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통합 총회연금재단(이사장 김정서 목사)과 관련, 투자 적절성과 효과에 대한 가입자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부동산 미등기전매(未登記轉買)' 의혹까지 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특히 '카지노 투자'와 관련해 논란이 발생했던 업체와의 거래에서 제기된 문제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금재단측은 지난달 28일 공청회에서 이 부분에 대해 "부실투자로 결론이 난 '로하스타워'를 판매 대행하던 부동산 업체에서 게임 등을 다루는 현대디지탈테크라는 정보통신 회사를 소개시켜 줬는데, 그곳에서 (연금재단이) 건물을 사면 3년 뒤에 되사겠다고 해 구입했다"며 "그러나 샀다가 다시 팔면 세금이 나오니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해 줬고, 그 회사에서는 그 돈으로 빚을 갚아 대신 이자를 받게 됐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이에 대한 계약을 했고, 현대디지탈테크는 이름을 제이비어뮤즈먼트(이하 제이비)로 바꾸고 카지노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건물 소유주는 여전히 '제이비'... 연금재단은 '가등기'만

통합 연금재단 등기부등본
해당 등기부등본

해당 건물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총회연금재단은 가등기권자일 뿐이고 소유주는 여전히 '제이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연금가입자는 "대출로 돌리려면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가 아니라 근저당설정을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연금가입자는 이에 대해 "가등기를 했다면 매매가의 3%만 내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132억원 전액을 다 지불했는가"라고 따졌다.

총회연금재단은 지난해 12월 13일 132억원을 주고 '제이비'측과 건물 매매계약서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세금 문제로 이 132억원을 건물 매매가 아니라, '제이비'의 건물을 담보로 132억원을 대출해준 것처럼 처리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건물은 캐피탈업체에서 96억원, 대부업체에서 15억원 등 총 111억원이 근저당으로 설정돼 있고, 전세권도 12억5천만원이 설정돼 있다. 이러한 건물을 담보로 또다시 132억원을 대출해줬다는 것.

'제이비'측과 미등기전매 행위?

지난달 공청회에서 연금재단측이 해명한 위 내용이 '미등기전매'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등기전매(법률용어 중간생략등기)란 '부동산 거래에서 등기를 하지 않은 채 다른 사람에게 되파는 행위'로, 세금 포탈방법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A-B-C 사이 특정 부동산을 사고 파는 거래가 차례로 이뤄졌다면, B가 A로부터 C로 바로 소유권이 이전된 것처럼 위장하여 세금을 내지 않으려 할 수 있는데, 이는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이런 식으로 '제이비'측은 양도소득세를, 가등기만 한 연금재단측은 취득세·등록세를 각각 내지 않았다는 것.

연금가입자들은 이에 대해 "연금재단 이사회가 떳떳하다면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공개해야 할 것"이라며 "건물을 구입해 놓고 왜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등기를 하지도 않고,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해 놓고 근저당 설정을 하지도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여기에 '제이비'측이 지난 5월 공시를 통해 '매매 예약'이 된 연금재단 대신 '주식회사 코렌'과 165억원에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제이비'측만 33억원이라는 차액을 이익으로 얻고, 본등기도 근저당설정도 없는 가등기 상태의 연금재단은 원금 그대로인 132억원만을 회수하게 된 것. "연금재단 소유의 건물을 왜 '제이비'측이 매각하는가"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이런 갖가지 의혹이 불거져 나오면서, '제이비'측과의 거래는 '카지노 업체'라는 도덕적 논란에서 불법성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가등기, 매입 아닌 담보 목적... 아무런 문제 없어"

그러나 연금재단측은 이같은 의혹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가등기 부분에 대해서는 "가등기는 종류가 다양한데, 자신이 아는 부분에서만 말하는 경향이 있다"며 "여기서의 가등기는 애초부터 담보 목적이었지, 매입 목적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이들은 "은행이나 금융권에서 대출을 실행할 때 담보를 잡는 방법은 근저당 설정도 있고 질권도 있고 매매예약 가등기도 있는데, 저희는 변호사가 매매예약 가등기 또는 부동산 처분신탁이 바람직하겠다고 해 매매예약 가등기로 설정한 것"이라며 "이를 설정하면서 전순위에 있던 근저당 설정 부분은 다 말소했고, 이번에 자금을 회수하면서 매수인에게 모두 넘어갔다"고 했다.

연금재단 관계자는 또 "건물에 대한 대출이 정상적인 계약관계로 이루어졌고, 이번에 대출에 대한 환입을 받았다"며 "누차 발표한 대로 전혀 손해를 본 것도 없고 이자 수익료를 더 얻게 됐다"고 했다. 매입 목적이 아니었으므로, 미등기전매와도 상관이 없다는 것.

제이비측이 건물을 더 비싼 가격에 판 것에 대해서는 "우리는 건물을 다 매각했고, 원금을 다 갚았는데 뭐가 문제인가"라며 "비싸게 팔고 말고는 건물 소유주가 알아서 할 문제로, 전세 계약이 끝나면 전세자금을 돌려받는 것으로 계약이 완료되는 것과 같다"고 해명했다.

담보 목적인데도 근저당권을 설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가입자회측에서 공개한 회사 공시자료에서 보듯,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145억원에 해당 부동산을 인수할 수 있도록 돼 있었다"며 "근저당권을 설정했다가 상환 불가시 145억원으로 다시 사려면 굉장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했고, 관례적으로도 많이 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이들은 가입자회에 대해 "아무리 설명한들 받아들일 자세도 돼 있지 않고 설명해도 또다른 무언가를 붙여서 나오기 때문에 설명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그래서 지난주에 차라리 언론과 쌍방 모두 있는 곳에서 공개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는데, 가입자회에서 또다시 답변이 없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