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현실이다
(Photo : 기독일보) 결혼은 현실이다

“흔들리는 가정이 어디 이 가정 하나 뿐이랴.”

책 표지색이 ‘빨간색’인 것을 보고 알아차렸어야 했다. <결혼은 현실이다(Real Marrige·두란노)>는 그 제목처럼, TV 프로그램으로 치자면 <우리 결혼했어요(MBC)>가 아니라 <사랑과 전쟁(KBS)>에 가까웠다. 제목 그대로 리얼하고, ‘결혼’이 아니라 날 것 그대로의 ‘결혼 생활’을 담았다. 하긴, 결혼 생활 뿐 아니라 우리의 삶 자체가 서로를 속고 속이는 배신과 음모, 서스펜스와 유혹과 인내로 가득 찬 한 편의 리얼 버라이어티나 드라마와 같지 않은가.

저자도 의외다. 시애틀 마르스힐교회 담임목사인 마크 드리스콜 목사 부부. 특히 얼마 전 본지에도 ‘더 나은 설교 방안’을 제시한 ‘젊은 대형교회 목회자’로 소개된 드리스콜 목사는, ‘프리칭’의 ‘지난 25년간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목회자 25인’에 선정될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목회자이자, 부흥과개혁사에서 나온 <예수 그리스도>, <기독교 교리>, <빈티지 교회>, <전도혁명 선교개혁> 등을 쓴, ‘새로운 스타일의 개혁주의 목회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신세대’답게 매주 13,000명 넘는 성도가 모이는 담임목사로서의 체면을 내려놓았다. 오늘도 수많은 가정들이 깨어지고 갈라선다는 통계 앞에서, 드리스콜 부부는 자신들의 낯뜨거운 실패담과 치부까지 꺼내보인다. 혼전의 난잡했던 이야기를 포함해 숨기고 싶은 일들까지 드러내면서, 부부는 그들에게 임했던 하나님의 신실하심이 모든 가정에게 함께하셔서 “죄를 숨기고 있는 사람들을 도우시길, 썩은 부분을 남김없이 도려내시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러나 “우리 부부의 성생활을 엿보려는 마음이 아니라, 당신 자신의 가정에 초점을 맞추고 읽으라”고 당부한다.

책에서는 ‘결혼만 하면 모든 문제는 문제가 아니게 될 것’이라는 꿈이 ‘결혼해도 모든 문제는 계속 쌓인다’는 현실의 벽에 부딪치고, ‘결혼하는 순간 환상적인 성생활이 저절로 펼쳐질 것이다’는 환상은 ‘부부에게 성(性)을 선물하신 하나님 뜻을 모르면 서로에게 재앙’이라는 실상에 여지없이 무너진다. ‘금슬 좋은 부부는 결코 싸울 일이 없을 것’이라는 기대는 ‘부부 싸움을 잘 할수록 결혼 생활의 질이 높아진다’는 대답이 대신한다.

매일 밤의 헤어짐이 아쉬워 가족의 품을 떠나 함께 살기로 한 수많은 남녀 청춘들이 ‘사업 파트너’처럼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드리스콜 부부는 마르틴 루터를 통해 부부 로맨스의 열쇠가 ‘우정’에 있음을 깨닫는다. “인생을 함께하고, 추억을 만들고, 서로를 돌보며 나란히 늙어가고, 서로에게 솔직하고, 조금씩 더 가까워지는 것, 이 모두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우정이다. 남편과 아내가 평생 해로하려면 무엇보다도 친구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저자들은 행복한 결혼 생활의 조건을 ‘FRIENDS(친구)’라는 단어로 요약한다. 배우자의 삶이 풍성한 열매를 맺도록 돕는 친구(Fruitful), 사랑의 행위를 서로 주고받는 친구(Reciprocal), 얼굴을 맞대고 친근한 대화를 나누는 친밀한 친구(Intimate),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친구(Enjoyable), 상대방이 필요함을 인정하는 친구(Needed), 인생의 사계절마다 의지할 만한 헌신된 친구(Devoted), 함께 성화되어 가는 친구(Sanctifying) 등의 머릿글자를 딴 것이다.

또 ‘가장’으로 대우받고 싶은 남편들에게는 ‘책임감 있게 아내를 전인격적으로 존중할 것’을, ‘믿음직하고 존경할 만한 남편’을 원하는 아내들에게는 ‘예수님을 날마다 바라봐야 남편을 존경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밖에 부부 싸움 ‘잘’ 하는 법이나 결혼 전의 ‘과거사’에 대처하는 법, 성욕이나 포르노, 부부간 성관계 등 실질적 문제들을 조언하면서, ‘완벽한 부부’가 아니라 ‘날마다 성장하는 부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부록에서는 부부의 성(性)을 비롯해 재혼과 이혼, 불신자와의 결혼 등을 성경 안에서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