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어나는 남북한의 개성공단에 대한 사태를 보면서 문득 쿠바의 관타나모가 생각나며 개성공단과 비교가 된다.
미국은 9.11 사태를 겪으며 테러와의 전쟁으로 21세기의 서막을 열었다. 새로운 세기의 평화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은 깨지고 전쟁의 그림자가 지금까지 세계 곳곳에 길게 드리워지고 있다.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 막바지에 불거진 사건이 있었다. 그것은 쿠바에 있는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벌어진 수감자들에 대한 비인권적 행위가 들어난 것이다. 미국은 관타나모 수용소에 테러 용의자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을 가두고 외부와의 단절 속에서 고문과 폭력 등을 가했다.
세계의 경찰국가이며 민주주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미국에서 이런 일들이 발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관타나모가 미국의 헌법상 치외법권 지역이기 때문이다. 관타나모는 미국이 아니라 쿠바에 속한 지역이다. 쿠바는 1962년 미사일 위기에서 보듯이 노골적으로 미국과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그 쿠바의 남동부 한 가운데 미국의 관타나모 해군 기지가 주둔하고 있다.
그 이유는 1898년 당시 스페인령이었던 쿠바에서 미국-스페인 전쟁에 의해서 미국령이 되었고 그 후 쿠바가 독립하자1903년부터 당시 금화 2천개를 매년 지급함으로 관타나모에 대한 영구 임대 조약을 체결하였다. 그 후 피델 카스트로의 집권 이후 쿠바는 계속 관타나모 기지의 반환을 요구해 왔지만 미국은 매년 쿠바에 금화 2천개를 지급하고 있다. 물론 쿠바는 이에 항의하는 뜻으로 그 금화를 받지 않는다. 말하자면 관타나모는 여전히 미국과 쿠바의 화약고인 셈이다.
올 해 초 남북한은 우리의 새 정부와 김정은 세습체제의 북한과 위험한 밀고 당기기를 하고 있다. 정권 초반부터 누구도 물러 설 수 없는 첨예한 대립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남북의 갈등 속에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곳이 남북 평화와 협력의 상징으로 대표되는 ‘개성공단’이다.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전면 금지된 이후로 개성공단은 남북한의 대화의 창구이자 평화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개성공단은 남북한의 평화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빛나는 협력의 결과였다. 초반에 개성공단을 조성할 때는 북한 군부의 강력한 발발이 있었다고 한다. 아직 휴전중인 서부전선에서 개성공단을 개발 할 경우 북한군은 부대를 후방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요즘 말로 하면 북한의 통 큰 양보로 개성공단 사업은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개성공단은 서울에서 한 시간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매우 가까운 곳이다. 처음에는 실익보다는 평화의 상징으로서의 의미가 더 컸지만 이제는 경제적인 가치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크게 확대 되었다. 우리는 개성공단을 통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수준 높은 노동력을 확보하여 중소기업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고 제조업의 부흥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2004년 첫 생산품을 내놓은 이래 개성공단은 우리기업 123곳이 입주해 있으며 연간 생산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4억 7천만 달러, 우리 돈으로 5천 2백억이 넘는다. 북한도 5만여 명이 되는 노동자가 개성공단에서 일하고 있으며 한 명단 월평균 144달러, 연간 9천만 달러, 천억 원 정도를 벌 수 있는 무시 못할 외화 창구가 되고 있다.
이 개성공단이 보여주는 바는 이제 남북이 대결이 아니라 협력의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중국에 대한 대외 의존도가 높으나 그것이 오히려 중국에 발목 잡히는 결과가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우리는 쿠바의 한 가운데 있는 관타나모를 보면서 평화를 기대하지 않는다. 관타나모는 아직도 냉전의 유산이요, 갈등과 대결의 상징이다. 이에 반하여 개성공단은 남북한 모두에게 통일을 위한 씨앗이요, 평화와 안전을 위한 미래의 큰 자산이 된다.
이제 남북한이 이 위기를 잘 극복하여 개성공단이 다시 제자리를 찾기를 바란다. 이 문제를 잘 풀어 나간다면, 앞으로 개성공단을 시작으로 한반도 전역에서 남북한의 합작품이 ‘Made in Korea’ 표시를 달고 세계를 누비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단지 꿈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