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은퇴 이후 기독교 지도자로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기독교가 미래에 여성의 지위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고 희망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그가 설립한 카터센터가 계획 중인 '모빌라이징 페이스 포 우먼(Mobilizing Faith For Women)' 컨퍼런스를 앞두고 최근 가진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언급했다.
그는 "성경은 하나님 보시기에 남성과 여성, 종과 주인, 유대인과 이방인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가르친다. 하나님은 모두를 동등하게 창조하셨다"며 이러한 기독교의 시각이 양성평등을 위한 기반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여성을 남성과 차별 없이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시각에 따라 여성에게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기 위한 움직임이 비록 매우 느리지만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소개한 그는, 이러한 움직임을 보다 힘 있는 운동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카터 전 대통령은 "여성 인권 향상에 교회가 기여하기 위해서는 과거 교회가 보여 왔고 지금도 일부 교회에서 유지되고 있는 여성 차별적인 시각과 규제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기독교를 포함한 많은 세계 종교는 여성 차별주의자들이 여성을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로 대하는 데 있어 빌미를 제공해 왔다"며 "여성에게는 성직을 부여할 수 없게 하는 등 교회 안에서 여성의 역할을 덜 중요한 것으로 제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사회 속에도 여성을 2류 시민으로 취급하는 인식이 뿌리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오늘날에는 많은 교단들에서 변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현재까지도 가톨릭 교회와 일부 보수적인 개신교단들에서는 여성들에게 성직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남침례교(SBC) 교인이었으나,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하고있지 않는 교단 방침에 반대해 같은 침례교 계열의 교단 중에서도 여성의 목회가 가능한 침례교협동회(CBF)로 소속을 옮기기도 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예를 들어) 가톨릭 교인인 고용주가 있고, 그가 종교적인 사람이라면, 자신이 속한 가톨릭에서는 여성에게 성직의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을 근거로 여성 직원을 동등하게 대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교회가 여성을 대하는 시각이 사회에 어떠한 방식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여성 인권이 발달한 미국에서조차 같은 일을 하는 데 대해 여성이 남성에 비해 70%의 보수밖에 받지 못하며, 정치와 산업 등의 주요 분야에서 여성 리더십은 5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이같이 지적했다.
"성경, 특히 사도행전과 로마서를 보면 여성이 초대 교회에서 중요한 지도자적 위치에 있었음을 알 수 있으며, 이것이 본래 기독교에서 제시한 여성이 차지했던 지위였다"고 그는 강조했다.
한편, 카터 전 대통령은 기독교 외에도 세계 주요 종교들이 여성 인권의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기독교가 이들 종교들과도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애틀랜타에 카터센터를 설립해 세계 평화를 위한 분쟁 해결과 조정 역할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공로를 인정 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모빌라이징 페이스 포 우먼' 컨퍼런스는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한 기독교와 세계 종교의 역할을 모색하고자 이달 말 애틀랜타에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