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교회가 유명 목회자를 초청, 부흥회를 연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교회 외벽에 게시하고 있다. 대형교회 목회자들은 주일 뿐만 아니라 주중에도 이런 부흥회에 초청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서울의 한 교회가 유명 목회자를 초청, 부흥회를 연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교회 외벽에 게시하고 있다. 대형교회 목회자들은 주일 뿐만 아니라 주중에도 이런 부흥회에 초청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협회 50주년 기념대회 개회예배 설교, ○○노회 은퇴목사회 예배 설교, ○○조찬기도회 설교, 필리핀 집회 인도, ○○○ 목사 위임예배 설교, ○○센터 개원감사예배 설교...

서울 모 대형교회 담임목사의 주중 일정이다. 이 교회는 주일예배 주보를 통해 담임목사의 동정을 알리고 있다. 교회 및 단체의 각종 예배에서 설교하고 모임을 인도하는 등, 이 교회 목사는 주중에도 매우 바쁜 일정을 소화한다. 여기에 교인들의 경조사라도 있는 날이면 그야말로 시간을 쪼개 써야 그나마 설교 준비와 기도 등 '영성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대형교회의 경우고, 일반적인 중·소형교회나 개척교회에선 상황이 다르다. 이런 교회의 목회자들은 수요일과 금요일에 있는 주중집회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대부분 '주일예배 설교 준비'에 매달린다. '설교 준비에 그렇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나' 할 수 있는데, 목회자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주일예배 설교는 1주일 내내 준비해도 늘 시간이 모자란다"는 것이다.

명설교자로 알려진 삼일교회 송태근 목사도 과거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일단 원전을 꺼내 주해 작업을 한다. 그리고 설교할 내용을 손으로 직접 써 본다"며 "그러면 8~9장이 나온다. 이것을 다시 5번 정도 손으로 직접 쓴다. 그러면 내용이 완전히 머릿속에 들어온다. 이 모든 작업이 끝나면 주일 새벽 3시가 된다"고 말했다. 그 만큼 손이 많이 가는 게 바로 설교 준비다.

목회자들은 대부분 설교 준비에 있어 '독서'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한 목회자는 "보통 한 달 책값으로 40~50만 원 정도 쓴다"고 말했다. 그밖에 신문이나 잡지 등을 통해 최근 이슈들을 섭렵하고, 인터넷을 통해 설교에 필요한 자료 등을 검색하기도 한다. 이렇게 준비하고서야 목회자들은 새벽·수요·주일 등의 예배 강단에 오른다.

설교 준비에 이처럼 많은 시간이 들다 보니 각종 행사에 자주 초청되는 대형교회 목회자일 경우 상대적으로 설교 준비에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한 목회자는 "요즘 갈수록 부목사나 외부 강사에게 예배 강단을 맡기는 대형교회가 늘고 있다"며 "담임목사의 설교 준비에 대한 과도한 부담을 덜기 위함일 것"고 말했다.

개척교회 목회자들 중에는 유독 '세미나 참석자'가 많다. 이제 막 목회에 뛰어들어 교회를 성장시켜야 할 목회자들은 대형교회나 목회 전문단체가 주최하는 세미나에 참석해 하나라도 더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한 개척교회 목회자는 "목회자들이 쉬는 월요일에 이런 세미나가 집중된다"며 "세미나라는 세미나는 전부 찾아다니는 개척교회 목회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목회자들은 주중 심방이나 목회자 모임, 다양한 취미활동 등으로 주일 외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교회다움' 민걸 목사는 "대형교회 목회자들은 주일예배는 물론 주중에도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교회 내 모임과 프로그램들이 1주일 내내 있을 뿐만 아니라 외부 집회 요청도 많다"며 "그러나 일반적으론 설교 준비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나머진 세미나 참석이나 여가활동 등으로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게 보통"이라고 말했다.

민 목사는 또 "요즘은 예전만큼 목회자들의 독서량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인터넷의 발달로 직접 책을 사 읽지 않고도 손쉽게 설교 자료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 개척교회 목회자는 "예전엔 많은 개척교회 목회자들이 평일, 설교와 상담, 노방전도에 가장 많은 시간을 썼던 것 같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각종 세미나에 더 많이 참석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기독교인 숫자가 줄고 전도 또한 어려운 상황에서 목회 패러다임이 과거 '전도' 중심에서 '문화목회' 등 개성을 중시하는 쪽으로 변한 까닭일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