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성 목사.
(Photo : ) 김지성 목사.

목사가 되기 위해서는 목사 고시를 치뤄야 합니다. 논문을 제출하고 필기시험에 합격한 후에 많은 목사님들 앞에서 다시 구두시험을 통해 소명의식, 신학, 목회관, 성품 등을 검증받게 됩니다. 그리고 목사로서 소양에 결점이 없음을 확인받은 후 안수를 통해 목사의 자격을 부여받습니다. 목사 고시 과정 중 선배 목사님으로부터 받은 질문이 있습니다. “목사가 가져야 할 마음 중 제일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이 바로 그것입니다. 듣기에는 무척이나 간단 명료한 질문이었지만, 사실 이 질문 속에는 칼처럼 날카로운 내용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 하나로 목사가 되기 위한 소명의식, 목회관, 성품, 더 나아가 신학관까지 꿰뚫어 볼 수 있는 강한 의도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답변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선배 목사님은 빙그레 웃으시며 “뭐 복잡하게 생각할 것 있습니까? 진짜 목사가 될 사람은 이런 질문에는 반사적으로 답변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라며 “부모의 마음”을 언급하셨습니다.

“이 세상에 하나님의 마음에 가장 근접한 마음이 있다면 부모 마음일겁니다. 부모의 마음으로 평생 목회를 하겠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목사라 할 것입니다.”

그 선배 목사님은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저를 배려하듯 부드럽지만 단호한 어조의 가르침으로 자문자답해 주셨습니다. 이 가르침은 이후 제게 있어서 목사의 기본 소양에 대한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천주교 신부와는 달리 개신교 목회자들은 가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 교단에서도 목사 안수를 받기 위해서는 미혼 목사 후보생들에게는 결혼할 것을 권면합니다. 목사 안수를 기다리는 미혼 목사 후보생들에게 왜 굳이 가정을 이루고 자녀들을 양육하는 것을 권면할까요? ‘부모마음’을 소유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한 가정의 가장이 될 때 비로소 가정의 가치와 거룩함을 터득하게 되며, 자녀들을 양육하는 과정을 통해 ‘부모의 마음’이 개발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목회를 하면서 저는 목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게 되었습니다. 목회란 ‘사람 사랑하기다’는 것입니다. 사람을 이해하고, 개발시키며, 세워가기 위해서는 ‘사람 사랑’이라는 전제가 충족되어야 합니다. 사람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 있을 때 품을 수 있고, 용서할 수 있으며, 가능성을 개발시켜 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람 사랑’은 모든 목회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며 또 가장 기초적인 자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 사랑하는 것이 어디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던가요? 마음을 먹고 또 먹어도 사람을 사랑하는 것만큼은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람 사랑에 있어서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유일한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부모입니다. 적어도 자기 자녀에 있어서 만큼은 모든 사람이 다 아니라 해도 부모만큼은 ‘예스’라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다 맞다고 해도 부모만큼은 ‘노’라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넌 믿을 수 없어’라고 손가락질 해도 부모만큼은 ‘난 너를 믿는다’라고 말합니다. 모든 사람이 다 포기해도 부모만큼은 포기하지 않는 집념을 보입니다. 그것은 본능적 부모 마음 때문입니다. 자녀를 향한 거의 무한대의 애정… 그 애정은 하나님의 사랑에는결코 미치지 못하지만, 그러나 하나님의 사랑에 가장 근접한 그 무엇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모 마음’을 잃지 않는 목회자가 되고 싶습니다. 성도를 사랑하되 끝까지 사랑할 수 있는 목회자… 성도를 신뢰하되 끝까지 신뢰할 수 있는 목회자… 사람에 대한 기대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목회자… 정말 그런 목회자가 되고 싶습니다. 저의 안식월 기간동안 목사의 기본 심성인 부모 마음을 더 넓고 깊게 스스로 개발시키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그리고 더 선하고 자상한 영적 부모가 되어 여러분을 만날 수 있도록 두손 모아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