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들은 은퇴하면 대개 원로목사가 되는데, 학생들을 가르치다 교편을 놓은 신학자들은 어떨까. 일부 ‘독특한’ 사역을 벌이는 이들도 있지만, 많은 경우 연구와 저술 활동으로 여생을 보낸다. 바쁜 학교 생활로 미처 못다 한 학문에 전념하는 것이다.

성결대 배본철 교수(역사신학)는 “정년이 다가오는 교수들은 자연스레 은퇴 후 사역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게 된다”면서 “각자 전공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신학 교수들은 연구나 저술 활동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은퇴한 교수들은 신분상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어, 현직에 있을 때보다 자유롭게 그 신학적 주장을 펼칠 수 있다. 최근 백석대 교편을 놓은 권호덕 박사(조직신학)는 “국내에서 많은 신학교가 교단을 위해 있는 만큼, 교수로 있을 땐 소속 교단이 추구하는 신학에 충실해야 한다”면서도 “교수들이 다소 눌려 있는 부분이 있다. 은퇴를 하면 신학적 목소리를 내기 한결 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학회 활동 역시 연구나 저술 활동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숭실대학교 기독교학대학원 초대 원장을 지낸 김영한 박사는 지난해 초 은퇴한 후 학회 활동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가 원장으로 있는 기독교학술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까지 다양한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고, 해외 석학들도 초청해 국내 신학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가 은퇴를 앞두고 창립한 ‘개혁주의이론실천학회’는 이론과 실천의 균형을 모색하며 신학 학회 활동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교수들은 은퇴 후 주로 연구와 저술 활동에 매달린다. 바쁜 학교 생활로 미처 못다 한 학문에 전념하는 것이다.
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교수들은 은퇴 후 주로 연구와 저술 활동에 매달린다. 바쁜 학교 생활로 미처 못다 한 학문에 전념하는 것이다.

이렇게 ‘일반적인’ 길 외에 새로운 분야에 뛰어든 이들도 있다. 지난해 한일장신대 총장직에서 정년은퇴한 정장복 박사(71)는 지난 달 서울 잠실에 ‘예배와 설교 멘토링센터’를 개원했다. 신학대에서 설교학을 가르쳤던 자신의 전공을 살려 일선 교회들의 예배와 설교에 도움을 주려 시도한 일이다. 그는 “일평생 학문에 매달려 살았는데, 이제 배운 것을 한국교회와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몇 해 전 총신대학교 총장을 역임하고 퇴임한 김인환 박사(67)도 현재 한 노숙인 구호단체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인생 ‘제2막’을 열어가고 있다. 그는 서울역 지하도와 남산공원, 파고다 공원 등에서 노숙인들에게 급식 봉사를 하고, 주일엔 이들을 대상으로 설교도 전한다. 김 박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은퇴 후 남을 돕고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은 개인적인 바람이 이뤄져 기쁘다”고 말했다.

배본철 교수는 “신학교 교수들은 그들의 지식과 정보들을 주로 캠퍼스 안에서 학생들을 위해 사용한다”며 “그러나 은퇴를 하고 학교를 벗어나면 자신들이 가진 것들을 보다 더 많은 이들을 위해 나누고 싶어하는 신학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또 드물지만 목회자의 길을 걷는 경우도 있다.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교회사를 가르쳤던 라은성 박사는 교편을 놓은 뒤 지난 2009년 서울 공릉동에 ‘새롬교회’를 개척, 목회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라 박사는 “종교개혁자들은 모두 신학자이기 전에 목회자였다. 외침과 구호, 신학적 연구만으론 종교개혁의 그 정신을 온전히 계승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며 목회에 뛰어든 이유를 밝혔다.

이 밖에 모교에서 일종의 시간제 강사로 다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많은 신학교들이 은퇴자들에게 이런 길을 열어놓고 있다. 또 일선 교회에서 설교목사 등으로 사역하거나 선교사로 헌신하기도 한다.

배본철 교수는 이처럼 교수직에서 물러난 신학자들을 한국교회가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해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단지 은퇴해야 할 나이가 되어 물러난 것일 뿐, 그들이 가진 신학적 식견과 지혜는 오히려 정점에 있을 것”이라며 “은퇴 신학자 몇 분이 아카데미를 만들어 평신도를 가르치는 것을 본 적도 있다. 이들이 한국교회에 소중한 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