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콜로라도침해조사과(The Colorado Civil Rights Division)는 지난 23일(현지시각), 트랜스젠더 학생인 코이 메디스(Coy Mathis·6세)가 자신이 다니는 초등학교 내 여학생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권리가 있다고 판결했다.
조사과는 이번 판결에서 “파운틴-포트카슨 8학군이 마티스에게 여학생 화장실 사용을 금지함으로써, 그가 학대당할 수 있는 불필요한 상황을 만들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콜로라도침해조사과 스티브 차베스(Steve Chavez) 과장은 판결문에서 “코이에게 여학생 화장실 사용을 금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무시하도록 한 것은, 심각하면서도 만연해 있는 처우이다. 또한 객관적으로나 주관적으로나 공격적인 환경을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미국에서 “트랜스젠더 학생들이 그들의 성 정체성에 맞는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힌 첫번째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트랜스젠더들이 학대나 차별 없이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권리를 지지하는, 가장 포괄적인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메디스는 남자로 태어났으나, 18개월 때부터 자신을 여자라고 표현했고, 4살 때 그의 가족들은 그를 소녀라고 인식했다. 그가 유치원에 등록한 이후, 그의 부모인 캐스린·제레미 메디스는 학교 당국에 그를 소녀로 대우해 줄 것을 요청했다. 당국은 당초 이에 동의했다.
이후 2012년 12월 학교측은 부모에게 마티스가 더 이상 여학생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다고 밝히고, 직원 화장실이나 학교 간호사 사무실에 있는 중성용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었다. 이에 메디스 가족들은 콜로라도 침해조사과에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메디스의 변호인측은 침해조사과의 결정을 반기면서, 평등권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간 것으로 평가했다. 트랜스젠더법적보호교육재단(Transgender Legal Defense & Education Fund,TLDEF)의 마이클 실버맨(Michael Silverman)은 “이번 판결은 트랜스젠더 학생들이 차별의 표적이 되지 않으며 학교 내에서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분명하고도 커다란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워싱턴 D.C에 위치한 가족연구위원회(Family Research Council) 정책 연구원인 피터 스프리그(Peter Sprigg)는 미국 크리스천포스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콜로라도 침해조사과가 개인의 비정상적인 감정을 다수 어린이들의 합법적인 관심보다 위에 둔 결정을 내린 것은 충격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는 생물학적으로 남자인 아이를 소녀라 말하고 소녀 같은 옷을 입도록 허용함으로써, 거짓을 긍정하는 데 극도로 관대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학교측조차 트랜스젠더보호교육재단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이 재단은 학교에 남아 있는 모든 학생들의 복지보다 급진적인 사회·정치적 아젠다를 앞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4일(현지시각) 발표한 성명서에서, 학교측 역시 비슷한 불만을 드러냈다. 학교 측은 “우리는 코이를 비롯해, 학군에 있는 모든 아이들에게 최선의 유익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학교측이 메디스의 교실과 같은 층에 있는, 3명만 사용이 가능한 중성용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한 결정은 합리적인 절충안으로 보였으나, 가족들은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학교측은 이어 “우리는 이번 견해가 실망스럽다. 왜냐하면 이는 학군이 제기한 법률과 규제 조항 사이의 논쟁을 전달하는 데 실패했을 뿐 아니라, 학군이 이러한 상황을 마주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독특한 환경을 인식하는 데도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