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토요일 오전에도 샌프란시스코 시청에는 결혼 신고를 마치려는 동성 커플들이 줄지어 섰다. 26일 연방대법원이 캘리포니아 주의 프로포지션8에 대한 심리를 기각하면서 하급법원인 제9순회 항소법원의 위헌 판결이 최종 유효한 것으로 결정났기 때문이다.
원래 연방대법원의 판결 이후 25일 뒤에야 정식으로 효력이 발효되지만 제9순회 항소법원은 이틀 뒤인 28일이 되자 즉시 프로포지션8을 폐기했다. 프로포지션8을 위헌이라고 주장해 소송을 벌인 당사자인 크리스틴 페리와 샌드라 스티어는 이 결정 직후 최초로 샌프란시스코 시청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주례는 캘리포니아 주 법무장관 카말라 해리스가 맡았다.
연방대법원의 판결 이후 효력 발생까지의 일반적인 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법원과 시 당국, 주 법무당국이 나서서 동성애의 메카로 불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부터 일사천리로 동성결혼을 재개하고 그 첫번째 커플로 소송 당사자를, 주 법무장관의 주례 하에 실시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결코 적지 않다.
캘리포니아에서는 2004년 샌프란시스코가 시의 권한으로 동성결혼 증명서를 발급하며 큰 논란이 일었고 한달 만에 법원의 명령으로 이는 중지됐다. 2005년에는 동성결혼법이 의회를 통과했으나 당시 공화당 소속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지사가 거부권을 행사하며 무산됐다. 그러나 결국 2008년 주 대법원의 판결로 동성결혼이 합법화됐고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동성결혼 금지 주민발의안인 프로포지션8을 내 52%로 통과시키며 맞불을 놓았다. 곧 동성결혼 지지자들의 소송이 접수됐고 2010년 SF지법, 2012년 제9순회 항소법원에서 각각 위헌 판결이 났다.
캘리포니아의 경우는 타주와 달리 동성결혼이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주민들의 의사와도 반했지만, 오로지 법원의 판결만으로 합법화 됐고 또 법원의 결정으로 즉시 재개된 것이다. 이 과정 중에는 연방대법원에서 패소한 측이 25일 내에 재심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마저 박탈됐다.
이에 자유수호연맹(Alliance Defending Freedom)과 같은 법률 단체가 25일간의 유예 기간 내에 캘리포니아가 성급하게 동성결혼을 재개했다고 중지 요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반면, 카말라 해리스 법무장관은 "캘리포니아 내의 모든 카운티들은 동성결혼 증명서 발급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으며 제리 브라운 주지사는 "출생등록국 직원들에게 동성결혼이 캘리포니아 내에서 합법이란 사실을 주지시켰다. 즉시 결혼증명서가 발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