 재판에 직접 출두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리고 미국 정부가 재판을 위한 송환을 거부하면 이탈리아에서 형이 언도되더라도 집행할 수는 없게 된다.
한편 녹스는 지난해 유명세를 등에 업고 자신의 회고록 출판을 위한 업체 선정에 나서는 등 세계인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