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연금가입자회 전국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대웅 기자

예장통합(총회장 손달익 목사) 연금가입자회 전국대회가 27일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개최됐다.

이번 전국대회는 최근 총회연금과 관련된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자 연금가입자회(회장 허수 목사)가 소집했다. 참석한 전국 1백여명의 목회자들은 총회연금재단(이사장 김정서 목사)측을 향해 '공개질의서'를 발표하고 해명을 요구하는 한편, 비상대책위원회를 긴급 결성해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참석자들은 특히 "연금은 도덕성과 투명성, 안정성과 수익성 등이 생명인데, 비밀주의로 인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며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우리는 직접 돈을 내고 있는 주주로서 근본적인 대책을 모색하는 등 권리를 행사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카지노 사업체에, 비상장 부실보험사에까지 투자?

이날 가입자들이 주로 제기한 문제는 먼저 연금재단에서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주)제이비어뮤즈먼트(구 현대디지탈테크)의 카지노 사업 관련 부분이다. 이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자회사인 에이케이벨루가의 카지노 사업 양수를 결정한 바 있는데, 총회연금재단이 그 이후인 12월 132억원을 투자 명목으로 대출해 준 것. 이후 제이비어뮤즈먼트는 지난 3월 에이케이벨루가를 합병하고 본격적으로 카지노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더구나 제이비어뮤즈먼트의 사업 전망도 그리 낙관적이지 않은 상태라고. 이날 배부된 자료에 따르면, 금전소비대출관련 서류에서 대출대상법인 현황이나 주요 임원의 사업수행능력, 대출대상법인의 향후 사업성 판단 등에 관한 서류가 없었다. 즉 투자나 대출 판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경영자의 경영·사업 능력과 변제 가능성에 대한 자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여기에 지난 2011년을 제외하면 흑자를 낸 적도 없는 기업이다.

이에 대해 연금가입자들은 "연금재단이 제이비어뮤즈먼트에 대출해 준 시기는 이미 이곳에서 카지노회사를 설립하기로 결정한 이후"라며 "이제 교단 목회자들이 카지노 사업이 잘 되라고 기도해야 할 판"이라고 개탄했다.

두번째로는 역시 연금재단이 400억원을 투자한 '그린손해보험(현 MG손해보험)'의 부실 의혹이다. 그린손해보험의 시장 점유율은 2011년 1.4%, 2012년 1.5%, 2013년 3분기 1.1%로 아주 미미한 데다, 4년 연속 당기 순손실이 발생해 배당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적자 규모가 각각 2011년 1260억원, 2012년 1400억원, 2013년 3분기 34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연금재단은 상장회사에만 투자할 수 있는 규정까지 어기고, 그린손해보험에 투자했다고 이날 연금가입자들은 주장했다. 그린손해보험은 2012년 자본전액잠식으로 상장이 폐지됐는데도, 주주총회 결의에 따르면 사외이사를 포함한 등기이사 5명에게 20억원의 연봉을 지급할 수 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이 회사는 새마을금고에 인수돼 2013년 MG손해보험으로 상호명이 변경됐다.

또 "연금재단의 투자처가 5곳 더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름도 몰라 검증된 곳인지 여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관련자들의 리베이트와 배임 등 각종 의혹이 난무하는 상황"이라고 답답해했다.

이들은 연금재단 이사회 자체의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먼저 정관을 변경하면서 현재 가입자회 파송 이사가 3명에 불과해 이사회 전체(11명)의 과반수에 턱없이 부족해지면서 이사회에 대한 감시와 견제 자체가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정관 변경 도중 이사 제명 권한을 마련해 마음에 들지 않는 이사들을 과반수의 힘으로 없애버릴 수 있게 됐다"며 "여기에 어찌된 일인지 이사회가 감사의 보고서도 공개하거나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고 했다.

"분산 투자했던 기금, 증권회사나 투자기관에... 이유 밝히라"

이날 연금가입자 전국대회 참석자 일동은 질의서를 통해 "총회연금 가입 목회자들은 지난 특별감사 보고 후 엄청난 고통과 아픔을 겪었으나, 총회연금은 목사님들의 수고와 고생으로 얼룩진 목회 여정이고 마지막 노후생활 보장이므로 연금재단이 든든히 성장해 가기를 간절히 기도했다"며 "재단 운영과 기금 운용 및 투자 경영 등 여러 문제점이 제기됐지만 이사회가 후속 조치를 투명하고 진실되게 취하기를 간절히 기대했으나, 특별감사 후 현 이사회의 결정과 운영을 볼 때 깊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이들은 "그동안 이사회 회의나 결의사항 공개를 요청했으나 열람은 물론 어떤 답변도 없었고, 더구나 항간에 떠도는 몇 가지 의혹에 대해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이에 가입자 전국대회를 마치면서 작금의 여러 의혹과 문제에 대해 우리의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어 총회연금재단 이사회에 공개질의와 요구, 우리의 뜻을 밝히고자 한다"고 했다.

이들은 △특별감사 이후 연금재단 기금운용과 재정 지출 등 재무와 운영에 관한 이사회 회의와 재무에 대하여 공개하라 △준법감시위원인 유철근 씨와 투자에 관여하고 있는 윤상록 씨가 어떻게 특별감사 후에도 연금재단에 관여하게 됐는지 과정을 밝히라 △특별감사 이전 분산 투자했던 기금들이 한화증권과 우리투자금융 등 증권회사나 투자기관에 맡기게 된 연유와 그 과정에서 법인등록도 안 된 업체에 맡기려 시도한 점, 0.7%이던 수수료를 김정서 당시 감사위원장과 윤상록 씨가 두 배 이상 올리려 한 경위 등 각종 진상을 밝히라고 했다.

또 △약 130억여원을 투자한 제이비어뮤즈먼트가 카지노 운영 회사이고 연금재단 준법감시위원이 감사로 재직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인지, 적자회사 그린손해보험에 400억여원을 투자한 이유 등을 밝히라 △특별감사시 직원들 수와 연봉이 너무 많아 구조조정과 연봉 하향조정을 보고했지만 오히려 직원 숫자와 연봉이 늘어난 이유를 밝히라 △비영리재단을 만든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설립목적과 관련 재원 출처, 누가 어떻게 설립·운영하려는지, 이것이 투자인지 출연인지 자세히 밝히라 등을 촉구했다.

이날 참석한 가입자들은 전국대회에 참석한 연금재단 이사진과 감사들에게도 해당 문제를 잇따라 질의했으나, 이들 대부분은 "내일(28일) 공청회에 와서 들으라"고만 했다.

이로써 28일 오후 2시 서울 저동 영락교회(담임 이철신 목사)에서 열릴 총회연금 특감후속대책 진행보고 및 연금 규정·정관 개정 설명 공청회에서 연금재단이 어떤 해명을 내놓을지 주목되고 있다. 공청회는 오는 6월 3일 서부지역 광주성안교회, 4일 동부지역 대구삼덕교회, 11일 중부지역 청주서남교회, 12일 제주지역 제주영락교회 등 권역별로 진행된다.

그러나 연금가입자들은 이에 대해 "공청회는 연금 고갈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현재 연금수혜자들에게 지급액을 낮추기 위해 기획된 모임"이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유언비어 안타깝다... 연금가입자회 대회 자체가 불법" 반박도

이같은 연금가입자회의 주장에 반박한 곳은 연금재단이 아닌, 가입자회 수석부회장 조준래 목사였다. 조 목사 등 일부 관계자는 이날 전국대회 이전 기자회견을 갖고 이날 모임의 불법성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이에 대해 전국대회 참석자들은 "가입자회를 분열시키려는 이같은 시도는 결국 총회연금 제도 자체를 부실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준래 목사를 대표로 한 기자회견문 '연금가입자회 정상화를 촉구하며'에는 "오늘 모이는 연금가입자 전국대회와 6월 24일로 공고된 가입자회 총회는 소집권한과 연금가입자회장 자격을 이미 상실한 허수 목사 등이 불법 소집했다"며 "최근 가입자회 임원회에서 조준래 목사가 연금재단 이사로 파송됐기 때문에 수석부회장 자격이 없다고 결의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 목사는 "재단 이사들이 카지노에 직접 연금재단의 기금을 투자한다는 유언비어가 돌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가입자회 파송 이사들에게 먼저 확인하고, 그 분들을 통해 재단 이사들과 만나 소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별도 날짜에 가입자회 총회 개최를 계획하고 있어, 사태가 악화될 경우 가입자회 분열마저 우려되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